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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으론 한계, 유럽도 ‘흔들’
[Finance] 미국 증시 상승세 언제까지?
[102호] 2018년 10월 01일 (월)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중개인이 거래 주문을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뉴욕 증시의 상승세는 좀체 꺾이지 않는다. REUTERS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전쟁 여파로 조정 양상을 보이던 세계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런 흐름을 이끄는 것은 미국 주식시장이다. 미국과 세계의 주식시장은 보통 ‘동조화’ 현상을 나타낸다.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미국 주식시장 등락에 따라 세계 주식시장도 오르내린다. 미국 증시는 2018년 1월 최고점을 찍은 뒤 무역전쟁 영향으로 하락하다가 3월 말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사상 최고치인 역사적 고점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상승세가 무섭다. 세계 주식시장도 무역전쟁이란 악재를 비웃으며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의 좋고 나쁨이 금융시장을 결정하진 않는다. 신용경제에서 신용 확대와 축소에 따라 작동할 뿐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하락이 실물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데 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은 과연 괜찮은 걸까?
 
미국 증시의 허약 체질
누가 뉴욕 증시를 끌어올리는지는 이제 대다수가 안다.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사는 주체는 기업밖에 없다. 몇 년 전부터 뉴욕 증시는 오로지 자사주 사들이기로 지탱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관계자의 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상황에서 기업은 마음껏 부채를 늘릴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갖가지 기업 감세 정책이 시행됐다. 게다가 미국 경기는 호황이다. 그 결과 기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이 돈은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금융공학 열풍이 불면서 기업들은 주당순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린 주요 동력이다. 금융위기 뒤 시작된 강세장의 주역은 개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아니다. 기업이 주식시장을 선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사주 사들이기를 통해 강세장을 만들어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은 2018년 8천억달러(약 900조원) 규모의 주식을 바이백(자사주 매입) 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성이 넘쳤던 2007년의 5891억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장분석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기업들은 1분기에 2421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 2분기에는 그 액수가 4336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S&P500 기업 가운데 무려 350곳이 2018년 자사주를 사들였다. 최근 나이키(150억달러)와 월그린(100억달러)이 동참했다. 자사주를 10억달러 이상 사들이겠다고 밝힌 기업이 6월에만 31곳에 이른다.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자사주 사들이기 행렬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현금 동원력이 있을 때까지다. 수익이든, 신용이든, 돈을 벌거나 빌릴 수 있다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자사주 매입의 허실
문제는 기업이 자사주 사들이기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통상 기업이 자사주를 대량으로 사들이면 주가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자사주 사들이기에 나선 350개 기업 가운데 57%의 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3.2%)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큰 100개 기업의 주가 상승률도 1.3%에 그쳤다. 오라클은 2018년 자사주를 사는 데 120억달러를 썼지만 7월 첫째 주까지 주가가 6% 떨어졌다. 16억달러어치를 사들인 맥도널드는 7.4%, 45억달러어치를 사들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 하락했다. 
 
자사주를 사들일 만한 유인 요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암초는 또 있다. 현재 미국의 긴축 기조는 확실하다. 돈을 빌릴 수 있는 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달러 강세 현상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이 가까운 장래에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이 쉬웠으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매수자 역할을 해온 자사주 매입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일부에선 주식시장의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투자등급이 우량한 회사들은 자금조달 능력이 있어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자사주를 계속 사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이미 자사주 매입을 위해 실탄을 아낌없이 퍼부은 상황이다.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동안 다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선 6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23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2분기 순유출 규모는 202억달러로, 지난 대선 직전인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자사주 매입 행렬이 멈추면 누가 주식시장을 지탱할지 알 수 없다. 연료가 떨어진 시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보았듯 금융시장 붕괴는 실물경제 침체를 부른다. 투자자 혼란도 불가피하다. 주식시장 리스크는 그에 비례해 커질 것이다.
 
불안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주식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경제가 회복됐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뢰가 즐비하다. 미국 주식시장은 미국 투자자들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 그런데 유럽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투자자 관심이 무역전쟁과 터키·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위기에 쏠린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새로운 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위기는 고질적이다.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이를 정도로 높은 국가가 세금은 덜 걷고 재정은 더 쓰는 정책을 밀어붙인다. 극우와 극좌가 연정을 하는 이탈리아 정치는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 부산물이 포퓰리즘이다. ‘감세’와 ‘기본소득’이란 어울리지 않는 정책 조합이 나온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국채 수익률(금리) 격차가 무려 280bp(이자율 계산시 사용하는 최소 단위로 1bp는 0.01%)를 넘는다. 극좌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의 공약대로 예산안을 짠다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GDP의 3%를 넘게 된다. 유럽연합 권고안(재정 적자 3%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것이다. 정치 불안은 해외 투자자 이탈을 부른다. 투자자가 5월 340억유로, 6월 380억유로(약 50조원)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파는 바람에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스페인은 6년 전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에 1천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저축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서다. 집행된 400억유로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갚지 못했는데 새 위기가 시작됐다. 이번엔 소규모 저축은행이 아니라 대형은행들이 문제다. 신흥국들에서 벌인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가 화를 불렀다. 
 
신흥국 위기의 전염 
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스페인 은행의 터키 금융시스템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823억달러에 이른다. 프랑스·미국·영국의 750억달러보다 많다. 터키는 일부분일 뿐이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스페인 은행의 위험노출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1분기 기준으로 아르헨티나만 280억달러다. 아르헨티나 은행들이 외국에 진 빚 589억달러의 절반에 이르는 액수다. 브라질에 있는 스페인 은행들에선 1670억달러 정도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스페인 은행의 멕시코 투자가 1600억달러 규모이며, 칠레의 외국 은행 부채 가운데 43%를 스페인 은행이 차지했다. 
 
스페인 기업들도 라틴아메리카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스페인의 부동산 붕괴 이후 은행과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라틴아메리카를 대안으로 여겨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다.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이 스페인 기업에 투자 장벽을 낮춰줬다. 스페인 대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에너지 기업 레프솔, 인프라 기업 OHL, 통신사 텔레포니카 등이 대표적이다. 중남미가 곤경에 빠져들수록 스페인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유럽연합 3·4위의 경제 대국이다. 이들 나라가 흔들리면 현재 불거지는 미풍 수준의 신흥국 위기와 비교할 수 없는 태풍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이 다시 위기에 빠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언제까지 ‘나 홀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홀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거미줄처럼 엮인 세계, 그보다 촘촘히 연결된 금융시장 구조에서 미국만 안전할지는 의문이다. 신흥국 위기는 개별 국가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신흥국에 투자한 유럽 은행 등 거대 자본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거기에는 미국 자본도 포함된다.
 
돈이 증발하면 주식시장 타격은 불가피하다. 모래 위에 쌓은 마천루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10년, 과연 우린 그 위기에서 벗어난 걸까? 혹시 더 큰 위기의 씨앗을 키웠던 것은 아닐까? 미국이 선도하는 세계 주식시장의 고공 행진이 아슬아슬하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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