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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값
[Editor's letter]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정혁준 h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2012년 스웨덴으로 출장 갔을 때입니다. 당시만 해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선 편의점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궁금해서 저는 스웨덴 현지인에게 물어봤습니다. “한국은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편의점이 많은데, 스웨덴에는 그런 편의점이 거의 없네요. 밤에 출출해서 라면을 사먹거나, 맥주 한 캔 마시고 싶을 때 불편하겠어요. 스웨덴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그렇겠죠?”
 
현지인은 이렇게 말을 받았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하면 누군가는 밤새워 일해야 하죠. 스웨덴 사람들은 그렇게 늦은 밤까지 일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는 걸 원치 않은 거죠. 불편하더라도 조금 일찍 사거나, 다음날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지인은 한마디 더했습니다. “스웨덴 인건비는 비싸죠. 하지만 인건비가 비싼 게 문제인가요? 월급이나 인건비가 그 사람의 값어치로 평가되는 게 현실이라면 사람 몸값이 높아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더군다나 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그 말을 듣고 저는 김승옥이 쓴 <무진기행>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저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걸 하찮게 여겼고, 24시간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자신만 생각한 거였습니다. 남을 생각하거나 배려한 게 아니었죠. 만약 저에게 ‘밤새워 일하라’고 했다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에서 거의 잊힌 스웨덴 현지인의 말이 요즘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논란이 불거지면서 말이죠. 24시간 영업을 강요하지 않는 ‘이마트24’ 기사를 쓰면서 2018년 최저임금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1시간에 7530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보다 몇 배를 받는 보수언론 기자들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지적합니다. 경제지 기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언론을 매일 스크랩해 보는 관료들은 어떨까요? 경제관료 수장인 사람부터 최저임금에 부정적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 몸값은 도대체 얼마이기에 달랑 1시간 일하는 대가로 번 7530원이 비싸다고 하나요?
 
10월12일 국감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하는 방안을 얘기했습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2018년 가맹점 로열티를 10% 낮추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품목의 가격을 2~17% 내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가맹점 매출에 따른 변동 로열티가 아닌 정액 수수료를 받습니다. 인테리어 역시 가맹점 주인에게 맡깁니다.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사람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백 대표는 올해 국감 스타가 됐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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