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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역량 활용한 단기 자원봉사 인기
[Issue] 프랑스 자원봉사의 새로운 흐름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역량 자원봉사를 주요 활동으로 하는 ‘가교와 역량’을 비롯해 여러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워크숍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교와 역량 홈페이지
2002년 설립된 자원봉사단체 ‘가교와 역량’(P&C)은 회원 역량을 시민단체가 임시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프랑스에선 처음으로 ‘역량 자원봉사’를 주요 활동으로 삼은 단체다. “역량 자원봉사는 법적으로 인정하는 용어가 아니다. 홍보나 회계처럼 기업에 고유한, 특히 관리자들이 주로 가진 역량을 시민단체 조직에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안 보리 릴1대학 교수(사회학)의 설명이다.
 
역량 자원봉사는 몸을 움직이는 통상의 ‘실용 자원봉사’와 대립하는 개념이다. 2017년 900건의 자원봉사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6500명이 역량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 자원봉사자의 34%가 직장인, 10%가 구직자, 26%가 퇴직자, 26%가 자영업자다. 
 
‘포스트잇’ 참여
이 단체 자원봉사자 320명 가운데 한 명으로 홍보담당인 안마리 욘슨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신규 채용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초단기간 인력 수요가 발생할 때 P&C에 지원 요청을 한다. 정보관리, 인사관리, 구매, 법률, 홍보 등 분야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전문 컨설팅 회사에 맡기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P&C는 스트라스부르·라로셸·베르사유·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 22개 사무소를 두고, 시민단체 요청에 맞는 자원봉사자를 찾아 소개한다. 2500개 단체가 P&C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들은 대부분 상주 직원 3명, 연간 예산 2만유로(약 2500만원) 미만의 작은 단체다. 주로 홍보나 자금조달 업무를 봐줄 사람을 원했다. 이들 단체에 파견된 자원봉사자의 봉사 시간은 평균 36시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4500유로에 이른다. 
 
마르틴 시갈 엑스마르세유대학 교수(정보처리·프로젝트관리 전공)는 2013년부터 P&C를 통해 자원봉사를 10여 차례 했다. 마르세유에 본부를 둔 국제 비정부기구(NGO) ‘상테 쉬드’에서 3일 동안 소프트웨어 관리 업그레이드를 도왔다. 물론 본업과 병행했다. 그는 “기말시험이나 학회 준비 기간에 본업인 연구나 교수 활동 이외의 일을 할 시간을 내는 건 사실 어렵다”며 “그러나 P&C 덕분에 짬이 생길 때마다 시민단체 일을 도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홍보단체 ‘프랑스 베네볼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46%가 자원봉사를 선뜻 하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 부족’을 꼽았다.
 
자원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P&C는 인력이 필요한 분야가 봉사자의 전문 분야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무늬만 자원봉사인 ‘은폐된 노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 연대의식을 가진 단체인지도 중요하다. 안마리 욘슨에 따르면, 스포츠클럽 요청은 수용하지 않지만,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스포츠클럽은 예외다. 전국 차원에서 정해진 기준이 없어 지역 사무소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지원한다. 
 
“프랑스에 자원봉사의 위기는 없다.” 필리프 모라치니 P&C 대표의 주장이다. 2016년 프랑스의 자원봉사자 수는 2천만 명이었다. 자원봉사단체 가입률도 지난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안 보리의 연구에 따르면, 자원봉사에 대한 욕구와 참여가 예전보다는 일시적 성향을 띤다. 특히 고학력자들은 기업 성과지표처럼 측정할 수 있고, 가시적이며, 단기간 성과가 나오는 일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같은 사회참여 플랫폼의 폭발적 확산이 증명하듯, 언제든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포스트잇 같은 유형의 사회참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P&C가 젊은이들에게 제공하는 포스트잇 참여는 두 가지 새로운 자원봉사 유형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서너 시간 봉사하는 ‘반짝 임무’이고, 다른 하나는 전화 통화를 활용한 ‘PC 클릭’이다.
 
