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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 커지는 ‘부동산 딜레마’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서울 여의도동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안정적 급여 소득이 끊기는 퇴직 이후의 최대 고민거리는 생활비 조달이다. 대다수 중·장년에게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고작이지만.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보면,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른다. 퇴직 이후 생활비에 여유가 있다는 응답자는 겨우 8%에 지나지 않았다. 예·적금 등 금융자산으로 20~30년에 걸친 노후 생활비를 대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녀 결혼 등에 필요한 목돈 마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퇴직하면 살던 집을 팔고 작은 평수나 가격이 싼 곳으로 옮기면서 생활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나이 들어 소득이 없으면 환금성이 낮고 가격 하락 위험이 있는 부동산 의존도를 줄인다’는 게 ‘노후 공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매각 아닌 추가 구입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런 흐름이 중단된 것은 물론 ‘역주행 현상’이 일어났다. 구매력이 있는 50~60대 주택 보유자들이 ‘갭 투자’ 등을 통해 주택 구입 행렬에 뛰어들었다. 2016~2017년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비중이 14%나 되는 게 대표적 사례다. 2018년 상반기까지 포함하면 이런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집 가진 사람들이 과거보다 2~3배 많이 집을 사들임으로써 집값 폭등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사는 집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도 집값 폭등은 반가운 소식이다. 오랜 기간 무주택자로 지내던 50대 중반 A씨는 7억원대에 분양받은 서울 마포 지역 아파트에 최근 입주했다. 112㎡(옛 33평형)인 이 아파트는 현재 호가가 13억원 안팎이다. 은행 대출이 없지는 않지만 그는 순식간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로 변신했다. 2017년 3월 기준, 재산 총액이 10억원을 넘는 가구가 전체의 5.1%(약 100만 가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강북 지역에서도 10억원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의존도를 줄이라는 얘기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은퇴한 주택 보유자들 고민도 커졌다. 집값이 크게 올랐으니 처분하면 훨씬 많은 노후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계속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중·장년 모임에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서울 집은 꼭 쥐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자주 오간다. 이번 집값 폭등이 잘 보여주듯이,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만큼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은 뿌리 깊다.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고 가격 폭락 위험을 피하려면 부동산을 줄여나가야 하지만 집값이 오르는 시기일수록 그런 선택이 힘들어진다. 
 
이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노후의 집은 가격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노후계획에 따라 삶터를 정하게 된다. 그동안에는 직장, 교육, 투자 등 본래 목적인 거주와는 거리가 있는 이유들이 늘 앞섰다. 노후야말로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값 오를 집 vs 살고 싶은 집
자금이 풍부하지 않은 일반 중산층이 현재의 주택을 두고 다른 집을 마련하기는 힘들다. 1가구 2주택에 대한 부동산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강원도 홍천의 전원주택 단지로 옮길 계획을 가진 Y씨나 경남 지역으로 귀촌을 희망하는 W씨처럼 대도시를 떠날 사람들의 고민은 작은 편이다. 집을 처분할 것이므로 매도 시점만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서울 등 대도시와 수도권 거주를 원하는 퇴직 예정자들은 별도의 생활비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임대시장 불안정으로 전·월세 폭등 위험이 있는 만큼 주택의 완전 매각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요즘은 소형 아파트가 비싸 평수를 줄이는 것으로는 자금 확보가 녹록지 않다. 반면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대도시 외곽으로 옮긴다면 평수를 줄이지 않아도 상당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 수지의 112㎡ 신규 아파트는 값이 많이 오른 마포 아현동 같은 크기 아파트의 절반 값이다. 
 
사는 집에서 계속 살며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주택연금이 가장 나은 선택이다. 주택연금은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이지만, 민간 금융기관 대출에 비해 안전성과 수익성에서 단연 유리하다.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9억원 넘는 2주택자라면 3년 안에 1채 파는 조건)이고, 부부 어느 한쪽이 만 60살 이상이면 주택연금 신청이 가능하다. 5억원대 주택으로 60살부터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금액은 월 100만원 남짓 된다. 부부가 사망한 뒤 집을 처분한 금액이 그동안 받은 연금 총액보다 많으면 차액을 자녀에게 지급하고, 도중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연금액을 줄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주택연금 수급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도입한 지 11년이 됐지만 가입자는 5만7천여 명에 그쳤다. 집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은 이런 심리를 강화한다. 그러나 집을 지키다보면 여유 있는 삶이 어려울뿐더러 노후 빈곤을 자초할 위험도 크다. 달리 생활비를 조달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녀들이 보내는 용돈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집을 물려받은 자식의 고마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장기 전망은 잿빛
이번 같은 폭등세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만큼 집값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힘들다. 다만 당분간 집을 처분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택 수요다. 집을 필요로 하는 가구(인구)가 얼마나 될지, 이들의 구매력은 충분한지가 관건이다.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를 보면, 집값 폭등의 진원지 서울의 가구 수는 2022년 정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가구 유형도 1인 가구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구매력이 충분치 않은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는 월세가 많고, 주택 보유 비율은 3~4인 가구의 절반인 30%가 채 되지 않는다. 65살 이상 고령자 가구의 증가 속도도 빠르다. 앞으로 크게 늘어날 1인 가구나 노인 가구는 비싼 집이 필요 없거나 살 여력이 없다. 인구 감소는 2030년 전후 시작된다. 결국 인구의 대도시 집중은 계속되겠지만, 가구와 인구 구조로 볼 때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의존도를 줄이라는 노후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겠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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