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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게임, 올림픽도 ‘노크’
[Culture & Biz] 아시아경기대회로 본 e스포츠의 미래
[102호] 2018년 10월 01일 (월)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 2018년 8월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 경기대회에서 한국과 중국 대표팀이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18회 여름 아시아경기대회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이것도 스포츠?’라며 의아한 눈길로 바라본 종목이 있었다. 시범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이(e)스포츠 게임이다. e스포츠 아시아경기대회 진출의 뒷면에는 올림픽 등 다른 국제 경기에 비해 저조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의도가 있다. e스포츠를 거대 시장으로 보고 많은 투자를 해온 중국의 알리바바가 후원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2018년 3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028년 올림픽에 e스포츠가 채택되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e스포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 e스포츠 세부 종목은 6개였다. 한국은 지역 예선을 거쳐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두 종목에 출전해 메달을 얻었다. 누구나 금메달을 점쳤던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중국에 져 은메달에 그친 게 좀 아쉽지만, e스포츠 강국 면모를 보여줬다. 중국은 금 2, 은 1를 얻어 신흥 e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이하게 베트남이 동메달만 4개를 땄다. 메달 수로는 가장 많다. e스포츠와 게임 시장에서 베트남의 존재를 실감했다. e스포츠는 여러 아시아 나라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때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한 한국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인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꺾인 e스포츠의 위상을 다시 확인해 씁쓸했다.
 
한국 e스포츠의 20년 역사 
e스포츠 시범종목 채택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게이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즐기는 스포츠가 대형 국제대회 경기로 채택돼 전세계에 중계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게이머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지상파 방송으로 중계돼 e스포츠를 지상파에서 즐기는 드문 기회이기도 했다. 
 
반면 의외로 주변의 많은 사람이 “뭐야, 게임도 스포츠야?”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e스포츠가 대중 스포츠의 반열에 올라서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넷에서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e스포츠 중계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멋있게 부르는 단어 정도로만 아는 e스포츠는 대한민국 법률에도 기재된 어엿한 스포츠 종목이다. 정부는 2012년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e스포츠를 정식 또는 준체육 종목으로 지정했다.
 
e스포츠를 두고 태권도처럼 한국이 종주국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원형이나 출발점을 따지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지만, e스포츠 개념이 나온 데는 한국 영향이 크다. 한국에 e스포츠협회가 설립된 때가 거의 20년 전인 1999년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침체된 분위기에서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초고속 통신망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때였다. 당시 분위기에 힘입어 게임산업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피시(PC)방 문화는 자연스럽게 게임을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e스포츠는 게임산업이 동네 꼬맹이들 오락실 문화에서 벗어나 지력을 겨루는 전자스포츠로, 다양한 파생 서비스업을 발전하게 할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정부가 주도해 국가적으로 게임산업을 장려하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실험에 정부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프로게이머’라는 용어가 나오고, 게임대회 중계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 채널이 생겨났다. 지상파 방송에 게임 관련 예능 프로그램도 편성됐다. 20년 전 한국의 게임산업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렸다.
 
e스포츠는 한국 게임산업의 최전성기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e스포츠라는 말이 유행한 2000년대 초반, 초등학생이 가장 되고 싶은 사람 중 하나가 프로게이머였다. 게임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긍지였던 시절이다. 게임산업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급 일자리를 늘렸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게임산업을 장려하고, 콘텐츠 수출의 70%를 게임산업이 차지해 국가 경쟁력에 크게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11년 청소년들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게임 셧다운제’를 계기로 한국 게임산업과 e스포츠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게임 셧다운제가 한국 게임산업에 끼친 영향은 단지 청소년들이 심야에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청소년 보호’ 수준을 넘어선다. ‘게임은 안 좋은 거야. 그래서 규제해. 나쁜 거니까 하지 마’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했다. 당시 여당 대표가 “게임은 마약”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선봉장에서 사회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임 셧다운제는 정권이 바뀐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이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사후약방문”이라고 했다. 게임 셧다운제가 유효했던 온라인게임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의 트렌드가 모바일로 넘어가 이 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규제가 됐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실력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부활을 기대하며
e스포츠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9억600만달러(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보다 38%나 늘어난 수치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5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6년 830억원이던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스포츠 시장으로는 축구와 야구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e스포츠를 아직도 잘 모른다며 무시하는 사람에게 늘 해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e스포츠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다. 중국 시장 인기에 힘입어 리그오브레전드 세계 챔피언 상금이 50억원을 넘는다. 이게 얼마나 큰돈인지는 골프대회 상금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웬만한 메이저 골프대회 우승 상금은 20억~30억원 수준이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이 대회를 월드컵에 비유해 ‘롤드컵’이라 한다. 이 대회 단골 우승팀이 한국이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우승팀 구성원은 달랐지만 한국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뿐만 아니라 중국 IT 기업은 e스포츠를 게임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스포츠 영역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은 e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마윈 회장이 꿈꾸는 대로 2028년 올림픽에서 e스포츠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e스포츠는 컴퓨터게임에서 파생된 새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 콘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하는 것뿐 아니라 구경도 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개발업체들은 관전 모드에서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인다. 그래서 젊은층에서 게임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인기가 높아지고, 상당수가 구독자 수 상위에 올라 있다. 게임 전문 인터넷방송 <트위치>가 대표적이다. ‘직접 플레이’에서 ‘관전’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이 e스포츠의 본모습이다. 
 
한국 게임산업 1세대인 필자의 개인적 바람은 아시아경기대회의 e스포츠 시범종목 채택을 계기로 국내에서 게임과 e스포츠에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게임과 e스포츠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기를 바란다. 정부와 민간기업은 국가 공인 e스포츠 리그를 활성화하는 등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한때 세계 게임시장 트렌드를 이끌던 한국 게임의 영광을 되찾고, 한국이 e스포츠의 진정한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 문동열은 영상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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