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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의 종식? ‘도너츠’ 뺀 던킨의 운명은?
[국내특집] 브랜드 이름 바꾸는 던킨도너츠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2017년 11월 문을 연 ‘던킨’ 서울 강남스궤어점. 던킨도너츠 제공
던킨도너츠는 1946년 빌 로젠버그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퀸시에서 조그만 트럭을 세워놓고 출근길 회사원에게 도넛과 커피를 팔면서 출발했다.
 
‘던킨’ 브랜드는 도너츠에서 비롯됐다.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전설인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 던킨(Dunk-in)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주인공 엘리(클로데트 콜베르)가 커피에 도넛을 푹 담그자, 피터(클라크 게이블)는 “도넛을 커피에 깊게 담그면 눅눅해져 맛이 없다”며 도넛 끝부분만 커피를 살짝 묻혀 먹는다. 피터는 도넛을 제대로 먹는 방법이라며 자랑스럽게 ‘던킨’이라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미국에서 달콤한 도넛과 진한 커피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4년 뒤엔 200개나 되는 던킨도너츠 가판대가 생겨났다. 
 
던킨도너츠는 커피와 도넛으로 시작했지만, 도넛이 커피보다 먼저였다. 당시는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 커피숍을 찾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커피는 집에서 마시거나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서비스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넛 전문점으로 자리잡는 게 매출을 올리는 데 더 나은 전략이었다.
 
‘도너츠를 빼겠다’는 던킨
70여 년이 흐른 지금, 던킨은 ‘커피가 도넛보다 먼저’라는 전략으로 수정하고 있다. 브랜드를 바꾸는 리브랜드(rebrand) 전략이다. 2018년 9월25일(현지시각) <CNN> <NBC> 등 미국 언론은  던킨도너츠가 2019년 1월부터 매장·포장·광고·소셜네트워크에서 도넛을 뺀 ‘던킨’으로 바꾼다고 보도했다.
 
전세계에 1만2500여 매장을 운영하는 던킨도너츠가 도넛 판매로 올리는 매출은 연간 29억달러(약 3조2400억원)에 이른다. 이런 효자 상품인 도넛을 브랜드 이름에서 빼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름에 튀기고 설탕이 듬뿍 든 도넛에 대해 고칼로리에 밀가루와 설탕 범벅이라는 고객 인식이 커지면서 웰빙(well-being) 트렌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던킨도너츠는 미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때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손꼽혔다. 하지만 2017년에만 미국에서 100개 넘는 점포가 문을 닫았다. 건강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소비 성향이 높음)가 설탕을 피하면서 이윤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던킨도너츠는 음료 판매 비중이 계속 올라가 현재 회사 영업의 약 60%를 음료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사업 초기 커피 대신 도넛을 선택한 던킨도너츠는 이제 커피를 앞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따라하기다.
 
던킨도너츠는 회사가 설립된 곳인 퀸시에 2017년 8월 ‘던킨’ 간판을 내건 매장을 열었다. 기존 매장과는 다른, 스타벅스 같은 매장이었다. 던킨도너츠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라테가 전부였지만, 여기서는 콜드브루와 니트로커피(질소커피) 등 비싼 커피를 내놓았다. 스타벅스에서나 맛보는 고급 커피였다. 스타벅스는 매장을 고객이 집이나 직장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끼는 제3의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던킨도 새 매장을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안한 의자로 꾸몄다. 재즈 음악도 흘러나와 스타벅스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따라하기 전략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9월 “밀레니얼 세대에게 획일화된 맛의 스타벅스는 더 이상 ‘쿨’하지 못하다”며 “몇 시간씩 줄을 서더라도 바리스타가 한잔 한잔 내려 만드는 블루보틀과 필즈커피를 마시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던킨도너츠가 따라가려는 스타벅스 역시 이전에 빵과 커피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스타벅스는 2007년 미국에 불어닥친 서브프라임 부동산 위기로 커피를 마시는 데 고객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자, 커피 매장에 다양한 빵을 선보이며 판매를 다각화했다. 하지만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고, 머핀 냄새로 커피 향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고객 불만이 많았다. 결국 2008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아침 메뉴에서 머핀을 없애버렸다.
 
우리나라에 던킨은 1994년에 들어왔다. 던킨도너츠 이태원점이 1호점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던킨도너츠 매장이 많다. 미국에 6천여 개, 한국에 700여 개가 있다. 
 
한국에선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던킨도너츠는 하락 추세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던킨도너츠 매출은 2170억원(2012년), 2099억원(2013년), 1980억원(2014년), 1871억원(2015년), 1773억원(2016년)으로 감소하고 있다. 점포 수는 2012년 886개로 2013년 903개로 늘었으나 그 뒤 821개(2014년), 774개(2015년), 769개(2016년)로 줄어들었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그룹 역시 이 추세를 반영하는 사업 전략을 벌이고 있다. 2017년 11월 서울 강남스퀘어점, 2018년 3월과 6월에 수원 AK점과 서울 세브란스빌딩점에 도너츠가 빠진 던킨 매장 문을 열었다. SPC 홍보실 간부는 “커피 외 음료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며 “‘던킨’으로의 브랜드 변화는 커피·음료 사업의 확장을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머핀, 크로크무슈, 핫샌드위치 등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던킨도너츠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광고 전문 매체 <디자인택시> (DesignTaxi)는 “던킨도너츠 리브랜딩 전략은 피자헛이 이름에서 피자를 빼고 버거킹이 버거를 뺀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애플컴퓨터로 시작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애플컴퓨터에서 과감하게 ‘컴퓨터’를 떼냈다. 그러고도 잘나가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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