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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밀림이 파괴되고 있다
[Focus] 지옥의 정글- ① 불법 금 채굴의 민낯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보석과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수은에 중독되고 자연은 파괴된다. 페루에선 마약 밀매조직이 금 채굴 사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열대우림을 독을 뿜는 사막으로 황폐하게 만들었다.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 페루 여인이 마드레데디오스 남부 아마존 지역에서 불법으로 금을 채취하고 있다. REUTERS
‘해병 10여 명이 금 채굴업자 수만 명을 감독한다?’ 수적으로 이만큼 불평등한 싸움이 또 있을까? 지안카를로 보기아노 소위와 그의 병사들은 배에 폭발물을 싣고 다닌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주둔한 해병들은 불법 금 채굴업자로부터 열대우림을 보호하고 있다.
 
뇌관총에 실탄이 장전되자 한 해병 장교가 “폭발까지 2분!”이라고 외쳤다. 해병들이 배에 올라탔다. 엔진의 ‘웅웅’ 소리와 함께 배가 강 반대편으로 힘차게 움직였다. 고막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이내 금 채굴업자들의 뗏목이 화염에 휩싸였다. 검은 연기가 말리노프스키강과 인접한 재규어, 맥(tapir), 수천 년 된 나무들의 고향인 탐보파타 국립공원 위로 솟구쳐 올랐다.  
 
페루 남동부 열대우림은 세계에서 생물종이 다양한 정글 중 하나다. 해병들이 금 채굴업자들의 채굴 장비를 보이는 대로 폭파하는 이유다. 수많은 폭발에도, 해병들이 이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숨겨지지 않는다.
 
‘지옥 정글’로 변한 페루 열대우림
안데스산맥에 매장된 금은 전설처럼 전해진다. 과거 스페인 정복자들이 전설적인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를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수만 명의 금 채굴업자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아마존강으로 모여들고 있다.
 
현대 버전의 미국 서부 골드러시가 라틴아메리카를 급습하고 있다. 서부 개척 시대를 방불케 한다. 페루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 극빈층과 노름꾼들이 골드러시 꿈을 좇고 있다. 이들은 일단 아마존강 유역을 따라 정글을 개간한다. 그다음 물살이 거센 아마존 지류의 미사(모래진흙)를 파서 뒤집고, 퇴적물에서 금과 독성이 있는 수은을 분리한다.
 
불법 금 채굴업자들은 거주 공간을 뚝딱 세운 속도만큼 사라질 때도 아주 빨리 철수한다. 아마존강 유역은 비양심적인 금 채굴업자들이 지배하며 강제 매춘, 불법 아동노동, 살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타락한 법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단체 베리테(Verité)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금 무역에서 마약 밀매조직들의 참여와 투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값 상승과 강화된 마약 밀매 관리·감독 등의 여파로 이탈리아 범죄조직 ‘은드랑게타’(Ndrangheta), 멕시코의 ‘시날로아’(Sinaloa), 중국과 러시아의 범죄조직들이 페루의 열대우림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 밀매조직을 아프리카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전쟁 중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로 그 수입금이 전쟁 수행 비용으로 충당됨) 밀매조직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약 밀매조직은 금 채굴업자에게 모터펌프·전기톱·오토바이 등을 지원하고, 반대급부로 수익 대부분을 챙긴다.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불법 채취된 금은 이미 코카인 가치를 넘어섰다. 마피아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스위스·아랍에미리트 금 시장에서 불법 채취된 금이 판매되고, 동시에 돈세탁까지 이뤄진다. 대부분의 서구인은 남미에서 채취한 금으로 만든 결혼반지, 목걸이, 스마트폰 등을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열대우림이 무차별적으로 파괴된다는 사실이다. 프랑크푸르트동물협회(FZS)의 하우케 호프스는 “지구에서 귀중한 열대우림 중 하나가 독성 가득한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며 “페루가 회복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래전부터 페루에서 자연보호 활동가로 일하는 그는 페루 남동부 마드레데디오스 지역이 골드러시로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만 5만~7만 명의 불법 금 채굴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아마존강 퇴적물에서 금을 채취하는 데 사용하는 수은 양이 연간 90t을 훌쩍 넘는다.
 
페루 정부가 2016년 이 지역에 위기 경보를 내렸을 정도로 수은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험 결과, 일부 마을에선 90% 이상 주민의 신체에 독성이 강한 수은이 위험할 정도로 축적돼 있었다. 이 지역에서 금 채취로 벌목된 숲만도 7만ha에 이른다. 금 채굴업자들은 자연보호 지역에서조차 금 채굴을 위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2015년 금 채굴업자들은 급기야 탐보파타 국립공원에서도 금을 채취했다.
 
