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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인들의 ‘인샬라’ 비즈니스
[세계는 지금]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류영규 ykryu@kotra.or.kr

류영규 KOTRA 카사블랑카무역관 관장 

   
▲ 모로코 노동자들이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REUTERS
아프리카대륙 서북단에 있는 인구 3500만 명의 이슬람 국가 모로코. 한국인에게는 낯선 모로코의 비즈니스 관행은 어떨까? 지난 1년간 모로코에서 경험한 주요 상관습을 토대로, 한국 기업의 모로코 현지 시장 진출이 확대되기를 바라며 국내 기업과 비즈니스맨에게 이를 소개한다. 
 
D/A 결제조건은 피하세요
한국 수출기업이 코트라 무역관에 자주 묻는 것 중 하나가 대금 결제조건 내용이다. 모로코 바이어가 “D/A(Document Against Acceptance·인도인수조건)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인데, 필자는 D/A는 피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바이어가 마감일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약속을 어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로코 바이어가 마감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크다. 최소한 D/P(Document Against Payment·지급인도조건) 결제조건으로 수출계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A로 계약하고 나서 ‘을’ 지위로 전락한 한국 기업이 바이어로부터 수출대금을 회수하는 데 헌신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액수다. 어쩌면 그 뒤로는 정나미가 떨어져 모로코와 거래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모로코는 외환관리법상 대금결제액이 10만모로코디르함(약 1만달러) 이상이면 이를 한 번에 해외 송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화가 부족한 나라여서 이런 규정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대신 10만모로코디르함 미만이면 전액을 한 번에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출계약액이 15만모로코디르함이면, 바이어가 전액을 선금으로 한 번에 해외 송금할 수 없지만, 수출계약액의 30%(4만5천모로코디르함)를 선금으로 T/T(Telegraphic Transfer·전신환송금)로 보내고 나머지 70%(10만5천모로코디르함)는 D/P로 결제할 수 있다. 
 
필자가 무역관에서 한국 업체와 모로코 바이어 사이에 진행됐던 거래를 지켜본 바를 토대로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L/C(Letter of Credit·신용장) 거래다. 하지만 바이어가 은행 수수료 등 여러 이유로 L/C를 기피할 수 있다. 이때는 차선책으로 바이어와 ‘30% 선금(T/T 방식)+70% D/P’ 결제조건에 합의하면 무난할 것 같다. 30% 선금을 포기하고 D/P 서류를 찾지 않을 바이어가 일부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D/P 서류를 찾지 않을 경우 물건을 반송(ship-back)하면 된다.
 
무역관에 있으면 바이어가 유선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와 한국 공급처를 찾고 있다는 반가운 말을 듣게 된다. 그러면 한국 업체를 무역관이 조사해 알려주거나, ‘바이 코리아’ 누리집(buykorea.org)에 바잉오퍼(inquiry·매입 제안)를 게재해 한국 업체가 이를 확인하고 직접 바이어에게 연락하도록 조처한다. 
 
바이어의 전자우편 답신이 없다면? 
흥미로운 점은 한국 업체가 바이어에게 거래 제의 전자우편을 보냈음에도 모로코 바이어가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바이어 자신이 한국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무역관에 이런 사연을 호소하는 한국 업체가 자주 있는데, 필자도 아직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몇 가지 이유는 추론해볼 수 있겠다. 
 
일단 모로코에선 무슨 일이든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일이 추진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로코 비즈니스맨은 이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거나, 기회비용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이다. 모로코인의 시간관념에 한국인이 익숙해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모로코 현지인 습성이 단시일에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가 현지에 적응해 미리미리 서둘러 거래를 이끌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바이어가 영어로 전자우편 답장을 하기 곤란한 처지일 수도 있다. 모로코는 프랑스어를 제1외국어로 택하고 있다. 
 
셋째, 바이어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공급처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 공급처와 다른 나라의 기업 오퍼를 비교·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연락이 온 한국 업체의 신용을 저울질할지 모른다. 한국 업체가 외국 바이어 신용을 조사하듯, 모로코 바이어도 무역관에 연락해 한국 업체 신용을 종종 묻는다. 
 
