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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해 당신은 합리적입니까?
[경제와 책]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이경식 leeks8787@hanafos.com
이경식 저자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제프 크라이슬러 지음 |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1만8천원
 
K씨 부부는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서울 시내의 한 호텔로 휴가를 갔다. 100년 만이니 어쩌니 하는 더위에 기가 질리고 연이은 열대야에 지친 나머지 바닷가든 계곡이든 어디로 나갈 생각은 아예 접었다. 땡볕 아래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두 사람에게 멋진 피서 선물을 주었다.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 있는 호텔의 3박4일 숙박권이었다. 3만원짜리 조식 뷔페가 제공되고, 1만원 바우처 다섯 장과 4인 수영장 이용권 석 장까지 딸려있었다. 이렇게 해서 K씨 부부는 이른바 ‘호캉스’의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첫날 K씨 부부는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 뒤 20층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부터 찾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은 1만2천원이었다. 두 잔을 사려면 2만4천원이었다. 동네 커피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격이었고, 게다가 바우처는 잔액이 얼마든 간에 환불되지 않았다. 그러니 두 잔을 사려면 바우처 석 장(3만원)을 써야 했고, 한 잔을 사려면 두 장(2만원)을 써야 했다. 다행히 탄산음료는 8천원이었다. 그래서 K씨 부부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과 탄산음료 한 잔을 1만원짜리 바우처 두 장으로 샀다.
 
잔액을 남기지 않은 것이, 추가로 바우처 한 장을 허비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똑똑한 판단인지 모른다고 두 사람은 흐뭇해했다. 1천원이면 살 수 있는 사이다를 8천원이나 낸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거나 호텔 바캉스 아닌가! 게다가 그곳이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전망은 얼마나 멋진가! (조선시대 훈련원 터가 거기에 있었고, 그곳에 일본군 주둔지가 있다가 지금은 미군 공병부대가 들어와 있으며, 또 훈련원 터의 나머지 공간에는 일제강점기 경성사범학교가 있었고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그곳이 아니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 얼마나 똑똑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그러나 K씨 부부는 나머지 바우처 석 장으로 그 커피와 사이다를 다시 사먹지 않았다.
 
마지막 날, 남은 바우처 석 장으로 호텔 1층 빵집에서 식빵과 호밀빵 등 여러 종류의 빵 2만9300원어치를 샀다. ‘700원 잔액을 포기해야 했지만, 사이다 넉 잔 값에 조금 못 미치는 돈으로 이렇게나 푸짐하게 많이 샀다니 이 또한 얼마나 똑똑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어느정도 충분히’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 때는 더 그렇다. 전통적 경제학에선 가계·기업·정부의 경제주체가 늘 합리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좇아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가정했다.
 
그런데 심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댄 애리얼리는 이런 발상을 깼다. 첫 번째 저서 <상식 밖의 경제학>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인간의 경제활동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음을 입증해 ‘행동경제학’이라는 새 지평을 연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2017년 신작 <부의 감각>(Dollars and Sense)에서 댄 애리얼리는 경제활동에 대한 인간의 감각, 특히 돈과 관련된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다시 말해 얼마나 감정적인지) 보여준다.
 
인간 행동에 동반되는 여러 편견을 추적하면서, 돈과 관련해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심리 기제를 설명한다. (K씨 부부가 한편으로는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을 냈던 소비 행동과, 또 다른 한편으로 ‘호캉스’에 걸맞지 않게 쩨쩨하게 굴었던 소비 행동에 모두 찜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 수 있다.)
 
최종적으로,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합리적 차원에서, 감정적 차원에서 가장 효용이 큰 방법인지 제시한다.
 

 
●인사이트 책꽂이

   
 
부의 타이밍
윤석천 지음 | 헤리티지 펴냄 | 1만4천원
경제 현상은 ‘돈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건 바로 ‘유동성’이다. 돈이 풍부하거나 풍부해질 가능성이 크면 자산시장은 오른다. 유동성이 늘고 줄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세계의 돈(기축통화)인 달러 양을 조절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판단한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생기더라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레드팀
마이카 젠코 지음 | 강성실 옮김 | 스핑크스 펴냄 | 1만7천원
중세시대에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의 흠집을 찾아내는 일을 수행했던 로마 교황청의 ‘악마의 변호인’ 레드팀은 역사가 오래됐다. 하지만 냉전시대에 ‘레드팀’이란 단어는 미국 군대에서 정식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국제 안보 전문가인 마이카 젠코는 레드팀 활동의 면면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현대판 악마의 변호인이라 할 수 있는 레드팀의 모범 사례, 가장 흔한 함정, 가장 효과적인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
에릭 샬린 지음 |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펴냄 | 1만8천원
수영은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놀이나 건강을 위해 하는 놀이나 스포츠 종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수영은 역사적으로 놀이와 스포츠를 포함해 수렵, 농작, 노동, 상업, 전쟁, 건강과 신체 단련, 종교, 과학, 예술 등 인간 활동의 모든 측면에 이른다. 책은 오래전에 잊힌 물의 세계를 끄집어내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당대 사람들의 존재를 밝히고, 미래 물의 세계를 살펴본다.
 
 
 
 
   
 
트립풀 런던
안미영 지음 | 이지앤북스 펴냄 | 1만3천원
단순히 보고 먹고 잠자는 가이드북 위주의 기존 여행서를 탈피했다. ‘무엇을’ 대신 ‘어떻게’와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 관광명소만 ‘인증’하는 천편일률적인 여행이 아니라 색다른 감성을 충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저자가 1년간 런던에서 현지인처럼 살던 경험을 토대로 유용한 정보만 담았다. 미술관에서 즐기는 ‘미술산책’, 공연장에서 ‘잊지 못할 감동’을 느끼는 방법, 소호&웨스트엔드 거리에서 ‘활기’를 경험하는 노하우를 촘촘히 녹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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