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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합법화하고 원산지 표시 의무화해야
[Focus] 지옥의 정글- ② 불법 금 채굴을 막아라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 불법 금 채굴로 황폐해진 페루의 마드레데디오스 남부 아마존 지역. 축구장 2300개 규모의 밀림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REUTERS
페루 라팜파 지역은 무법천지로 변했다. 마피아 조직들이 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다. 시골 마을들은 금 채굴업자들의 악행이 판치는 지옥이 됐다.  
 
‘초국가 조직범죄’(Transnational Organized Crime) 소탕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수천 명의 성인 여성, 때로는 12살에 불과한 소녀들이 금 채굴업자들의 꾐에 빠져 이곳에 끌려와 매춘을 강요당한다. 돈을 단시간에 많이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수많은 남자도 빚을 내고 들어와 비인간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 
 
엘비스(32)는 그런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안카를로 보기아노 소위와 그의 병사들이 금 채굴업자들을 감독하러 이날 말리노프스키강에 온다는 소식을 미리 듣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금 수송용 뗏목 옆에서 군인들에게 붙잡혔다. 허약해 보이는 외모의 그는 열대성 소나기를 맞으며 넓은 어깨를 지닌 군인들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볼리비아 국경지대 출신인 엘비스는 “친구들한테 금 채굴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3인조로 날마다 20시간씩 일하며, 금 10~14g을 채굴한다.” 
 
금 채굴 방법은 간단하다. 디젤 모터로 펌프질해 진흙을 퍼낸다. 여기에 섞인 아주 작은 금 입자에 수은을 섞으면 합금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이를 체로 걸러낸다. 마지막 단계에서 합금을 가열하면 고운 입자의 금이 남는다. 문제는 수은이 주변 환경과 금 채굴업자들의 폐로 스며든다는 사실이다.
 
엘비스는 하루 일당으로 최대 150누에보솔, 환산하면 약 40유로(약 5만원)를 벌었다. 이전에 기술자 조수로 일하며 받은 액수보다 3배나 더 많다. 그는 금 채굴이 불법임을 알고 있으나, 돈이 필요했다. “자녀 한 명이 아프다.” 
 
그의 말은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군인들은 금 채굴업자를 붙잡을 때마다 지겹도록 이 말을 들었다. 이들은 엘비스를 체포하지 않고 풀어줬다. 말리노프스키강에서 붙잡은 다른 금 채굴업자도 조건 없이 풀어주었다. 군인에게 그 이상집행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다. 금 마피아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하는 것과 달리, 이들에겐 탐보파타 자연보호지구에서 금 채굴업자를 쫓아낼 권한만 있다. 블라디미르 라미레즈 대표는 “여기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이 벌어진다”고 했다. 라팜파 지역 웅덩이에 주검이 떠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보기도 했다.
 
금 거래 합법화에 소극적인 정부의 꼼수 
페루 정부는 마드레데디오스의 무법자들을 소탕할 의지가 있는가. 왜 이들에게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을까. 라팜파 등의 불법 금 채굴업자를 쫓아낼 군대는 어디에 있는가. 말리노프스키강 유역에 극소수의 해병을 투입한 것은 마치 정부가 범죄자와의 뒷거래를 숨기려는 눈속임으로 보일 정도로 대처는 소극적이다.
 
