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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소유자 사회’가 비극 부른다
[Special Report]주택 소유자 사회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이대원 economyinsight@hani.co.kr

이대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정부에서 발표한 ‘실록 부동산 정책 40년’을 보면 임대주택 자체는 1971년 주택공사가 서울 개봉동에 지은 13평형 아파트 300채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애초 임대를 목적으로 지은 것은 아니었다. 당시 서울 지역의 무주택자는 48%에 달했지만 가격이 비싸 대부분 집을 살 수 없었다. 결국 정부는 1년 뒤인 1972년 이 아파트를 임대하기로 했다. 그러자 6개월 가까이 빈집 상태로 방치된 아파트에 입주 희망자가 넘쳐났다. 경쟁률은 13 대 1이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정부는 주택공사를 통해 1980년까지 임대주택 6만4947호를 건설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했고, 임대 기간도 짧았다. 건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1∼2년만 임대한 뒤 분양하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서 사람들이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상담·접수를 하고 있다.

 
최초 임대주택, 1971년 개봉동 300채
10년, 20년 정도의 장기임대주택은 전두환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정부는 정부 예산으로 20년짜리 장기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정 문제로 이 계획은 축소된 채 진행됐다. 장기임대주택을 2만 호씩 짓기로 약속했지만 2만1천 호의 임대주택을 짓되, 이 중 4천 호만 20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당시 공급된 20년 장기임대주택은 총 5천 호에 불과했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이 중 25만 호를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구임대주택의 역사적 등장이었다. 이 25만 호는 당시 건설부가 생활보호대상자 등 극빈층이 25만여 명이라는 보건사회부의 통계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영구임대주택의 보증금은 170만원, 임대료는 월 3만5천원으로 입주 대상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당연하게도 상당수 사람들이 주거비 부담으로 입주를 포기하게 된다. 공급 목표 역시 25만 호에서 19만 호로 대폭 축소됐다.
김영삼 정부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건설업자의 유입을 시도했다. 그동안 투기 및 분양 가격 폭등 등의 문제로 민간 임대주택 건설을 억제한 정부는 1993년 민간 임대주택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미분양주택이 속출할 정도로 좋지 않던 주택 경기를 미분양주택의 임대주택화로 해결하려고 했다. 정부는 1994년 11월 임대사업제도를 실시하고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금 감면과 혜택을 주었다. 김영삼 정부 때 임대주택 물량은 노태우 정부 때와 비슷한 20만 호 안팎이었는데, 민간의 비중이 75.5%에 달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인 국민임대주택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서 시작됐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한 대량실업과 구조조정 등으로 사회 구성원의 경제 수준이 최악이었다. 당연히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은 더욱 심각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정부 재정 투입으로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998년 9월 건설교통부는 정부 재정으로 무주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국민임대주택’을 2002년까지 4년간 5만 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5만 호로 시작된 국민임대주택은 2001년 ‘서민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전·월세 종합대책’을 통해 10만 호로 증가하더니 같은 해 8·15 경축사를 통해 20만 호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 이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말기에 이르러서는 ‘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계획’이 된다(<표1> 참조).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2003년부터 5년간 국민임대주택 5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은 당선 뒤 향후 10년간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를 포함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15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반토막 난 공공임대주택
전두환 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안정화’의 목적이 그 밑에 깔려 있었더라도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계속 증가해왔다. 하지만 이런 공급은 이명박 정부 들어 주춤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정책을 보금자리주택 정책으로 변형한 뒤 임대주택 위주의 공공주택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까지 향후 10년간 보금자리주택 150만 호를 건설하고, 이 중 80만 호는 공공임대·국민임대·영구임대 등으로 공급하고 70만 호는 분양공급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전 정부의 150만 호 공공임대주택이 80만 호로 줄어든 것이다.(<그림> 참조).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전 정부에서 매년 10만 호 이상 공급되던 공공임대주택이 이명박 정부 들어 집권 첫해에는 비슷하게 공급되다가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에는 7만7028가구로 전년보다 28.4%나 줄어들었다. 2010년 목표 역시 10만 가구지만, 지난해 수준을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반면 보금자리지구 내의 민간분양 물량은 증가 추세다. <표2>는 보금자리지구의 주택 공급 계획으로, 공급되는 주택 중 공공임대는 36∼37%고 나머지는 분양으로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다. 보금자리주택만 놓고 보면 분양보다 임대가 조금 많지만,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보다 민간이 공급하는 양을 계속 늘려가는 현실은 애초 보금자리주택 계획이 무엇을 위한 정책이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주택거품 키운 ‘소유자 사회’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이 미소금융과 더불어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이 줄고 민간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은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본래 취지인 저소득층 및 서민의 주거 환경 향상과 안정에서 한참 벗어났다. 허울만 서민의 주거 안정일 뿐, 사실상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분양주택 공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전세 대란’ 역시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회복 추세가 둔화되고,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 전망은 분양 위주의 수요보다 전세나 월세 등 임대 수요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임대는 줄이고 분양 물량을 늘리는 것은 주거 안정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더욱 중요한 목표임을 보여준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4년 10월 재선 캠페인에서 “미국의 가족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때마다 미국은 더 강한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의 등장이다. 2000년대 초 닷컴 거품의 붕괴를 또 다른 거품으로 막아보려고 한 결과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와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고, 이는 또다시 대출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무리한 대출을 일삼던 금융기관과 보험회사는 파산하고 수많은 사람이 직장과 집을 잃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뿌려대는 1·2차 양적 완화 정책에도 실업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이 미국 경제의 현실이다. 부시 정부가 이야기했던 소유자 사회의 결말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그런데 소유자 사회의 비극이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에서도 어른거리는 것은 필자의 과도한 걱정일까. △전세시장을 안정화하겠다며 주택기금 전세자금 지원 및 민간 전세대출 보증한도 확대(2009년 8월27일)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으로 신규 주택 분양 입주 예정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2010년 4월23일) △무주택 및 1주택자 DTI 규제 한시적 해제, 보금자리지구 내 민간주택 공급비율 상향 조정(2010년 8월29일) 등을 보면 과도한 걱정이 아닌 듯싶다. 가계 부채가 700조원을 넘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35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주거 안정을 정부가 분담하기보다 부채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책들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발전시키고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취지에 비춰보면 한참 벗어난 이야기다. 오히려 현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은 앞서 설명한 소유자 사회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주거가 아니라 소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길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부동산 시장 붕괴’와 ‘주거 안정 파괴’의 길이다. 정부는 소유자 사회가 어떻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비극적 정책 오류를 초래했는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 공공임대 비율, OECD 평균의 절반
헌법 제35조에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거 안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는 초심을 잃은 지 오래다. 추석 직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반지하 거주자들은 ‘보증금 몇백만원 오르는 게 수해보다 더욱 무서운 일’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해 복구비 100만원이 아니라 금액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주거 안정에 대한 절박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거 안정 정책에는 주거 ‘안정’이 들어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4%로 OECD 국가의 평균인 11.5%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이라는 미명하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주거 불안정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규제 완화와 대출 확대 등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정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주거 안정을 그 중심에 놓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진정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단 보금자리주택 중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 및 민간임대 주택의 공급 확대 계획과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민간 전세임대의 경우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공공이 공급하는 장기 전세처럼 임대료 인상의 상한선을 부여하는 등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개혁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전 정부가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왜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계속 확대해 시행해왔는지 되새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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