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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부동산 투기 ‘파생시장’
[Special Report]주택 소유자 사회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조성찬 economyinsight@hani.co.kr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시장의 수요·공급 자동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수요와 공급의 비대칭이 일순간에 심각해지면 대란이 발생한다. 여기에 ‘정부의 수요·공급 인위 조절 기능’ 실패가 결합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바로 최근의 ‘전세 대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의 전세 대란 발생 원인은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로 구분해볼 수 있다. ‘부동산투기 파생시장’인 아파트 전세시장의 작동 원리를 통해 ‘시장 실패’를 살펴보고, 거품에 의존해 주택 소유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경기부양과 ‘보수 정치세력 강화를 통한 정권 재창출’을 추구하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 전략’을 통해 ‘정부 실패’를 살펴보기로 하자.
지가는 미래에 걸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대 흐름을 자본화(Capitalization)한 것이다. 여기에 투기적 가수요가 결합하면 지가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해지며, 토지와 결합된 주택 역시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투기적 가수요가 실제 구매력을 갖도록 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결합하면 주택가격 거품, 정확히 말해서 지가 거품이 생성된다. 지가 거품의 주기적인 확대 및 붕괴는 금융위기 등 각종 문제를 초래하는데, 한국은 독특한 전세(傳貰)제도 때문에 전세 대란이 발생했다.
한국 고유의 전세제도는, 조선 중기부터 서울 지역에서 곡물창고 등을 빌릴 때 이미 존재했다. 또한 1910년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관습조사보고서’(慣習調査報告書)에 따르면, 전세제도는 이미 가장 일반적인 주택임대차제도였다. 조선시대에 왜 전세제도가 발생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오늘날의 전세제도는 1970년대 다가구주택 공급과 1980년대 아파트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제도금융을 이용하지 못한 개인의 사(私)금융 수단이었음이 분명하다. 2004년 장기주택자금대출이 도입됐고,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려고 애쓰는 현재에도 이 제도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전세주택 공급자의 처지에서 살펴보자. 투기 목적의 아파트 구입자는 담보대출로 구입한 뒤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전까지 보유한 아파트를 잠시 전세주택으로 공급하고, 매매가의 30~70%에 달하는 전세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갚아 금융 부담을 줄인다. 이때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투기 성향의 ‘아파트 구입-전세주택 공급 메커니즘’의 전제가 된다. 다음으로 전세주택 수요자의 처지에서 살펴보자.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때, 목돈을 보유한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는 담보대출을 이용해 아파트를 구입한다. 그런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동일한 수요자는 자산 손실을 피하기 위해 가격이 저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전세주택에 거주하려 한다. 이들 역시 간접적인 투기 성향을 보이게 된다.
결국 아파트 전세시장은 ‘부동산 투기 파생시장’으로 볼 수 있다. 전세 수요가 있어서 전세 공급이 따라온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투기 목적으로 구입해 잠시 전세로 공급하면서 전세 수요가 따라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파트 전세시장은 ‘임대자 우위 시장’(Lessor’s Market)에 해당한다. 이런 특성은 지금 전세 수요가 급증한다고 해서 민간의 전세 공급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2006년 9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게시판에 나붙어 있는 월세 매물.

 
투기수요 감소로 전세 공급 줄어
부동산 투기 파생시장인 아파트 전세시장은 투기 성향을 보이는 매매시장에 민감하기 때문에 시장으로서의 독립성이 부족하다. 전세 대란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발생했는지 다음의 전세 수요 식을 통해 살펴보자.

 주택 수요= 매입 수요 + 임차 수요
= (실거주 수요 + 투기적 가수요) + (월세 수요 + 전세 수요
)

 전세 수요 = 주택 수요-(실거주 수요+투기적 가수요)-월세 수요

전세 수요 식에서 주택 수요와 월세 수요가 단기간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전세 수요는 실거주 수요와 투기적 가수요에 영향을 받는다. 이때 전세 대란이 발생한 첫째 요인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거주 목적의 매입 수요가 줄고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수요의 이동’(Shift of Demand)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둘째 요인은, 투기적 가수요의 감소로 민간 전세주택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분양 아파트와 전세 수요는 급증하지만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기존 전세주택 공급자는 금융비용을 줄이려고 전세주택 수요·공급의 비대칭적 상황을 이용해 전세가격을 올리기에 급급하다.
‘오너십 소사이어티’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2월 28일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뒤, 2004년 대선 승리 후 새로운 어젠다로 채택했다. 오너십 소사이어티 지지자들은 시민이 자산을 소유하게 되면 자산 가치에 영향을 주는 국가(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며(정치적 보수화), 보유 자산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부동산 경기부양)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품에 의존한 이 전략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키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오너십 소사이어티의 역설’에 빠지고 말았다.
새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오너십 소사이어티 전략’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일관되게 매매주택 공급확대 및 수요확대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2008년 9월19일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 방안’에서 서민 주거정책이 기존 공공‘임대’주택에서 공공‘분양’주택으로 자가 보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이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150만 호 공급 계획을 소형 분양주택 90만 호 공급(10년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20만 호 포함), 임대주택 60만 호 공급으로 바꾸었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2009년에 7만7028호로 2007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한 반면, 공공분양주택 공급은 2009년에 9만8655호로 2007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공급 감소로 주택가격 하락기에 증가한 전세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세 대란이 더욱 확대됐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소유권 사회’ 모방하는 MB정부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의 공통적 원인은 결국 시장을 관리하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토지 불로소득 사유화’를 허용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전세 대란, 더 나아가 주택공급 체계를 정상화하려면 ‘거품 탈피형 주택소유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먼저 주택소유 정책이 거품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정부가 폐기한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다시 복원시키고, 주택담보대출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돼 실수요 ‘대기자’들이 주택을 구입하면서 전세 수요가 흡수된다. 다만, 토지 불로소득이 건설업자와 주택 투기자에게 돌아가지 않게 되면서 민간 신규주택 공급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부족해진 공급은 제도 변화로 시장에 나오게 되는 기존 주택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즉 무분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이 아니라, 주택 총량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민간분양주택 공급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새로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전세 대란 대책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구입해 전·월세 주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 정책은 민간 건설업체로 하여금 정부가 계속 미분양 주택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해 저가 분양을 실시하지 않게 한다. 따라서 이런 정책을 실시하려면 정부가 저가로 구입하거나, 파산 과정을 거친 건설업체의 미분양 아파트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거품에 의존한 주택소유 정책을 실시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미국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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