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인류에게 직면한 최대 도전과 선택은?
[경제와 책]
[102호] 2018년 10월 01일 (월) 전병근 journey.jeon@gmail.com

전병근 역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지음 | 전병근 옮김 | 김영사 펴냄 | 2만2천원
 
“별이 빛나는 하늘이 우리가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보여주는 지도이고, 그 길들이 별빛으로 빛나는 시대는 행복하다.” 헝가리 비평가 죄르지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 문화가 누렸던 세계의 일체성을 압축한 매혹적인 문장이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고 길을 찾던 그 시대와 달리 지금 눈앞의 하늘은 칠흑 같다. 혹은 요란한 빛 공해로 어지럽거나. 온갖 문제가 한꺼번에 기립해 부딪치고 문제의 답들마저 서로 충돌한다. 유발 하라리가 책 <사피엔스>와 함께 혜성처럼 떠오른 것도 이런 총체적 혼미의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깨진 거울처럼 조각나는 중이다. 아직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근대의 근간들이 와해되거나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불안에 휩싸여 있다. 흔한 일자리 불안만 해도 생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 깊이 정체성 위기와도 닿아있다. 신화와 종교를 뒤이어 공동체의 정신적 지반이 되었던 민족과 정치 이념도 힘을 잃어가는 중이다. 사회주의는 현실에서 파탄했고, 자유민주주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심연을 드러냈다. 구제금융으로 위기는 넘겼고 엘리트는 회생했지만 대중은 고통과 배신의 아픔을 삼켜야 했다. 그 분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 유럽의 극우 돌풍으로 역류하고 있다.
 
믿고 의지했던 거대 서사를 잃은 시대에 하라리는 출세작 <사피엔스>에서 인류를 주어로 먼 미래부터 오늘에 이르는 파노라마를 펼쳐 보였다. 후속작 <호모 데우스>에선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려 불안스레 미래를 전망했다. 이번 책은 목하 지구촌의 상황을 횡으로 조망한다. “지금 세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사건들의 심층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21개 장에 걸쳐 답이 이어진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자유주의의 실추와 디지털 전체주의의 부상, 데이터 소유에 따른 불평등 심화, 복잡하게 교차 갈등하는 정체성, 민족주의와 종교적 근본주의의 부활 가능성, 탈진실 시대와 대안으로서의 세속주의(과학적 회의주의)가 지니는 장점과 한계, 지식과 윤리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겸손 등 다양한 국제 현안이 망라된다.
 
거론된 이야기는 많지만, 인류가 직면한 도전은 크게 세 가지다. ①정보기술 발전이 불러올 항구적 파괴적 혁신, ②생명공학 기술 발전에 따른 인류의 생물학적 분화, ③무한 개발이 초래할 생태학적 파괴. 여기에 지금껏 산업화를 이끌었던 기술은 조만간 인간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내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디지털 독재’를 초래해 개인의 자유와 평등까지 껍데기로 만들 수 있다. 이제 대중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착취’가 아니라 그보다 못한 ‘무관한 존재’로의 전락이라고 우려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유주의 위기 진단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와의 대결에서 차례로 승리했다. 시장에 의한 정보 처리의 효율성이 중앙통제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라고 하라리는 해석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조만간 시계추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AI는 중앙 집중 체계의 효율을 분산 체계보다 훨씬 높일 수 있는데 기계학습은 분석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중략) 20세기 권위주의 정권의 주요 장애- 모든 정보를 한곳에 집중하려는 시도- 가 21세기에는 결정적인 이점이 될 수 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하라리는 자기 생각의 기원과 뿌리까지 드러내 보인다. 마지막 장에서 명상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불교적 세계관이 선명하다. 종교로서 신앙한다기보다 철학적 깨달음이자 일상의 수련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신경과학적 접근의 한계를 말하며 자기 내면의 관찰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대목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갈수록 거세지는 기술의 위세에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대응으로 깊은 생각과 그것을 위한 속도의 지연, 명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라리는 이 책의 목적이 일상사로 바쁜 사람들에게 세상에 대한 시야에 명료함을 주고 미래에 관한 토론에 참여할 힘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인류 차원에서 직면한 최대 도전과 선택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자극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의 말에 부응하는 책이다.
 

 
●인사이트 책꽂이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파쿤도 알바레도 외 4명 지음 | 장경덕 옮김 | 글항아리 펴냄 | 2만2천원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와 UC버클리는 2000년대부터 70여 개국을 대상으로 소득·자산의 축적과 분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첫 결과가 이 보고서로, 세계적 경제학자 100여 명이 자료를 수집·분석·해석해 완성했다. 1980년 이후 세계 하위 50%의 소득은 제자리였고, 상위 1%와 하위 50%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현재 81배로 벌어졌다.
 
 
 
 
   
 
데이터 분석의 힘
이토 고이치로 지음 | 전선영 옮김·이학배 감수 | 인플루엔셜 펴냄 | 1만4800원
오바마 대선 캠프는 어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6천만달러 후원금을 ‘더’ 모았는지, 정부가 전기요금을 얼마나 인상해야 절전 효과가 생기는지, 구글과 우버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사업 전략을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의미 없는 숫자 나열에 불과해 보이던 데이터가 어떻게 똑똑한 전략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정책으로 진화하는지 알 수 있다.
 
 
 
   
 
부와 혁신의 설계자들
김환표 지음 | 북카라반 펴냄 | 1만4천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가 레이쥔은 샤오미를 창업하면서 거창한 것을 버리고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인 제임스 다이슨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창의성과 비전에서 잡스와 공통점이 많다. 부와 혁신을 일군 설계자의 철학과 비전을 톺아보면 ‘관찰하기’와 ‘질문하기’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최강의 멘탈
루이 S. 초카 지음 | 이지연 옮김 | 부키 펴냄 | 1만4500원
어느 분야든 가장 높은 수준의 경쟁에서 최고 성과를 내는 사람은 언제나 강력한 ‘멘탈’ 소유자다. 압박감에 굴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착함을 유지해 맡은 일을 유능하게 해내고 뛰어난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성공한 운동선수들과 특수작전부대가 비밀스럽게 사용하는 5가지 멘탈 스킬을 정확하고 빠르게 습득하는 길을 안내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0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