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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 높였지만 기대한 혁신은 ‘글쎄…’
[국내이슈] 인터넷은행 출범 1년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정세라 seraj@hani.co.kr
정세라 <한겨레>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2017년 7월27일 첫 영업을 시작할 때 한 시민이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018년 들어 차례로 돌잔치를 치렀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금융소비자의 폭발적 호응에 기대어 기존 은행권에 ‘메기’(경쟁 촉진제)를 풀어놨다는 찬사가 있는가 하면, 케이뱅크처럼 자본금 확충에 쩔쩔매는 부실 은행을 섣불리 인가했다는 비판도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 영업이 가다 서다를 거듭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애고 단순화로 편의성 높여 
2017년 4월과 7월에 각각 등장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케이티(KT)와 카카오가 주요 주주로 들어간 100% 비대면 은행으로 1년여간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들은 24년 만에 나온 신생 은행으로서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먼저 ‘공인인증서 없애기’로 상징적 첫발을 뗐다. 숫자 비밀번호나 패턴을 사용하는 간편 로그인을 기본으로 계좌 개설과 조회·이체 등 주요 온라인뱅킹 업무를 공인인증서 없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정부는 2015년 3월 온라인뱅킹에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규정을 폐지했으나, 기존 은행권은 변화에 굼떴다. 공인인증서를 없앨 경우 부정 사용 책임을 은행이 온전히 져야 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등은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뱅킹을 기본으로 설계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과 금융상품도 소비자 편의에 맞게 단순화했다. 기존 은행권은 마케팅 정책상 앱을 기능별로 쪼갰고, 금융상품도 은행의 이익으로 돌아올 온갖 부가 요건을 충족해야 좋은 금리를 주는 식으로 복잡하게 설계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앱을 하나로 통합하고 예금이나 대출 상품의 가짓수나 금리 조건을 최대한 단순화했다. 단순 조회·이체뿐 아니라 대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 야간 등 비영업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게 한 점도 확 달라진 부분이다. 카카오뱅크가 전세자금 대출을 이삿날이 잡힌 주말에 100% 비대면 모바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변화다. 
 
금융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한 돌인 7월 말 기준으로 예금 잔액 8조6천억원, 대출 잔액 7조원 규모로 커졌다. 계좌 개설 고객 수는 633만 명이다. 케이뱅크는 출범 1년4개월 만에 고객 78만 명에 예금 1조6300억원, 대출 1조150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런 바람몰이엔 4~5개 주요 은행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금리 경쟁 등 소비자 편익을 위한 노력이 오래도록 정체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워낙 컸던 점도 작용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편의성만 차별화한 게 아니라 금리와 수수료에서 가격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좀더 높은 예금금리, 좀더 싼 대출금리,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무료 등의 정책을 펼쳤다. 
 
물론 이런 가격경쟁에는 지속가능성 논란이 상당하다. 애초 개업 초반에 고객을 끌려고 가격 할인이나 덤을 주는 것은 흔한 마케팅 방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은행의 특성상 오프라인 점포 투자와 인력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을 들어 금리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또 자동화기기 수수료 무료는 ‘한시 정책’이라고 했으나, 아직은 이를 거듭 연장해가는 전략을 쓴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통상 은행의 수익성은 ‘규모의 경제’에 이르러야 기대할 수 있기에 조기에 고객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외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객 기반을 빨리 확보하려고 과도하게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들이거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가, 나중에 수익성 때문에 고위험 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실로 이어진 사례들이 있다. 기존 은행권과 사업모델을 차별화하지 않고 신용등급 우수 고객층을 겨냥해 단순 가격경쟁만 할 경우, 추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금이 갈 것이란 얘기다.  
 
   
▲ 2017년 4월3일 출범한 케이뱅크는 영업 시작 2주 만에 가입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서울 광화문 한 건물에 내걸린 케이뱅크 광고. 연합뉴스
‘중금리 대출시장’ 블루오션 개척 한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혁신’ 기대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접근 편의나 가격경쟁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정부와 금융소비자가 기대한 또 다른 혁신 과제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였다. 
 
국내 은행권의 가계신용대출은 정책상품을 빼고 주로 고신용자(1~3등급)와 중신용자 중 상위 등급인 4등급에 쏠려 있다. 나머지 중저신용자는 금리가 10%대 후반이나 20%대를 넘나드는 제2·제3 금융권으로 밀려난다. 나이스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2015년 6월 현재 가계신용대출에서 신용등급 1~4등급은 은행을 통하는 경우가 79%였으나, 5~6등급만 가도 은행을 통하는 경우는 32%로 크게 줄어들며 고금리 대출로 밀려났다. 현실적으로 중금리 대출은 공급이 텅 비어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소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24년 만에 나오는 희귀한 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반대급부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하는 ‘혁신’을 기대했다. 중금리 대출은 부실률만 적정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차별성 있는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중금리 대출시장 개척과 관련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업계는 이런 비판이 나올 때마다 “억울하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등 실적 수치를 내놓지만, 이는 한국은행 등이 생산한 공식 통계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들 업계가 내놓은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의 상당 부분은 중신용층(4~6등급) 제일 윗단인 4등급에 쏠려 있다. 이들은 기준 신용평가사를 바꾸면 고신용자인 3등급으로 대거 올라가기도 한다. 이는 업계가 기존 은행권 접근성이 높은 이들에게 대출한 실적으로 생색을 냈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여서 이런 평가를 확정하기엔 이르다. 중신용자는 사회초년생이나 전업주부 등 객관적 금융거래 이력 평가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직장이 있어도 비정규직 등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도 많다. 중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라면 중신용자 가운데 돈을 잘 갚을 만한 고객을 가려낼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SC제일은행이 중금리 대출에 나섰다가 부실률 관리에 크게 실패했던 과거사 등을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일자리와 바꾼 은산분리 완화 논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세간의 기대엔 정보통신 기업들이 주요 주주로 가세해 업계를 키우면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부분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명분으로 시민단체 등 지지세력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지배할 길을 터주도록 추진 중이다. 하지만 비대면 금융은 근본적으로 ‘인건비 절약’이란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만만찮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이 가계신용대출 급증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관리 정책과의 정면 충돌을 우려하는 이도 많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이혁준 금융평가본부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에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했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 등을 본격화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중신용자는 외국과 달리 고용 이동성이 낮아 실직하면 곧바로 저신용자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국내에선 어떤 금융회사도 중금리 대출시장 개척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카카오뱅크가 향후 차별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전망에 대해선 “2017년 하반기 다시 뛰는 집값을 추격 매수하는 이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신생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부분을 새로운 진출 후보들이 눈여겨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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