프랑스 우정본부 관리인 마리 델포르주가 자원봉사를 결심한 것도 이처럼 자신에게 맞는 봉사 유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델포르주는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단체 ‘알바트로스’를 위해 두 차례 전화 통화 자원봉사를 했다. 그는 “‘PC 클릭’ 같은 자원봉사 유형이 없었다면 시민단체에 참가해보고 싶은 욕구와 내 일 사이에서 결코 타협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P&C는 설립 이후 특별한 홍보 없이도 등록 자원봉사자가 계속 늘어나고 사람들 관심이 놀라울 만큼 늘어 안정적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금은 영세 단체들이 연간 20~30유로씩 내는 기부금과 다니엘&니나 카라소, 크레디뮤추얼, 카리타스 프랑스 등 민간 재단의 지원금으로 조달한다. 2016년 P&C의 예산은 44만2천유로(약 5억6천만원)였다. 정규직 직원 5명을 고용할 수 있는 것도 비교적 넉넉한 예산 때문이다. P&C는 역량 자원봉사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 대상은 일반 대중, 주요 기관, 사회연대경제 관계자는 물론 사회적책임(CSR)이나 인적자원 관리 차원에서 직원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권장하는 기업들을 포함한다. 
 
   
▲ 프랑스 파리의 인도지원단체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가 생마르탱 운하 부근에서 외국인 이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REUTERS
역량 자원봉사의 명암
P&C는 교육에도 중점을 둔다. 때마침 관리자고용연합(APEC)이 관리자 출신 자원봉사자들을 P&C에 소개했다. 다국적 농산물가공그룹의 간부였던 베로니크는 50살이 넘어 직장을 잃은 뒤 1년 동안 P&C의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일주일에 이틀 자원봉사를 하며 구직활동을 병행해 중소기업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P&C 덕분에 사회적 유대관계를 쌓아가면서도 일의 세계에서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고, 이것이 재취업 시장에서 내 이력서를 훨씬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푸아티에로 이사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크리스틴 포르튀니에는 사회연대경제포럼에서 P&C를 알게 돼, 한 주민단체의 식품점 창업을 도왔다. “새로운 노동 방식을 익혀야 했는데, 이는 많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포르튀니에의 시민단체 경험이 그의 에너지저장업체 취업과 직접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새 직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새로운 역량을 갖추게 됐다.
 
2017년 1월 도입된 개인경제활동계정(CPA)은 교육수당을 취업·실업 등 고용상태와 관계없이 개인별로 배분한다. 또 CPA가 시민단체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시민참여 계정을 포함한 것도 큰 변화다. 안마리 욘슨은 “예전엔 역량 자원봉사를 구직활동 중에 잠깐 한눈파는 것쯤으로 치부했지만, 이젠 직업교육 요소로 인식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안 보리 교수는 “역량 자원봉사의 보급이 시민단체 요구에 부응하더라도, 고학력 전문직 자원봉사자들만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자원봉사 부문조차 이미 만연한 사회적 선별 과정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P&C 운영진은 고용 당국과 협력을 검토하지만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안 보리 교수는 “구직자의 자원봉사를 높게 평가하는 건 좋지만, 자원봉사와 무임금 노동의 경계가 모호한 게 문제”라며 “특히 자원봉사가 ‘적극적 연대소득’(RSA) 같은 특정 보조금의 수급 조건이 될 때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2016년 2월 오랭 도청이 RSA 수급 조건으로 주당 7시간 자원봉사를 명시한 결정은 스트라스부르 행정법원에서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오랭 도청은 자원봉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중단했으나, 사회통합 정책 요소로 삼아 애초 기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원봉사 2.0
 
자원봉사단체 ‘가교와 역량’(P&C)의 조사 결과, 역량 자원봉사가 없다면 시민단체 30%가 인력 수요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자원봉사를 하지 않는 사람의 30%가 봉사를 망설이는 이유로 ‘기회 부족’을 꼽았다. 시민단체에는 자원봉사자가 부족하고, 자원봉사자는 기회가 모자라 수급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P&C 외에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주는 ‘디퓨즈’ ‘메이크센스’ ‘투스베네볼’ ‘베네노바’ 같은 플랫폼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놀랍지 않다. 사회학자 안 보리는 “이런 플랫폼의 등장이 시민단체의 실질적 필요에 부응할지, 아니면 덜 전문적인 자원봉사를 도태시키고 특정 경력·학력의 자원봉사자 쏠림 현상을 강화할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18년 9월호 종이잡지 79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6월호(제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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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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