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People
     
“저커버그, 자신만큼 타인의 사생활 소중함 알라”
[People] 나는 왜 페이스북을 탈퇴했나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스티브 워즈니악(67·사진)은 1976년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해, 첫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1985년 애플을 퇴사했다. 2018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위아디벨로퍼스 월드 콩그레스(WeAreDevelopers World Congress) 2018’에서 만난 애플 공동 설립자 스티브 워즈니악에게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이유와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드는 비전 등을 들었다.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스티브 워즈니악(67). REUTERS
Q개막 연설 무대에서 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5천여 명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당신을 비롯한 엔지니어와 컴퓨터광들의 인기가 록스타 버금갈 정도였다. 낯설지 않았나.
애플 부상과 함께 하루아침에 스타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10대들이 우리 같은 프로그래머를 멋있다 여기고, 또 모범으로 삼는 게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Q1970년대 중반 스티브 잡스와 함께 차고에서 애플 최초의 컴퓨터를 조립했을 때 프로그래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이렇게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상상했나.
전혀. 당시 유명한 학자들은 있었지만 유명한 컴퓨터광은 없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비즈니스로 바라봤지, 대중문화로 보지 않았다. 

Q기술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디지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사회·경제적 책임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모두가 그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다수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에게 중요한 것은 관련 기업들을 밀접하게 연결하는 일이었다. 개인정보를 파는 것은 페이스북이 애초에 의도했던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결국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업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독점기업으로 점차 변질돼가는 것이다. 나는 독점기업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다. 페이스북을 탈퇴한 이유다.  
 
워즈니악은 2018년 4월8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사용자 개인정보로 돈을 벌고 있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제공한 정보로 엄청난 돈을 벌지만, 사용자에게는 단 한 푼의 이익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사생활을 지킨다며 하와이 저택 주변 집들을 모두 구매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큰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Q페이스북 탈퇴 당시 언론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마크 저커버그를 대표 사례로 언급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페이스북을 10년간 이용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페이스북 없이 못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페이스북 접속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며, 페이스북이 내게 주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개인 삶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싫어졌다. 

Q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페이스북에 등 돌리는 계기가 되었나.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이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로 사용자 8700여만 명의 개인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편집자)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는 오래전부터 거슬렸던 문제다. 페이스북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팔아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러곤 내게 아무 이익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Q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 몇 달간 저커버그와 개인정보 활용을 놓고 설전하며 페이스북 사업모델을 비판했다. 애플이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 때문 아니었을까.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택에 애플이 어느 기업보다 우월한 위치에 놓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한 예로 잡스 시절 애플은 어떤 자선사업도 하지 않았다. 반면 팀 쿡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애플의 요즘 행보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재직 시절, 그가 아닌 팀 쿡이 최고경영자였다면 과연 현재의 애플이 존재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이다. 

Q 당신은 애플이 히피 등 반문화운동으로 생겨났다고 강조해왔다. 현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세대에 이런 정치적 슬로건이 여전히 일정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 실리콘밸리 세대가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당시 우리에게 반문화는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 

Q 스티브 잡스는 심지어 코뮌에 잠시 거주한 적도 있었다. 
우리는 부모 세대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배웠다. 그렇기에 ‘새로운 기술산업을 만들자’는 영감은 경영학적 뿌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인간을 수많은 제약에서 해방시키자’는 생각이 더 컸고, 영감의 원천이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인가.
누구나 자신의 컴퓨터를 갖게 된다면, 각자가 자기 삶에 대한 결정을 주체적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Q 마치 ‘로맨틱 사회’의 정치철학처럼 들린다.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버클리대학과 스탠퍼드대학 교수들도 이런 생각을 했다. ‘홈브루 컴퓨터 클럽’(HCC·Homebrew Computer Club)도 마찬가지였다. 
 
Q HCC이라면 애플의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개발자 동호회 모임 말인가.
그렇다. HCC는 단순한 반문화운동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한 임원은 베트남전 반대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하도록 움직이는 영감과 동기는 단순 지식보다 중요할 수 있다. 
 
‘홈브루 컴퓨터 클럽’은 애플의 모태로 꼽힌다. 컴퓨터 취미를 지닌 사람들의 모임으로 이곳에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인연을 맺었다. 리드대학 중퇴생 잡스와 UC버클리대학 재학생 워즈니악은 이곳에서 만나 어울리며 친구가 됐다. 1974년 두 사람은 컴퓨터를 만들어 팔기로 의기투합하고, 2년 뒤 1976년 4월1일 자본을 대는 로널드 웨인과 함께 애플을 창업했다. 

Q 지금은 이런 비전과 문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애플과 구글 등 ‘기술 공룡 기업’이 독점을 형성해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득권이 됐다. 
맞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이 그렇다. 처음에는 모두가 인터넷에 열광했다. 인터넷은 해방구 역할을 했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아무런 제약도, 검열도 없었다. 누구에게나 온라인 세상은 인생에서 가장 멋진 공간이었다. 하지만 초기의 열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처음엔 모두 이상주의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수익만을 중요시한다. 참으로 유감이다.

Q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 정보기술 업계는 위기에 봉착했다. 가짜뉴스, 필터 거품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디지털 기술이 무엇보다 뛰어나다’는 기존 관념마저 뒤흔들고 있다. 
오랫동안 인터넷의 어두운 단면이 물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디지털 공룡들의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이런 문제가 하나둘 불거지기 시작했다. 

Q 일부 초기 디지털 주역은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 월드와이드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는 ‘시스템 붕괴’를 경고했는데.
개인적으로 팀 버너스리를 존경하는데,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같은 디지털 공룡의 일방통행이 아닌 사용자와 소통하는 쌍방향 인터넷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Q 무슨 말인가.
내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페이스북은 내게 단돈 몇 센트라도 줘야 한다. 애플과 인터넷이 생겨나기 훨씬 전인 HCC 모임 때도 우리는 개인정보 제공에 소액 지급 도입을 논의했다. 처음부터 개인정보에 대한 소액 지급이 시스템의 일부가 됐어야 한다. 

Q 기술은 마치 날개라도 단 듯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무리 선구자적 혜안을 가진 기술인이라도 자신의 행위 결과를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시스템 오류는 이런 데서 비롯되지 않을까. 스스로 빠른 기술 진보에 발맞춰 부응한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기술 발전은 내가 보조를 맞추기에도 너무 빨리 진행됐다. 대표적인 기술 진보만 겨우 따라갈 뿐이다. 특정 신기술이나 신규 발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되묻는다. 

Q 앞으로 기대되는 가장 압도적인 기술 발전 분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인공지능이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뉘는 것은 인공지능이 최후에 얼마나 영리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불과하다.  
나도 그것을 고민한다. 이론상 진정한 기계 두뇌까지 만들 수 있다고 잠시나마 확신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의 실용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별개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무엇을 이루고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Q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렸나. 인공지능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 언젠가는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인간 두뇌처럼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계나 사고 기능과 관련해 일정한 전제조건을 충족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특성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해서 인간처럼 스스로 작동하는 두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Q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실망스러운 사건과 위험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의 미래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하는가.
물론이다. 반드시 그렇다고 확신한다!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발전이 가능하다. 차세대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가 열정적으로 맡은 임무를 해야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과감하게 시도할 줄 알아야 한다.
 
* 2018년 8월호 종이잡지 24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24호
“Facebook gibt nichts zurück”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토마스 슐츠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