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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강국 코리아는 지속되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102호] 2018년 10월 01일 (월) 김윤태 alea@kotra.or.kr
김윤태 KOTRA 유럽지역본부장 
 
   
▲ 전세계 1700여 가전기업이 참가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2018 IFA’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International Funk Ausstellung)가 독일 베를린에서 2018년 8월31일부터 9월5일까지 6일 동안 열렸다. 내로라하는 전세계 1700여 가전 기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우리나라도 삼성, LG 등 대기업부터 쿠쿠, 엔유씨전자 등 중견기업은 물론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 총 60여 업체가 참가했다. 
 
유럽 최대 명품가전 박람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규모나 기술 면에서 한층 진화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주최 쪽과 업계가 예상한 대로 인공지능(AI)과 연계한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고해상도 8K TV, 로봇 등이었다. 
 
관람 포인트는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한 맞춤형 ‘인공지능’ 생태계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모든 생활 양식을 통합하고, 사용자와 끊임없는 교류로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제품을 전시회장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혹은 사물인터넷을 탑재한 가전제품은 업체 대부분이 전시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인공지능이 사물인터넷으로 가전을 원격 제어하고, 사용자 맞춤 설정으로 스마트홈이 일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각종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 등으로 제어할 수 있는 냉장고 전면의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보면서 급변하는 새로운 기술을 실감했다. 이외에도 구글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처럼 사용자의 어떤 명령이든 구현하는 고품질의 인공지능 식기세척기, 에너지 절약 세탁기, 커피머신 등 음성과 동작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가전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가전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탑재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과 로봇, 8K TV 등도 관심을 끌었다.
 
삼성·LG 두 한국 기업이 IFA 주도
2018년 박람회 분위기를 이끈 기업은 단언컨대 가전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LG였다. 프리미엄급 생활가전부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경쟁국과 경쟁사를 압도했다. 이들 기업은 별도 홀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스마트홈 시대가 왔음을 당당히 선언했다.
 
삼성전자 전시관 IoT존에 위치한 ‘인텔리전트 홈’에서는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로 진화한 가정 내 모습을 시연했다. 위치기반기술(GPS)로 집에 도착하기 전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미리 작동해 집 안을 환기했다. 사용자가 집에 들어서자 QLED TV,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LG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에어컨, 오븐, 의류관리기가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인 ‘LG 씽큐’에 유기적으로 연결돼 유용한 기능들을 선보였다. 조작 없이 목소리만으로 전원을 켜고 껐으며, 의류 관리 코스를 설정할 수 있는 ‘LG 스타일러 씽큐’도 이색적이었다. 
 
전시 제품에서 삼성과 LG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었다. 삼성은 ‘갤럭시 노트9’와 홈IoT 가전제품, ‘빅스비’를 전면에 전시했다. 이에 비해 LG는 클로이 로봇, 초대형 OLED로 장엄한 장면을 연출해 ‘프리미엄 TV=LG’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삼성은 관심을 끌 만한 로봇 제품이 없었고, LG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모바일 전시 위주였다. 반면 일본 소니는 영화, 영상, 스피커 등 음향기기, 방송 장비, 반려동물 로봇 등을 선보였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8K TV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달리, 소니는 4K TV를 전시했다. 적어도 TV 분야만큼은 우리나라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지금은 중국 기업이지만 일본 브랜드인 샤프는 ‘비 오리지널’(Be Original)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독창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전통 가전 강호인 그룬디히, 베스텔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도 여전히 주목할 만했다. 
 
   
▲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2018 IFA’에서 삼성전자(왼쪽)와 LG전자가 홈인텔리전트 가전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경쟁을 벌였다. 연합뉴스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 경계해야
가전박람회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1700여 참가 기업 중 660여 곳이 중국 기업으로 39%에 이르렀다. 
 
그동안 유럽 명품 가전시장에서 소비자한테 외면받던 ‘하이얼’ 브랜드가 전시관의 한 홀 전체를 사용하며, 유명 브랜드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불과 10년 전 ‘스위스 가전박람회’에서는 한쪽 구석에 재고 상품처럼 전시돼 있었는데 지금은 유럽 최대 명품 가전박람회의 메인 홀에 있어 놀라웠다. 
 
현재 중국 가전업체들은 전세계 소비자로부터 조잡하고 명품을 모방한 수준이라고 조롱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다. 제2의 하이얼을 꿈꾸며 앞만 보고 나가는 전략을 펼 것이다. 거대한 자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머지않아 한국 가전산업을 위협할 날이 올 것이다. 창피를 이겨내는 전략이 하이얼, 하이센스, TCL, 메이디 등 중국 기업의 성장 전략이었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IFA NEXT’에 한국 스타트업도 대거 참여했다. 프렌치 테크(French Tech)가 주관하고 30여 업체가 참여한 프랑스 스타트업관을 비롯해 선진국 기술 벤처기업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구성한 한국관 분위기는 생동감이 넘쳤고, 업체마다 바이어와 상담에 여념이 없었다. 가전산업, ICT 산업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가전강국 한국의 약점, ‘허리가 부실’
가전강국 한국에도 약점은 있다. 위로는 잘나가는 대기업이 있고, 아래로는 두려움을 겁내지 않는 스타트업이 성장 중이지만,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상대적으로 허약하다. 쿠쿠, 윈디스, 큐빙스, 코웨이 등 일부 중견기업만이 유럽 히든챔피언과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과 고군분투할 뿐이다. 스타트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성장 사다리 생태계가 가전산업에는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유럽의 소형 가전기기 중소·중견 기업들은 커피(유라, 드롱기), 믹서(키치아트) 등 저마다 강점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에서 스마트홈 시대에 걸맞은 신제품을 선보였다.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현혹하는 디자인, 원색을 토대로 한·중·일 제품과는 뚜렷한 차별화를 보였다. 창의적인 디자인, 혁신적인 고객 서비스로 치열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는 뜻이다.
 
조리할 때 연기를 집 밖으로 배출해주는 가스레인지 후드 사례를 보자. 우리는 통상 가스레인지 위에 설치하는 제품에 익숙하다. 하지만 IFA에서 선보인 가스레인지 후드는 뒷면을 세로로 배치하고 LED 화면을 추가해, 주부가 요리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진화한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형 중소기업이 세계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려면 디자인, 연구·개발, 가격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마케팅 성공 여부가 핵심이다. 그래서 많은 경비 지출을 감내하더라도 해마다 관련 업체가 IFA 같은 국제전시회에 참가하는 이유일 것이다.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추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글로벌 전문 후보 기업이 알아두면 유익한 사업이 있다. 코트라가 운영하는 ‘월드 챔프 사업’이다. 코트라와 기업이 각각 50%씩 분담해 최대 1억5천만원까지 해외 마케팅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통상적으로 허리가 강해야 조직이 튼튼하다고 한다. 한 나라의 산업구조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만이 혁신기술을 주도할 수는 없다. 중견·중소 기업이 대기업으로 육성되고,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으로 클 수 있도록 우리 가전산업 생태계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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