넷째, 현지 바이어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일지 모른다. 공급업체 전자우편에 즉각 반응하면 혹시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염려해 회신일을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한국 업체 품목이 자신들이 찾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권자(대개 사장)가 부재중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한국 업체로부터 전자우편이 오면 “잘 받았다. 검토 중이고 회신을 언제까지 해주겠다” 등 바이어가 어떤 반응이라도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가 모로코다. 이미 언급했듯, 어차피 이곳 사람 습성이 단시일에 바뀌지 않는다. 차라리 한국 업체가 바이어에게 거래 제의 전자우편을 보낸 뒤, 인사도 할 겸 전자우편을 잘 받았는지 등 안부나 확인 차원에서 한번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 낫다. 가끔 전자우편이 스팸 처리되거나 배달 사고가 났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철저한 가격 우선 시장 
모로코 바이어와의 거래에서 가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현재 모로코는 한국을 제외한 50여 개국(미국, 터키, 유럽, 중동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 국가와 중동 등에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물품도 들어와 한국산 가격경쟁력이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모로코 지하경제 규모를 적게는 국내총생산(GDP)의 20%, 많게는 40%로 본다.)
 
다행히 모로코에서 한국산 평가는 양호한 편이다. 현지에서 한국산 이미지는 ‘기술력’으로 통한다. 한류 관심도 점차 높아져 덩달아 한국산 제품 이미지 상승 효과도 기대된다. 그럼에도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한데 가격과 결제조건이 맞지 않아, 모로코 바이어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설령 한 번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추후에 가격경쟁력을 지속할 수 없으면 다음 거래 제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로코가 철저한 ‘가격 우선 시장’임을 다시 확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반제품과 부품류는 상황이 다르다. 관세도 그리 높지 않고 한국산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한국-모로코 FTA가 체결되기 전까지는 반제품과 부품류 거래에 비중을 두는 편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한국-모로코 FTA 체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만일 양국 사이에 FTA가 체결된다면 한국산 자동차 등 여러 제품의 질주가 예상되는 우리로서는 기대 효과가 클 것이다. 반대로 모로코는 농수산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금도 한국과의 무역수지에서 만성적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어 모로코 정부로선 고민이 깊은 눈치다. 
 
투자 진출 성공의 핵심은 노무관리
모로코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발전과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인프라와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50여 개국과 FTA를 맺어 약 10억 명의 소비시장을 보유해, 매력적인 투자처다. 필자는 모로코에 대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미국과 멕시코 관계에서 멕시코와 비슷하다고 본다. 
 
모로코에 진출해 사업과 투자를 하려면 수업료를 많이 내야 한다. 특히 노무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모로코 투자 진출의 성공 요건이다. 모로코에서 노무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모로코인 정서가 한국인과 많이 달라서다. 프랑스 노동법을 준용해 만든 현지 노동법에 이슬람 정서를 가미했으니, 한국인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모로코에선 노동법이 상당히 까다롭고 외국인 고용주에게 현실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노동자와 분쟁이 생기면 대부분 외국 기업이 패소하는 것이 정설이다.
 
사업은 단독투자와 직접경영이 유리하다. 모로코인과 한국인 정서가 달라 합작투자와 공동경영 과정에서 충돌이 잦기 마련이고, 이로 인한 피로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합작투자나 공동경영 대신 성실한 모로코인을 채용해 회사를 운영하는 편이 낫다. 모로코 사회는 연줄로 움직이는 측면이 많다. 비효율적인 관료제에 대응하기 위해 편법도 자주 동원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로코에서 사업하면 현지인에게서 ‘인샬라’(Insha Allah)란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알았다’ 또는 ‘미래는 하늘의 뜻’이라는 겸손의 언어에서 출발한 이 말이, 현재는 종종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주는 말로 변형돼 쓰인다. 필자는 이 말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로 해석하면 십중팔구 맞다고 본다. 모로코 사회가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말의 숨은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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