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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란’은 전세 소멸의 신호탄
[Special Report]주택 소유자 사회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임일섭 economyinsight@hani.co.kr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주택매매가격의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09년 1월 이후 지난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7% 상승에 그친 반면, 전세가격은 12.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움직임은 더욱 큰 괴리를 보이는데, 매매가격은 1.3%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전세가격은 15.9% 상승했다. 이로 인해 2008년 말 저점을 찍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난 10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와 서울 아파트는 각각 56.4%, 43.5%에 달한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움직임이 반대로 가는 현상은 일견 특이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장기 추이를 보면 과거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다. 매매 및 전세 가격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할 때,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동향은 크게 5개 국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까지인데, 이때에는 주택보급률이 낮은 가운데 ‘3저(저금리·저달러·저유가) 호황’에 따른 소득 증가 등을 배경으로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1987~90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20.4%, 19.8%에 달했다. 그러나 분당과 일산 등을 비롯한 2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이 추진되면서 1991년을 정점으로 매매가격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 둘째 국면인 1991~96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평균 0.7% 하락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하향 안정세를 보인 반면, 전세가격은 연평균 6.2% 상승하는 등 최근과 유사하게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반대로 움직였다. 셋째 국면인 1997~2000년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주택시장이 급격한 침체와 반등을 겪은 예외적인 시기였다. 2001년 이후 저금리와 내수부양, 전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주택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넷째 국면인 2001~2009년 매매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은 8.0%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전세가격은 5.5%로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에 머물렀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국면, 올해 들어 매매가격은 1.4% 상승에 그친 반면 전세가격은 6.3% 올라 다시 양자의 움직임이 괴리되고 있다.

매맷값-전셋값 탈동조화
매매가격이 안정된 가운데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은, 최근뿐만 아니라 1990년대에도 상당 기간 지속된 적이 있다. 이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선행하며, 결국 양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일각의 주장이 쉽게 일반화될 수 없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며, 전세주택이라는 상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또한 전세주택과 매매주택은 모두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상품이며, 따라서 일종의 대체재 관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매매주택과 전세주택의 관계가 일반적인 대체재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매매가격의 움직임이 매매주택 수요를 매개로 하여 전세주택 공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으로의 전근, 일시적인 해외 이주 등으로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지역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전세주택의 공급자는 대부분 다주택 보유자다. 즉 전세주택의 공급이 늘어나려면 실제 주택도 활발하게 건설돼야 하지만, 동시에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추가로 주택을 구입해 전세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만약 어떤 이유로 다주택 보유에 대한 유인이 감소한다면, 전세주택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세주택의 공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전세주택의 공급자인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 이외에 추가적으로 주택을 구입해 전세를 주는 행위, 즉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전세금이라는 형태로 타인 자본을 빌려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 투자를 뜻한다. 이 경우 집주인의 기대이익은 주택의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이 된다.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100%에 미달하는 한 주택을 구입하려면 자기자본이 필요하므로, 향후 주택가격의 상승분이 자기자본의 기회비용을 초과할 것이라고 기대할 때, 전세를 이용한 주택 투자를 하게 된다.
요컨대 전세주택의 공급은 물리적인 주택 건설뿐만 아니라 향후의 매매가격 전망에 의해 좌우되며, 주택시장 호황에 따른 투기적 매매 수요 증가는 전세주택 공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제자리에 머무른다고 하더라도, 집주인은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과 자기자본의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손실을 보게 된다. 요컨대 전세주택 공급은 매매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전제로 한다. 만약 매매가격이 안정되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지면 전세주택의 공급은 위축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월세로 전환되거나 매매시장에 나오면서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것이다.
이상의 논의는 전세주택의 공급에 대한 것인데, 다른 한편으로 매매가격의 하향 안정은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매매가격이 안정되거나 향후 더욱 하락할 것으로 기대될 때, 잠재적인 주택 구매 대기자들은 주택 구입을 뒤로 미루게 되며, 이는 전세 수요 증가로 나타난다. 매매가격 안정은 한편으론 전세 공급 위축, 또 다른 한편으론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매매가격은 정체된 가운데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매매가격이 장기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1990년대, 그리고 최근 들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이런 관계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 최근에 주택 공급 물량이 적잖음에도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미분양과 미입주가 증가하는 것도 전세주택의 공급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지난 9월 말 기준 10만 호에 달하며, 올해 공급된 신규 입주 물량은 약 30만 호(수도권 17만 호, 지방 13만 호)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입주 계약자들이 매매를 포기하거나 계약을 지연시키면서 미입주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010년 신규 입주시장의 3개월 이내 입주율은 수도권의 경우 50%대, 지방은 40%대를 하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미 건축된 주택이 분양과 입주를 통해 전세시장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것도 전세주택 공급을 위축시킨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주택 ‘투자’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고유한 주택임대차 제도로 알려진 전세제도는, 매매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로 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최근의 주택 거품 존재 여부와 대세 하락 가능성 등에 대한 논란은 별개로 하더라도, 가계의 과도한 부채 부담과 소득 대비 높은 가격 수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매매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상황에서 매매가격의 안정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정착되면 궁극적으로는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시장이 사라지고 월세 형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이뤄진 주택 투자 형태(전세)가, 안정적인 고정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월세)로 변화될 것임을 뜻한다.
   
