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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지만 조작 번거롭고, 서툰 이용객 배려 아쉽다”
[국내이슈] 패스트푸드, 키오스크 매장 확대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김미영 kimmy@hani.co.kr
김미영 부편집장
 
   
▲ 서울 구로구 롯데리아 매장에서 한 남성이 무인주문기로 주문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언택트(Un-tact) 마케팅’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8>가 뽑은 ‘올해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부정 의미를 더하는 ‘un’이 붙은 신조어다. 언택트 마케팅이란 직원과 접촉 없는 무인서비스를 말한다. 생소해 보이지만, 언택트 마케팅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흔히 이용했던 서비스다. 무인주문기를 이용한 버스·열차 승차권 구입이나 영화관 티켓 예매, 각종 민원서류 발급, 은행 업무 등이다.
 
언택트 마케팅이 2017년부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 식음료업에서도 무인 자동화기기, 키오스크(Kiosk)를 자주 마주친다.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실제 패스트푸드 매장의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앞에서 터치 몇 번만 하면 직원의 도움 없이 주문과 결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최저임금, 무인주문기 확산 일조
무인주문기 도입이 활발한 업종은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패스트푸드점이다. 롯데리아는 전국 1350여 매장 중 780여 곳, 맥도날드는 전국 400여 매장 중 250여 곳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다. 이들 업체는 2018년 안에 전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310여 매장 중 210여 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한 버거킹, 2017년부터 키오스크를 설치 중인 KFC는 2018년에 키오스크를 전체 매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매장의 공간 효율화는 물론 편의성과 신속성 등 무인주문기에 대한 고객 반응이 좋고, 인건비 절감과 주문 담당 직원의 업무 부담 완화 차원에서도 이롭다고 본다.
 
이 밖에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가 2018년 5월부터 무인주문기 도입 방침을 밝혔는가 하면, 2017년 10월 2개 점포에 무인주문기를 처음 들인 생과일음료 프랜차이즈업체 쥬씨도 2018년 30여 점포에 도입했다. 놀부, 뉴욕버거, 김가네 등 요식업체는 물론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등 편의점업계도 무인주문기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주문기 급증은 최저임금 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에서 2017년 6470원으로, 2018년에는 7530원까지 올랐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10.9% 인상된 8350원으로 확정되는 등 지난 2년 동안 인상률이 29%에 이르렀다. 이는 곧바로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졌고, 무인주문기 확대에 기폭제가 됐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비중이 매장 직원의 90%를 넘는 패스트푸드업계에선 무인주문기가 최선의 선택지였다. 
 
실제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면 최소 아르바이트 1.5명이 줄어 매장별로 한 대당 300만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무인주문기는 대당 400만~600만원이고, 30만~50만원 수준에서 1대 대여가 가능해 인건비의 10분의 1 유지비로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주문기는 정말 편리하고 이롭기만 한 걸까. 2018년 8월9일, 서울 구로구의 롯데리아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구로시장 입구 대로변에 있어 항상 손님으로 붐빈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거나,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 등 지역 주민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한다. 
 
