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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콜리플라워를 두려워하는가
[Issue]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GMO 논란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요한 그롤레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 기술을 사용한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 유전자변형식품(GMO)에 적용되는 규제에서 면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침내 GMO 반대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요한 그롤레 Johann Grolle <슈피겔> 기자
 
   
▲ 2018년 7월25일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자편집’ 기술로 만들어진 동식물도 유전자변형식품(GMO)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REUTERS
친환경 농산물 매장 진열대에 유기농 농부들이 재배한 온갖 희귀한 농작물이 올라온다. 브라시카 올레라케아(Brassica oleracea·남유럽과 서유럽의 해안에서 자생하는 배추속식물)에서 육종한 콜리플라워, 붉은 양배추, 케일 등도 있다. 이들 작물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게 아니다. 모두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 브라시카 올레라케아에서 변형한 육종 작물임에도 친환경 유기농작물로 포장돼 판매하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빚어낸 농작물은 점점 더 많이 유통될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편집’(Gene-editing) 기술 덕에 글루텐프리밀, 썩지 않는 감자, 영양가가 배가된 콩기름이 유통될 것이다. 크리스퍼-Cas9 등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신속·저렴할 뿐 아니라 부작용도 없이 유전자를 변형시킨 농작물의 생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전자가위 개발 농작물도 ‘GMO’
유럽사법재판소는 2018년 7월25일 “유전자편집 기술로 개발된 농작물이 GMO에 해당하며, GMO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유전자공학 분야에 유전자편집 기술이라는 새 영역이 추가됐다. 만약 유럽사법재판소가 GMO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면, 유전자편집 기술이 사용된 농작물은 지금처럼 식료품, 가축 사료, 식물성 원자재로 통용됐을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지지자들은 인간이 식물에 한 인위적 손길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 한다. 이들은 수백 년 전부터 육종업자가 했던 방식대로 품종 개량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보호단체들은 유전자공학 업계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농산물의 GMO 딱지를 뗄 궁리만 한다고 비난한다. 유전자가위 역시 유전자조작에 관여하는 기술이며, 유전자가 임의로 변형됐다면 유전자 기술이 사용됐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도 유전자가위 농작물 논란이 지속되는 건 유럽사법재판소가 유전자가위의 유해성 여부가 아닌 얼마나 자연적으로 생성됐는지만을 다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농작물이 얼마나 자연적으로 생성됐는지는 크게 상관없다. 자연 농작물이 유전자편집 기술로 변형된 작물보다 더 안전하거나, 더 건강하거나, 더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자연 농작물과 유전자편집 기술로 육종한 작물 사이에 핵심적 차이가 있다고 본다. 유럽연합(EU)의 ‘2001 GMO 지침’에 따르면, 유전자가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변형된 작물을 GMO에 포함한다. 해당 지침이 작성된 17년 전만 해도 유전자가위 같은 첨단 기술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만약 유럽사법재판소가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면, 이 지침으로 야기된 유럽 농업기술 퇴보 흐름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육종업자들은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 전통적으로 돌연변이유발(Mutagenesis)을 해왔다. 이른바 육종이다. 유전자에 유해한 화학약품을 처리하거나 방사선을 쬐어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 중 작물 특성을 개선한 돌연변이는 극소수고 대다수는 작물에 해악을 끼친다. 이후 수년간 재배를 거치며 우수하지 않은 형질의 개체는 제거한다. 
 
우수하지 않은 돌연변이 제거가 항상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작물마다 일정 부분 오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농작물에 남은 오류가 어떤 위험 요인을 가졌는지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그 위험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돌연변이 육종처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유전자의 일부 구성성분이 변형된다. 유전자 안에서 정확히 원하는 위치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변형시키므로, 이는 당연히 인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면 화학약물이나 방사선으로 돌연변이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더 안전하다. 따라서 유전자 돌연변이 유발을 수용할 수 있다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야말로 아무 문제가 없는 방법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GMO에 적대적인 친환경 농작물 지지자들은 과학적 사실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GMO나 유전자공학만 아니라면 화학약품과 방사선으로 만든 돌연변이 농작물조차 모두 수용할 기세다. 그들은 화학약품이나 방사능보다 유전자공학을 훨씬 더 심각한 ‘악’으로 여긴다.
 
핵발전소는 체르노빌 사고, 화학은 세베소 사고(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 세베소 마을에 있는 제약공장에서 다량의 다이옥신과 염소가스 등이 누출된 사고), 항공 부문은 세간의 이목을 끈 수많은 항공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 
 
이와 달리 유전자공학이 투입된 지난 40여 년간 생산된 농산물로 위기 상황은 한 차례도 일어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유전자공학은 위협적이고 심지어 악마 같다는 수많은 사람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대체 무엇이 유전자공학에 대한 두려움을 그렇게 확고히 공고화했을까?
 
   
▲ ‘유전자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로,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편집 기술이다. REUTERS
GMO 저항 없는 의료계
의료계에선 유전자공학 저항감이 어느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유전자공학을 바탕으로 제조된 의약품의 효용이 너무나 컸다. 의사 처방 의약품이 유전자공학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환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유전자공학을 바탕으로 제조된 의약품이 위험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만 위험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편견을 뒷받침하는 진지한 연구조사는 단 한 건도 없다. 학계는 엄격한 안전시험만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다고 믿는다. 
 
GMO 반대론자들은 유전자공학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식료품 시장을 보호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이 유전자편집 기술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들은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  
 
첫째, GMO에서 적어도 관련 규정으로 보호해야 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독일연방작물연구소는 GMO 도입 25년이 흐른 지금 “지금까지 노지에서 재배된 GMO에 유전자공학 관련 위험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GMO 수준의 유전자변형 작물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인체 건강에 미치는 어떠한 영향도 신고된 적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렇게 보호해야 할 것이 없는데, 왜 보호 규정이 있는 것일까.
 
둘째, GMO 관리감독법 규정 자체가 오히려 사람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키웠다. 보호 규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보호할 무엇이 있다고 당연하게 여긴다.  
 
셋째, 유전자공학 규정은 현대농업에서 집중화 흐름만 강화했다. 과거 중소기업들이 주류를 이뤘던 종자시장에서 대기업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독점체제를 강화했고 경작지의 유전자 편향을 불러왔다. 
 
유전자공학을 둘러싼 지루한 논쟁에서 이성이 회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럽사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진흙탕 싸움에 조금이나마 이성을 찾게 했다. GMO 반대자들의 유전자공학 증오에는 이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무해하다는 어떤 증거를 제시해도, GMO 반대자들은 새로운 문제제기로 끊임없이 공격해왔다. 
 
GMO 농산물 향한 변화된 시각  
하지만 희망은 있다. 유전자공학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가 당론인 녹색당 내부에서 변화 움직임이 보인다. 
 
안나 레나베르보크와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공동당수들은 당원에게 보내는 제안서에 “기후변화로 강수량의 지속적 감소 혹은 토지 염분도 증대로 특정 기술이 농작물 수급을 원활하게 보장할 가능성”에 재차 자문해볼 것을 호소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녹색당 소속 테레시아 바우어 학술장관은 <슈피겔> 온라인 기고문에서 “녹색당이 유전자공학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썼다.
 
친환경 농부들의 목표와 유전자변형 기술 학계의 목표가 결국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경작지의 지나친 비료화, 하천의 부영양화, 생물학적 다양성 상실, 토양 잠식과 기후변화 등 공동으로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다. 유전자공학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유전자공학이 일련의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는 있다.

*2018년 9월호 종이잡지 7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spiegel 2018년 30호
Wer hat Angst vorm Blumenkohl?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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