 

물론 전세에서 월세로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비중은 2003년 59.2%까지 상승했다가 등락을 거쳐 지난 10월 56.7%로 하락했지만, 아직도 전체 임대차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매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모든 제도가 갖는 관성적인 속성을 감안할 때 수십 년간 지속된 전세제도가 쉽게 없어질 수는 없다. 또한 집주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면 전세보증금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취약한 집주인은 당장 월세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 최근 들어 나타나듯이,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대체하는 이른바 ‘반전세’ 형태가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매매가격의 안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하향 안정세가 정착되면, 전세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결국 전세제도가 소멸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신규로 다주택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쇠퇴하면서 전세주택의 추가 공급이 둔화될 수 있으며, 이때 매매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전세가격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존 전세주택이 점차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동안 전세제도가 유지돼온 배경이 이른바 ‘대세 상승’, 즉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었다고 하더라도 전세제도가 서민층에게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목돈을 마련할 능력이 없을 때, 전세는 월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호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서민층의 주거 환경 안정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또한 전세제도와 결합된 ‘대세 상승’ 기조는 무주택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지만, 이런 불만이나 좌절감이 사회적 갈등의 심화와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기제도 동시에 작동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약제도를 통한 아파트 선분양 시스템이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분양주택에 당첨되면 상당한 수준의 자본이득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아파트 선분양 제도는 무주택 서민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투기적 형태로 실현시키는 제도였던 셈이다.
 
전세, 서민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올해 3분기로 접어들면서 주택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 하락세가 진정됨에 따라 주택가격의 재반등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논의가 등장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움직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소득에 비해 매우 높은 주택가격, 과도한 부채 부담 등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거의 소진됐다는 점,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주택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매매가격 안정과 전세가격 상승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중·장기적인 구조 변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그러면 이 변화는 무주택자와 서민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내 집 마련이 서민의 인생 목표가 되고 있지만, 자가주택 보유율이 60% 내외에서 맴도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모든 사람이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임대차시장의 존재는 불가피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온 전세시장이 변화할 경우, 서민층의 주거 환경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주택매매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겠지만, 무주택 서민의 처지에서는 당장의 주거 환경을 위해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임대차시장의 변화가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임대차시장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과도기적으로 전세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기존 전세주택이 월세로 전환될 경우, 서민층의 주거 비용은 오히려 증가해 주거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매매가격 급등은 무주택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만, 전세가격 급등은 서민층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물론 1980년대 전세가격의 상승률이 연간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전세가격이 6.3% 상승한 2010년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며 실질소득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에서 빨리 회복됐다고 하지만, 20여 년 전에 비해 성장률 수준이 낮고 산업 간 격차 확대와 양극화 등으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 생존권에 해당하는 주거 환경의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다.

전세시장 위축되면 주택투기 줄어들 것
매매가격의 급등락을 억제하는 것도 주택정책의 중요한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이 매매시장의 참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매매가격의 장기적인 하향 안정화 추세가 지속되면, 과도기적으로 전세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는 전세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세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급돼 있음에도 미분양과 미입주 등으로 사실상 주택시장에서 배제된 물량을 전세시장의 실질적인 공급 물량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전세시장의 위축과 소멸은 주택임대차시장에서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 주택투기자들이 사라지게 됨을 뜻한다.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한 투기적인 주택 수요의 소멸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동안 이들이 담당하던 역할, 즉 임대주택의 공급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민간 회사의 장기임대주택 등이 활성화돼야 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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