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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에 국채 매각 맞대응
[Finance] 중-미 무역전쟁 어디로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18년 10월8일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양국 현안과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인들이 너무 오랫동안 잘살았다”며 중국을 깔보는 언행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동시에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일을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 일변도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2018년 10월13일, 미-중 무역전쟁이 100일을 맞았다. 승패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미국 경제는 호황 국면이다. 반면 중국 경제는 파열 양상을 드러낸다. 무역전쟁의 여파로 수출에 악영향이 생기자 제조업 지표가 나빠졌다. 9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수출 수주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한 3월 이후 10.9% 하락했다. 증시는 흔들린다. 10월1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018년 최고점인 1월보다 27.4% 떨어진 채로 마감했다. 2015년 ‘차이나 쇼크’ 이후 최저치다. 국제통화기금이 10월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률 하락에 방점을 찍었다. 지표만 보면 승자는 미국이다. 현재까진 그렇다.
 
그렇다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보면 오산이다. 중국은 1990년대 말부터 20년 동안 무역전쟁에 대비해왔다. 오래전부터 현대전 양상이 전통적 전쟁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탱크나 비행기를 동원해 상대방 영토를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 무기’를 동원하는 전쟁이 주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었다. 중국 공군의 장교였던 차오량과 왕샹수이가 쓴 책 <무제한 전쟁: 중국이 미국을 파괴하는 마스터플랜>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저자들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중국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아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전략을 연구했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이들에게 새로운 전쟁 양식이었다. ‘대량살상금융무기’(FWMD)라는 금융을 동원한 전쟁이 현대전의 본질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중국의 선택
냉전시대처럼 상대방을 제압하려 핵무기를 쓰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에는 금융전쟁이 대세다.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금융전쟁은 조용히 진행되나 파괴적이다. 지금도 미국은 자국에 협력하지 않는 국가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금융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 이란,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한 경제제재가 대표적 사례다. 세계 무역과 국제은행 간 거래 시스템에서 배제, 부채시장 압박 등이 금융전쟁에서 쓰이는 주력 화기다.
 
중국은 금융전쟁의 파괴력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예상한 대로 무역전쟁은 시작됐고, 미국은 중국의 굴기(우뚝 섬)를 넘어선 성장을 제어하려 한다. 전쟁의 명분은 중국의 비정상적 경제 운용으로 미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쪽과 움켜잡으려는 쪽의 필연적 대결이다.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중국으로선 더욱 그렇다. 정권을 초월해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년 전에 세운 전략대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대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네 가지다. △미국 국채의 대량 매도 △위안화 절하 △페트로달러(석유를 팔아 얻은 달러)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페트로위안화’ 시스템 구축 △희토류 수출 제한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뺀 나머지 전략들을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이들 전략 가운데 가장 파괴력이 크고 효과가 즉각 나오는 것은 미 국채의 대량 매도다. 중국은 미국에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를 사는 데 써왔다. 미국 정부로선 중국이 든든한 자금줄인 셈이다. 그런데 9월 중순 <CNBC>를 포함한 미국의 주요 경제 언론들이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8년 7월 1.17조달러(약 1317조원)까지 하락했다. 6월 1.18조달러보다 줄어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핵폭탄의 위력을 가졌다. 그렇다고 대량으로 팔지는 못한다.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매물이 늘면 가격이 내려 중국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미 국채를 판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를 넘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채권자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팔고 새로 사는 물량까지 줄인다면 미국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2018년 2월6일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하원 재무위원회에 참석해 미국의 국가 부채 액수를 표시한 전광판을 배경으로 재정 안정성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미 재정 적자 1조달러 눈앞 
미국의 재정 적자는 천문학적이다. 게다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연 6천억달러에 불과하던 재정수지 적자가 2018 회계연도에 9천억달러로 불었다. 적자폭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사회보장 지출과 연금부채 상환, 퇴직군인 수당 지급, 군사비 지출 등을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미 행정부는 더 많이 쓰기를 원한다. 세수는 감소하는데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로 이뤄진 감세 정책과 재정 확대 정책으로 미 재무부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몇조달러를 빌려야 한다. 미국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빚내는 것 외엔 없다.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비용과 함께 빌려야 할 돈이 점점 늘고 있다. 세입과 세출의 격차는 2018 회계연도에만 8040억달러, 2020년엔 1조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미 의회예산국은 예상했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거대한 차입은 지속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금조달을 책임진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늘어나는 부채와 그것을 소화할 채권시장의 능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 국채 시장은 매우 크고 강건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다. 물량 소화를 우려하지 않는다. 채권 매수자는 여전히 많다고 믿는다.” 그가 <블룸버그TV>에 나와 한 말이다. 정말일까? 아니다. 그는 상황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외국 중앙은행의 미 국채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미 국채의 약 40%를 보유하는데, 이는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8년 55%로 정점을 찍은 뒤 그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말할 필요도 없이, 뮤추얼펀드와 외국 투자자, 각국 중앙은행이 중심인 미 국채 ‘간접 입찰자’는 과거만큼 국채 경매에 관심이 없다. 
 
취약한 국채시장
하지만 미국은 ‘달러 인쇄기’를 갖고 있다. 국채가 팔리지 않으면 인쇄기를 동원해 정부 부채를 현금화하면 된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것이다. 미 국채 물량이 늘어나고 수요가 줄어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인쇄기를 돌려 달러를 찍어내 국채를 매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미국 중앙은행이 인쇄기를 돌린다는 것이 명백해지면 달러 가치 하락은 불가피해진다. 당연히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미국에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10월10일과 11일 뉴욕증시 급락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미쳤다”고 표현하며 연준의 긴축 행보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너무 이른 기준금리 인상이 표면적 이유지만, 이면에는 연준의 양적긴축(보유자산 축소)으로 미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데 따른 불편함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연준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풀린 돈을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으로 회수하고 있다.
 
양적긴축은 애초 계획된 규모로 지속되고 있다. 양적긴축으로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시장에서 채권 공급이 늘어난다. 반면 공급 과잉을 염려한 매수자들은 매입을 꺼린다. 여기에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중국이 국채를 팔고 있으니 트럼프의 불만이 폭발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이 미풍으로 끝날지 폭풍으로 번질지 아직은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연준의 긴축이 더해지면서 미 채권시장의 기상은 안갯속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미 국채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표출된다. 외국 채권자에게 의존한 시장의 취약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빚에 의존한, 그것도 나날이 늘어나는 빚에 기댄 국가 운영은 위험하다. 아무리 기축통화 패권을 쥔 미국이라도 그렇다. 미국은 인쇄기에 의존해 빚 돌려막기를 할 수는 있지만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의 장기적 전략은 이를 노리고 있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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