페루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은 페루에 열대우림 유지 의무 규정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열대우림 지역 보호에만 혈안이 돼 있고, 대신 유지 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라팜파 등에서 열대우림 파괴를 용인하는 조건으로 불법 금 채굴업자들과 뒷거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실제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 유일하게 정부 허가를 받은 국영 금 유통업체 오로피노(Oro Fino) 모두 이와 관련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오로피노는 2011년 정부가 금 유통을 규제하려는 전략의 하나로 설립됐다. 페루에선 정부가 규정한 환경·노동 보호 요건을 충족해야만 금 채굴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페루 남동부 탐보파타 국립공원 주변과 마드레데디오스주의 주도인 푸에르토말도나도에선 정부의 이 전략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인파로 붐비는 푸에르토말도나도의 중심가에는 환전소가 한 집 걸러 있을 정도로 많다. 환전소마다 ‘금 매입’이라고 적혀 있다. 환전소에서 금 채굴 관련 문의를 해봤다. 아무 답도 듣지 못하고 쫓겨났다. 방문한 환전소마다 “오로피노만 금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 페루 마드레데디오스 지역의 마누 생물권 보호구역에 사는 원숭이. 이 지역은 희귀종인 왕수달을 비롯해 지구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설치류인 카피바라가 서식하는 등 자연의 보고다. REUTERS
소극적인 금 거래 합법화…사태 키워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환전소 주인들은 “정부는 금 거래 합법화에 관심이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 거래 허가가 복잡하고 고비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신 마피아들이 불법 채취한 금을 덤핑 가격에 사서 비싸게 되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게 됐다. 환전소 주인들은 “마피아들의 금 매입을 반대하는 사람은 신변에 위협을 받거나 그 자리에서 총살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지역 원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구인 페나마드(FENAMAD)의 훌리오 쿠수리치 대표는 “현재 불법 금 채굴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이는 원주민”이라며 “금 채굴업자들이 원주민 마을에 테러를 저지르고 땅과 강,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루 정부는 왜 불법 금 채굴업자를 단호하게 단속하지 않을까. 쿠수리치 대표는 “이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했다. 그 자신도 위협을 당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경찰, 사법부 관계자 모두 금 채굴에 연루돼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이 지역 출신이 아니다. 모두 땅을 착취하고는 사라진다. 이 땅과 이 지역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마드레데디오스 등 광활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글과 환경 파괴를 멈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동물협회 하우케 호프스는 “금을 사는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하는 금에 원산지를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원주민에게는 금 채굴이 아닌 대안 수입원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많은 원주민이 경제적 이유로 불법 금 채굴의 길로 빠진다. 하지만 대다수 원주민은 다른 일로 돈 벌기를 원할 것이다.”
 
호세 이라리케(23)도 그런 생각을 하는 원주민이다. 과거 금 채굴을 했던 그는 현재 푸에르토말도나도의 한 공장에서 날마다 75kg의 브라질 호두를 까는 일을 한다. “금을 채굴해 훨씬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렇게 번 돈을 곧바로 다 써버렸다.” 그는 수입 대부분을 금 채굴 캠프의 술집과 창녀촌에서 탕진했다. 그는 금 채굴 작업이 아주 위험했다고 회상한다. “반면 공장일은 합법적이고, 가족과도 가까이 살 수 있다.”
 
브라질 호두를 재배하려면 열대우림이 필요하다. 대농원에선 브라질 호두가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즉, 브라질 호두를 재배하려면 자연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해야 한다. 브라질 호두 재배지 원주민들은 파파야, 카카오, 바나나, 멜론도 재배하고 있다. 라미레즈 대표는 “이 모든 것이 금 채굴보다 낫다”며 “이 지역은 페루에서 최고의 관광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지역 열대우림 한복판에 있는 호수에선 희귀종 왕수달이 산다. 형형색색 앵무새들이 마드레데디오스강 언덕에 모여 무기물을 먹는다. 지구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설치류인 카피바라도 이 강으로 속속 모여든다.  
 
이런 자연환경과 금 채굴은 양립할 수 없다. 금 채굴로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희망이 있을까. 이 지역 출신 기업인 호르헤 보르하는 “희망이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탐보파타 국립공원 인근에 오두막 형태의 친환경 숙박시설 ‘춘초 로지’(Chuncho Lodge)를 지었다. 연간 관광객 600여 명이 묵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지난 몇 년간 두 차례 대홍수로 마드레데디오스강 수위가 8m 이상 올라 피해도 입었지만, 그의 숙박시설은 금 채굴이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무법천지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춘초 로지의 고급 목재 테이블에 앉아 페루의 특선 요리를 맛봤다. 낯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공기를 가득 메웠다. 아기 다람쥐와 원숭이들이 숙소 앞 나무에서 서로의 꽁무니를 쫓는 놀이를 한다.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호르헤 보르하는 열대우림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를 바란다. 그는 숙소 손님에게 40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거나 앵무새와 재규어 서식지 보트 투어 등이 포함된 야밤 정글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금 채굴업자들은 우리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 페루 밀림이 벌채되고 독성에 물든다면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금을 채굴하는 펌프 소리가 그의 숙박시설까지 이따금 들려온다. 숙박시설 바로 맞은편 섬에서 금 채굴업자들의 뗏목 두 대가 한창 작업 중이다. 밤늦게까지 엔진 소리가 들린다. ‘잉카 골드’의 저주는 보르하의 잠자리조차 가만두지 않는다.  

*2018년 9월호 종이잡지 6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28호
Hölle im Dschungel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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