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OTT 힘입어 드라마도 ‘대작 바람’
[Culture & Biz]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탄생 배경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도깨비>. tvN 제공
사랑하는 <도깨비>를 보내고 허한 마음을 달래줄 드라마를 찾아 헤맨 지 몇 해. 몇 번의 실패 끝에 어렵게 만난 <미스터 션샤인>도 또 떠나보냈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참 쓸쓸한 가을이다. 
 
최근 TV 드라마가 크게 늘어났다. 종합편성채널들이 채널 강화를 위해 드라마 편성을 늘리고, 편성만 보장되면 최소 제작비 회수는 가능한 드라마 특유의 구조 덕분이다.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드라마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제품과 다르다. 이 때문에 질적 하락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2018년 3월호 ‘종편 제작 급증해 대형 배우 구인난’ 참조).
 
그러면 모든 드라마의 질이 고르게 하향 평준화할 것인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양이 늘면서 차별화를 위한 질적 전환도 끊임없이 추구된다. 시장은 가끔 예상보다 더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다보니 좋은 작가, 좋은 배우에게는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작도 나온다. 나의 <도깨비>, 나의 <미스터 션샤인>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이런 수작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다. <미스터 션샤인> 총제작비는 430억원. 24부작이므로 편당 제작비가 약 18억원이다. 평균 드라마 제작비 5억원 안팎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치솟는 제작비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 구조를 생각할 때 이렇게 많은 제작비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 제작비의 70% 정도를 편성 채널에서 방영료로 지급한다. 나머지 30%는 간접광고(PPL)나 수출로 충당하고, 요즘에는 ‘주문형 비디오’(VOD) 등으로 채우곤 한다. 초반 몇 회를 통해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아지면 간접광고가 쇄도하고 VOD 이용자가 늘어나니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렇지 못할 때는 이 30%를 채우지 못해 힘겹게 제작을 마친다. 사전 제작 방식이 우수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시간 ‘쪽대본’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제작비 때문이다. 계약되지 않은 광고가 언제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니 미리 찍어놓을 수가 없다. 사전 제작을 하려면 제작 완료까지 모든 제작비가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수출 등 방영 전 선판매가 이뤄져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여야 이런 구조가 가능해진다.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사 방영료가 좀 올라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드라마 편당 제작비가 5억원이라면 방송사는 1회에 3.5억원을 방영료로 내야 한다. 그런데 이게 3배로 뛰면 방영료는 한 편에 거의 10억원이 된다. 방송사로선 그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수익은 드라마 본방송과 재방송 광고비에 VOD나 다른 채널 판매료 정도다. 
 
하지만 최근 방송사 시청률로는 이 정도 광고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TV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젊은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 앞뒤에 광고를 내보내려는 광고주는 없다. 광고업계에선 최근 지상파 방송 시청률이 떨어져 광고 집행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한다. 굵직한 도매상들이 모두 소매점만큼 작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영료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선 제작비를 3배로 올리기 힘들다. ‘제작비의 30%+알파(α)’ 부분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기존 제작비 이상을 투입할 수 없다. 
 
   
▲ <미스터 션샤인>. tvN 제공
시장 변화 이끄는 OTT
최근 변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 물꼬를 튼 것은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OTT 서비스란 인터넷에서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유료나 무료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의 넷플릭스가 대표적이고 푹(pooq), 옥수수, 올레TV, 티빙, 왓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드라마 산업에서 OTT가 변화의 핵심이 되는 것은 ‘수출’ 때문이다. 방영료 외 수입으로 간접광고를 대대적으로 늘릴 수 없다면 해외 판매를 확대하는 게 최선이다. 국내 판매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 역시 OTT가 해결해준다. 드라마 몰아보기를 위해 어느 플랫폼에 월정액을 내고 있다면 당신은 드라마의 ‘제작비 30%+알파’에 기여하는 셈이다. 
 
OTT가 있어야 해외 판매가 가능한가 하고 묻는다면 절반 정도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는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망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건만 좋으면 파는 게 뭐 그리 어렵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는 ‘노오력’이 부족해서였다고 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시장은 너무나 넓고, 한국 드라마가 볼 만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시장이란 한 단어로 쓰지만, 나라가 하나둘이 아니고, 나라별 수입처도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 시장을 찾아가 “우리 드라마 좀 봐주실래요. 정말 재미난데 여기에 자막만 붙이면 돼요” 하며, 직접 그 나라 말로 마케팅해 판매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또 이제까지 드라마 해외 판권은 대부분 방영한 방송사에 귀속됐다. 한국 방송사의 매출 구조상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다보니, 해외 판매에 힘을 싣기 어려웠다. 제작사에 판권을 주면 다르지 않겠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외주 제작사 가운데 해외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제작사’라고 하지만, 대표 1명과 직원 몇 명으로 구성된 곳이 태반이다. 제작사가 괜히 해외 판권을 방송사에 넘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류 드라마가 이름을 날리고, OTT가 등장하면서 시장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여러 방식으로 공유하는 사이트가 늘었다. 이런 불법 사이트에 맞서 유료로 드라마를 제공하는 곳에 판매를 늘리면 될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일대일로 붙어 보따리 장사 하듯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
 
여러 지역이나 나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망을 갖춘 게 거대 OTT 플랫폼이다. 이곳에만 납품하면 나라별로 판매하는 수고를 크게 덜 수 있다. 여러 나라에 진출한 넷플릭스를 통하면 개별 국가의 여러 사업자에게 따로 판매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유력 플랫폼이 나뉘어 있다는 것도 판매자에게는 좋은 조건이다. 세계적 공급망을 갖춘 넷플릭스 외에 동남아시아에선 아이플릭스, 중국에선 텐센트비디오·아이치이·유쿠 등 3대 OTT 플랫폼이 있다. 굵직한 도매업체들이 서비스 지역을 나눠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제작사들도 ‘규모의 경제’ 체제로 바뀌고 있다. 방송사 발주에 맞춰 제작·납품하고 제작비만 건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판매권을 소유하고 수익을 올리는 형태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작사들도 ‘규모’에 어울리는 자본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자본을 투입해 좋은 작가들이 있는 작은 제작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해 진영을 이루고, 많은 제작비를 들여 수준 높은 드라마를 제작한다. 이후 방송사에 방영료를 받고 파는 동시에 해외 판매에도 나서 투입 제작비 이상 수입을 확보한다. 
 
최근 <미스터 션샤인>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이 대표적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제작에 430억원을 들였다. CJ E&M 방영권 판매 220억원, 국내 VOD 30억원, 간접광고 20억원의 수입을 얻었다. 방영 전 넷플릭스에 약 300억원을 받고 판권을 파는 등 모두 570억원을 벌었다. 제작비를 빼고 14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남긴 것이다. 중국에서 한류를 제한한 ‘한한령’이 풀렸다면 역시 OTT 판매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판매 수입은 그대로 수익에 반영됐을 터다. 
 
규모의 경제는 필연적으로 독과점 가능성을 품고 있다. 몇몇 플랫폼 중심으로 과점이 형성되면 이들의 힘이 커진다. 지금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우호적이지만 언젠가는 콘텐츠 가격 후려치기에 나설 수 있다. 혁신의 대가인 조지프 슘페터도 기술혁신은 자연발생적으로 기업들의 한시적 독점과 초과이윤을 낳지만, 이후 신규 기업들의 진입과 경쟁으로 조정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 후생은 높아진다. 시장 변화기에 대표 선수 재편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