   
▲ 서울 시내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 설치된 무인주문기들. 김미영 기자
편리하면서도 복잡한 조작법
이곳도 무인주문기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2018년 초 매장 입구에 2대가 설치됐다. 낮 12시께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고객님, 지금은 무인포스 이용 시간입니다’라는 안내 팻말이 먼저 눈에 띄었다. 첫 화면에 ‘셀프 오더’라고 쓰인 기계 앞에 주문을 기다리는 고객 여럿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문 대기 손님 때문에, 매장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충분치 않을 정도로 입구가 꽤나 복잡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지민(17)군은 “점심시간이나 학생이 많이 몰리는 오후 시간엔 주문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초등학생이나 어르신의 경우 주문에서 결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가끔 짜증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셀프 오더’ 타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24시간 셀프 오더일 때가 많아 직원에게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기계 위치를 바꾸거나 수요에 맞춰 기계 수를 늘리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인주문기에 선 고객들의 움직임과 반응을 살폈다. 능숙하게 주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금 결제, 제휴카드 적립 등의 방법을 몰라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인주문기 이해도와 만족도는 사람에 따라 크게 갈렸다. 터치패드 방식 무인주문기에 익숙한 학생들과 직장인은 “직원과 대면하지 않아,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반면 초등학생이나 어르신은 “번거롭고 불편하다. 손님이 많을 땐, 주문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두 살 터울의 초등학생 삼남매를 키우는 권미란(41)씨는 무인주문기가 영 탐탁지 않다. 그는 이날 집에 있다가 “주문이 잘 안 된다”며 도움을 청하는 딸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이곳에 왔다. “키가 작아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찾다가 딸이 SOS 전화를 했다”며 “어린아이가 먹을 소프트아이스크림 1개를 주문하는 데 불편을 느끼고, 눈치를 보며 주문해야 한다니 너무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버거킹 구로디지털점에서 만난 정윤희(23)씨 반응은 정반대였다. “직원을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돼 심리적 부담이 없어 무인주문기를 선호한다. 주문과 결제에 이어 제품을 받기까지 시간도 줄어 만족한다.” 다만 “천편일률적으로 무인주문기를 설치할 것이 아니라 매장별로 고객 나이와 특성을 고려해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젊은 직장인이 많고 무인주문기가 익숙한 서울 강남과 종로 쪽엔 무인주문기 위주로, 상대적으로 노약자가 많은 지역엔 도우미 직원을 두는 등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외받는 노약자와 장애인
2018년 8월12일 서울 구로구 마리오아울렛 안 맥도날드 매장. 50대 여성 두 명이 들어오더니, 입구에 있는 무인주문기를 지나 카운터 직원에게 갔다. 하지만 이들은 카운터 대면 주문에 실패했다. 휴일이라 손님이 워낙 많아 직원들이 직접 주문받을 수 없었고 ‘셀프 오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주문은 키오스크로 주문 고객의 번호 순서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발걸음을 돌린 이들이 무인주문기 앞에서 주문을 시도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들은 주문을 완료하지 못한 채 ‘주문’과 ‘취소’를 반복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한 몸에 받은 이들의 표정을 보니,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끝내 주문을 포기한 이들에게 다가가 “기계로 주문해본 적 있냐”고 물었다. “말로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 여러 번 화면을 터치해야 하고, 복잡해서 시도해본 적이 없다. 함께 들어온 일행이 주문해줄 때가 많았고, 오늘이 사실 첫 시도였다”고 했다. 이들은 “매장에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무인주문기로 주문하라는 것은 고객 편의보다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려던 이들은, 결국 다른 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이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최정석(37)씨는 “무인주문기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기계에 서툰 이들을 위해 사용법을 자세히 안내하는 표지판을 붙이거나, 언제든 도움을 주는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가 당분간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를 비롯해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세트 메뉴를 고르려면 최소 네 번 정도 화면을 터치한 뒤 결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작 실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최씨는 “능숙한 나조차 실수할 때가 많다.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약자가 이 주문 방식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택트 마케팅’ 안착하려면
취재해보니, 소비자들이 키오스크 서비스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최근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를 보면 “키오스크가 직원 대면 접촉보다 편리하다”는 답변이 74%였다. 30대 이하 젊은층 87%는 “편리하다”고 답했다.
 
기술 발달과 매장에 부는 효율화 바람으로 ‘언택트 마케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프랜차이즈 등 요식업계뿐 아니라 PC방, 노래방, 모텔·호텔,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병원, 헬스장, 주차장 등으로 키오스크 시스템 도입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나 혁신 이면엔 항상 낙오되고 소외되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적어도 무인주문기의 경우, 적응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당분간이라도 필요해 보였다. 키가 작은 어린이와 청소년, 몸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기기 높이를 낮추거나, 발 받침대를 비치하는 것 등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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