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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폭탄 공포, 누구를 위한 누진제냐
[빅데이터로 보는 경제]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최재원 jw@daumsoft.com
분석 기간: 2018년 1월1일 ~ 8월9일
분석 대상 문서: 블로그(12,396,58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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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빅테이터 전문가
 
   
▲ 2018년 8월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아 아파트의 창문이 대부분 열려 있다(왼쪽). 반면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쓰는 서울 명동의 한 가게는 문을 연 채 냉방기기를 가동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마솥 더위와 열대야 등 폭염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기록적 폭염 탓에 실외보다는 에어컨 냉기가 빵빵한 시원한 실내에서 더위를 식히는 똑똑한(?) 이도 많아졌다. 냉방기 없이 살 수 없게 되면서 서민들의 전기요금 부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폭염보다 더 무서운 게 ‘전기료 폭탄’이란 말이 나올 지경이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낮은 수준인데도 무더위에 에어컨 켜기를 주저하는 건,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누진제 때문이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다. 1973년 오일쇼크로 불거진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1974년 12월(당시 3단계 누진제) 처음 실시했다. 1979년 12단계(요금 차이 15.2배)로 대폭 확대했다가, 1995년 7단계(요금 차이 13.2배), 2005년 12월 6단계(요금 차이 11.7배), 2016년 12월 3단계(3배)의 변천 과정을 거쳤다. 2016년 여름 폭염으로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한 차례 완화됐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년 폐지 요구가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전기요금 폭탄을 예상한 누리꾼의 전기요금 언급이 급증하고 있다. 빅데이터상 언급 추이를 살펴보면 7월 1주차 1539건, 2주차 1637건, 3주차 2만1677건, 4주차 3만2509건, 8월 1주차 3만7094건이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3주차부터 ‘전기요금’ 언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기요금에 대한 감성 분석에선 긍정 28%, 부정 72%로 부정 감성이 매우 높았다.
 
감성 키워드로는 1위 ‘걱정되다’(7318건), 2위 ‘무섭다’(4581건), 3위 ‘궁금하다’(4104건), 4위 ‘불안하다’(903건), 5위 ‘죄책감’(462건), 6위 ‘비싸다’(340건), 7위 ‘부담’(100건)이었다. ‘걱정되다’ ‘무섭다’ ‘불안하다’ 등에서 보듯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만큼 누진제 불안이 크다는 것이다. ‘비싸다’ ‘부담’ 등에서도 그런 걱정이 느껴진다. 
 
전기요금과 자주 언급되는 쇼핑 키워드를 살펴보면 1위 ‘에어컨’(9만7382건), 2위 ‘선풍기’(1206건), 3위 ‘건조기’(962건), 4위 ‘냉장고’(385건), 5위 ‘냉온수매트’(336건), 6위 ‘제습기’(267건), 7위 ‘컴퓨터’(228건)였다. 다양한 전자제품이 전기요금과 자주 언급되지만, 그중에서도 에어컨의 잦은 사용으로 급증할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과 에어컨이 함께 언급됐을 때는 ‘요금 절약 방법’ ‘에어컨 사용법’ ‘에어컨 전기료 계산법’ 등이 나타나는데, 저마다 조금이라도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기요금 연관 키워드는 1위 ‘폭염’(1만1118건), 2위 ‘누진제’(5330건), 3위 ‘폭탄’(1322건), 4위 ‘가정용’(792건), 5위 ‘양극화’(647건), 6위 ‘할인’(553건)으로 나타났다. 1위에 ‘폭염’이 올라 이번 전기요금 대란이 재난 수준의 폭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누진제’ ‘폭탄’ ‘가정용’ 등 가정에서 7월 전기요금 논란도 이슈다. 대부분 가정이 누진제를 적용받아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 ‘양극화’라는 키워드도 등장했다.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부자들은 요금 걱정 없이 가동하지만, 서민들은 전기요금 때문에 벌벌 떤다며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6위에 ‘할인’이 올랐는데,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 할인 정책을 펼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7월 이후 ‘누진제’ 부정 감성 급증 
누진제에 대한 반응은 2018년 상반기 긍정 79%·부정 21%에서 하반기 긍정 42%·부정 58%로, 하반기 들어 부정 감성이 37%포인트 늘었다. 경제력 차이를 야기하는 소득 불평등을 보정하려는 제도지만, 2018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민들까지 누진제 구간에 포함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누진제에 대한 반응은 1위 ‘요금 폭탄’(1268건), 2위 ‘불안’(806건), 3위 ‘우려’(410건), 4위 ‘불만’(317건), 5위 ‘부담’(190건) 등 부정적 키워드가 대부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8월9일 여름철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7~8월 두 달간 주택용 누진제 한시 완화, 사회적 배려 계층에 대한 특별 지원 대책 등이 담겼다. 주택은 한시적으로 1단계와 2단계 누진 구간을 각각 100㎾h씩 확대한다. 이로써 1단계 상한은 200㎾h에서 300㎾h로, 2단계 구간은 400㎾h에서 500㎾h로, 3단계는 501㎾h 초과로 조정된다. 또한 7~8월 전기요금 복지 할인액을 추가로 30% 확대한다. 출산 장려를 위해 출산가구의 할인 기간이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빅데이터상 정부 대책이 싸늘한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용지물’(372건), ‘부족하다’(159건), ‘기대에 못 미친다’(111건) 등에서 보듯, 서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를 500㎾h보다 초과 사용해 22만원가량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 이번 대책으로 2만원 남짓 할인 혜택만 보는 셈이다. 이 정도 요금 할인으로는 가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가정용·산업용 할 것 없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단가가 비싼 누진제를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택용 전기료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대만 등인데, 우리나라 누진율은 미국(1.1배)이나 일본(1.4배)보다 최고 3배나 높다. 일반 국민은 가정에서 비싼 요금으로 전기를 쓰는 데 반해,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 전기는 상대적으로 싸게 제한 없이 쓰고 있다.
 
다양한 가전제품 사용이 늘면서 앞으로도 전기 사용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조리기구, 냉난방기기, 건조기를 비롯해 전기자동차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더운 여름 날씨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그 여파도 끔찍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선 기온이 41℃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되면서 7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전까지는 무더위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없었다. 폭염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는 것도 아닐뿐더러 희생자 대부분도 잘 드러나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 등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여름철 폭염 대비 장기적 대책 필요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해일 수 있다. 폭염으로 죽은 이들은 대체로 몸이 약하고, 나이가 많고, 홀로 쓸쓸하게 무더위를 견뎌야 했다. 빈곤, 질병 등의 이유로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가 되는 이들일수록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창문 없는 좁은 방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보내야 하는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권자, 사회적 무관심과 차별 속에서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 어쩌면 이들은 끔찍한 폭염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에 노출됐을 수도 있다. 
 
추운 겨울뿐 아니라, 더운 여름에도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실제 전기요금 관련 감성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죄책감’이란 표현이 나온다. “어머니께서 외출하셨는데 혼자 있는 집에 에어컨을 틀려고 하니 전기료 때문에 죄책감이 든다”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 중인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의 목적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누진제 완화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술 변화 못지않게 환경 변화도 빠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인지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연세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고, 숭실대 IT정책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빅데이터 전문가로, 다음소프트 이사로 재직 중이다. 대학을 비롯한 기업체와 정부 기관에서의 다양한 강연활동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미래 전략과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제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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