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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비필충천’할까
[국내이슈] 4년 만에 금융지주회사 시동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2017년 12월1일 당시 제51대 우리은행장 내정자인 손태승 행장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필충천(飛必沖天).
 
‘한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2018년 7월30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 말을 꺼내놓았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기세로 반드시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증권·보험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 대형 금융회사는 금융지주 형태로 운영된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이 대표적이다. 전세계적으로 금융회사가 덩치를 키우는 추세에 발맞춰,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도 금융지주 설립이 잇따랐다.
 
사실 우리은행은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시발점이었다. 2001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공적자금이 들어간 한빛(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은행)·평화·경남·광주 4개 은행과 하나로종합금융을 묶어 우리금융지주로 만들었다. 그 뒤 우리금융지주는 덩치를 키워나갔다. 신용카드 사태로 LG가 금융부문을 포기한 뒤 LG투자증권을 인수해 우리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었다. LIG생명도 사들여 우리아비바생명으로 이름을 바꿔 편입했다.
 
2010년부터 정부는 우리금융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되찾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했다. 당시 정부(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민영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덩치가 너무 커 1·2·3·4차 매각 모두 실패했다.
 
결국 2014년 우리금융은 7곳에 쪼개 팔리게 됐다. 우리금융은 그해 11월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금융이 다시 지주회사로 전환을 시도한 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때부터였다. 하지만 이광구 행장이 채용 비리 논란으로 낙마해 2017년 12월 취임한 손태승 행장이 책임을 맡았다.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은행만으로 수익 한계가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전체 수익의 90%가 은행에서 나온다. 우리금융 자회사였던 우리금융투자는 2014년 NH농협금융에 팔렸다. NH농협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이 증권사는 2018년 상반기에만 순이익 2449억원을 올렸다. 지주회사에서 차지하는 증권사의 순익 비중은 29.5%에 이를 정도다. 같은 지주회사인 은행·증권·보험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이유도 있다. 펀드를 같은 지주 은행과 증권사에서 팔거나,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같은 상품에서 협력할 수 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7월20일 금융감독원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달라는 인가 신청서를 냈다. 최종 결정은 금융위원회가 한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시장에서 경쟁이 불리했고,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은 그동안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필요성을 인정해왔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 지주회사 전환을 인가하면, 우리은행은 12월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곳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은 뒤 추가 검토를 거쳐 자회사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출자 여력이 7천억원대에서 7조원대로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은행은 ‘은행법’에서 출자 한도가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됐지만, 금융지주는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인수·합병(M&A) 시장에 우리은행이 태풍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손태승 행장, 어떤 리더십 발휘할지 주목
현재 우리은행을 시발점으로 하는 인수·합병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우리은행이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다. 2017년 10월 롯데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을 하는 회사 주식을 갖고 있을 수 없다는 조항(공정거래법 제8조)에 따라, 롯데는 금융계열사 매각을 추진해왔다. 롯데는 지주회사 체제 안에 카드·캐피털·손해보험 등 12개 금융계열사를 두고 있다.
 
물론 일부 신용평가사는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를 전환하더라도 우리은행 신용등급에 즉각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우리은행이 신용등급 변화를 갖고 올 만큼 대규모 인수를 단행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며, 지주회사 전환이 등급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피치는 우리은행에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주회사 전환 추진 과정에서 손태승 행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금융권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먼저 채용 비리로 어수선해진 우리은행 조직을 정비하고 해묵은 한일·상업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채용 비리 의혹이 생겼을 때도 명단에 모두 상업은행 출신만 이름을 올려 한일은행 출신의 내부고발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손태승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는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이후 6년 만에 행장이 됐다. 
 
손 행장은 취임사에서 ‘중심성성’(衆心成城)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면 불가능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신년사에서도 ‘일심전진 석권지세’(一心前進 席卷之勢)를 인용해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말로 화합에 의미를 부여했다.
 
화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화합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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