페루 정부는 해병을 파견해 금 채굴업자들을 탐보파타 국립공원에서 쫓아냈다. 말리노프스키강은 군인과 금 채굴업자 사이에 일종의 전선이 됐다. 탐보파타 국립공원의 완충지 역할을 하는 말리노프스키강 북부 라팜파 지역은 어느새 4만여 명에 이르는 불법 금 채굴업자에게 점령당했다. 다행히 말리노프스키강 남부는 원시 그대로 거대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페루 국가권력이 불법 금 채굴업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데 성공할까? 국가권력은 진정 이들에게 재갈을 물릴 의지가 있을까?
 
금 채굴업자 소탕에 무기력한 정부
어느 무더운 날 아침, 탐보파타 국립공원 경계선에 위치한 아줄 해병경계초소 인근 숲 위로 햇살이 마치 총탄처럼 쏟아지고 있다. 보기아노 소위와 그의 병사들이 잠에서 덜 깬 채 달달한 퀴노아죽을 먹고 있다. 이들은 전날 페루 남동부 마드레데디오스주의 주도 푸에르토말도나도에서 탐보파타 인근까지 처음에는 픽업트럭으로, 나중에는 배로 꼬박 11시간 걸려 왔다.  
 
식사를 마친 보기아노 소위와 병사들이 대기실에 모여 현황 관련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페루 공원청 소속 탐보파타 국립자연보호지구 대표인 블라디미르 라미레즈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금 채굴업자들이 말리노프스키강으로 몰려들었을 때 가장 먼저 군대에 대책을 요구한 이다. “우리 공격 목표는 금 채굴업자들의 병참지다.” 군인들은 지난 몇 년간 500만유로(약 64억5천만원)에 이르는 금 채굴업자들의 수송 장비를 파괴했다. 이들은 지금도 금 채굴업자들의 수송용 뗏목, 보트, 흡입 펌프, 발전기를 최대한 많이 파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기아노 소위와 병사들이 공격용 소총을 어깨에 메고, 날렵한 보트에 올라탔다. 이들 행선지는 말리노프스키강이다. 강 양쪽으로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둡고 우거진 숲이 펼쳐진다. 악어들이 모래톱에서 광합성을 즐기고 있다. 민물 거북이들은 말리노프스키강에 떠다니는 죽은 나뭇가지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밀크커피 같은 색깔의 강은 태초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처럼 거칠고 시류를 초월한 것처럼 보인다. 
 
안타깝게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렸다. 밀림을 자랑하던 녹지대는 커다란 웅덩이와 폐석 더미, 진흙과 모래가 뒤엉킨 지대로 변했다. 금 채굴업자들이 대충 엮어 만든 수송용 뗏목이 강가에 떠 있다. 황무지에는 푸른색 플라스틱 덮개와 가솔린 통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황폐한 땅에서 금 채굴업자는커녕 개미 한 마리 찾기 힘들다. 하지만 보트에서 내린 병사들은 진흙에서 방금 전에 찍힌 듯한 타이어 자국을 금방 찾아냈다. “금 채굴업자들이 우리가 온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우리가 올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라미레즈 국립자연보호지구 대표에게는 이 광경이 새삼스럽지 않다. 마드레데디오스 지역에서 부정부패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경찰도 뇌물을 받는다. 그는 뇌물을 받지 않는 경찰이 오히려 위협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그 자신도 금 채굴업자들의 표적이라고 했다. “적어도 2016년 이후부터는 마피아가 이곳을 지배하고 있다.”
 
외형상으로 페루가 불법 금 채굴업자 소탕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처럼 보인다. 페루 정부는 2012년 수도 리마에서 금 채굴업자 소탕 작전을 시작했다. 금 채굴업자들의 불법 캠프가 파괴됐고, 연료 수송은 규제 대상이 됐다. 
 
불법 금 밀매조직 수장 중 한 명이자 ‘블러드 골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페드로 페레스 미란다 검거에도 성공했다. 리마에 있는 그의 빌라에서 자동무기와 호화 차량 5대가 압류됐다. ‘피터 페라리’라는 별명을 가진 미란다는 6억3천만달러(약 7150억원) 상당의 금을 톤(t) 단위로 밀반출했다. 미국의 금 유통업체 엘리멘탈(Elemental)의 자회사인 NTR멘탈스가 이 금의 일부를 샀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엘리멘탈은 애플과 보석업체 티파니 등에 금을 납품하고 있다.  
 
NTR멘탈스는 2012~2016년 36억달러 상당의 불법 채굴된 금을 남아메리카에서 밀반출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초 NTR멘탈스 소속 직원 3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추악한 금 밀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란다 같은 유통업자들은 불법 채취된 금을 저렴하게 사들이고, 외국의 합법적인 유통업자들에게 싼값에 판다. 특히 마약 마피아에게 금 유통 사업은 매력적이다. 마약 마피아는 코카인 거래에서 번 돈을 불법 채굴된 금에 재투자해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미란다 체포처럼 수사 당국이 화려한 성공작을 만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마드레데디오스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 새로운 중개업자들이 금 사업을 접수했고, 금 마피아 조직은 점점 잔악해지고 있다. 

*2018년 9월호 종이잡지 62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28호
Hölle im Dschungel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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