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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데이터 통상 환경 변화, 한국은?
[세계의 창]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이규엽 kylee@kiep.go.kr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 부연구위원

   
▲ 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칠레·페루·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11개국은 2018년 3월8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메가자유무역협정(FTA)인 CPTPP에 공식 서명했다.
2018년 데이터 통상 환경의 변화를 알리는 굵직한 뉴스가 여럿 나왔다. 3월8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포함된 11개 회원국이 공식 서명을 마쳤다. 5월25일 유럽은 일반정보보호법(GDPR)을 발효했고, 같은 달 중국도 네트워크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9월30일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합의됐다. CPTPP와 USMCA는 공통으로 ‘전자상거래 장’(e-Commerce Chapter)에서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자유화와 데이터 지역화 조치 금지 등을 강행규정으로 명시했다. 유럽 GDPR는 회원국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촉진하고 개인정보 주체 권리와 책임자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중국의 네트워크 보안법은 2016년 11월 중국이 통과시킨 데이터 지역화 조치를 포함한 사이버 보안법과 보완적이다.
 
데이터 통상 변화와 한국
열거한 뉴스가 한국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첫째, 한국은 CPTPP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CPTPP에 포함된 11개 회원국과 전자상거래 장을 구성하는 조항에 대해 합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이 CPTPP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데이터 국외 이전에 관한 엄격한 강성규제와 데이터 지역화 조치 등을 포함해 CPTPP 가입 전 태도 정립과 데이터 관련 국내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중국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는 중국 내에 저장해야 한다는 데이터 지역화 조치와 함께 중국이 통과시킨 네트워크 보안법에 한국은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데이터 지역화 조치는 2018년 12월까지 유예돼 있지만, 2019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셋째, 한국 기업이 유럽에 있는 정보주체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거나 유럽 시민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경우 유럽 GDPR가 요구하는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이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한국으로 이전하려면 유럽 GDPR의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거나 적절한 보호 조치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31일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대통령은 미래 산업의 원유가 데이터이기 때문에 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확대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데이터 규제 혁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조화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고, 가명 정보는 개인정보화할 수 없도록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활용할 수 있게 하며, 개인정보화할 수 없는 익명 정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무인차, 드론(무인항공기)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물위치 정보의 수집·이용·제공시 사전 동의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상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정도면 데이터 규제 혁신 목표를 달성하고 변화하는 데이터 통상 환경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일까?
 
데이터 통상 변화에 선제 대응?
다섯 가지 측면만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사물위치 정보는 근본적으로 개인위치 정보를 뜻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사전 의무가 결여돼 있다. 정보주체 동의 없이 활용될 데이터는 보건·의료, 금융, 교육, 통신, 법률, 제조업 등에 집중된다. 데이터 보호 침해에 따른 파급력을 고려하면 정부의 사후 조치로는 충분치 않다. 셋째, 독립적으로 일원화된 감독기구가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감독기구가 분산된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넷째, 정부의 데이터 규제 혁신을 통해 한국의 데이터 규제 수준이 개선되기 어렵다. 규제 혁신에서 근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개인정보보호 법제 정비다. 한국에는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법률이 없다.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부문, 전기통신, 전자거래, 금융, 보건의료 분야에 개별법으로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이 산재해 있다. 산재된 법률에는 데이터 국외 이전에 관한 규제와 데이터 지역화 조치를 포함한다. 데이터 규제 혁신은 이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데이터 규제 혁신에도 데이터 국외 이전에 관한 엄격한 강성규제 때문에 한-미 통상 마찰이나, CPTPP 가입시 고려해야 하는 데이터 지역화 조치 금지 문제나, 유럽 GDPR의 ‘적정성 평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정부가 데이터 규제 혁신 의지를 보인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우선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변화하는 데이터 통상 환경 흐름에 맞춰 데이터 정책의 중장기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데이터 고속도로’가 중장기 비전으로 충분할지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과 신기술을 위해 데이터 규제 혁신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므로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맞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데이터 규제 혁신안으로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데이터가 미래 산업의 원유임은 틀림없지만, 그 데이터가 국경 사이를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선진국의 노력도 두루 살펴볼 일이다. 데이터 관련 규제와 법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통상 마찰의 빌미가 되었던 요소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데이터 정책의 비전 제시와 데이터 관련 규제·법제의 선진화를 이뤄 세계 디지털 통상 규범을 수립하는 선도자로 나서길 당부한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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