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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9월 총파업 8월엔 쟁의 찬반투표”
[국내이슈]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인터뷰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정혁준 기자
금융권 노사는 주52시간 근무제와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은행 노조 쪽을 대표하는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사진)과 은행 쪽을 대표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인터뷰해 노사 시각을 함께 보여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태영 회장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결국 허권 위원장만 만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는 7월 25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허 위원장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다음호에는 김 회장 인터뷰가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은행권이 2018년 안에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데 처음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다. 은행권은 2019년 6월까지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종업원 300명 이상 사업장은 7월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에 들어가야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2019년 7월 이후로 1년 유예기간을 받았다.
 
그런데도 올해 노사는 협상 테이블에 주52시간 근무제를 올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월 은행장들을 만나 “은행권이 모범을 보여달라”며 조기 도입을 요청하며 정부 차원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호응해 은행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준비 작업에 나섰다. 금융노조도 조기 도입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Q 김태영 회장과 허권 위원장이 같은 농협 출신이어서 소통이 잘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사 쪽이 무조건 거부로 일관해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노사는 4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을 두고 협상했으나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실무자 교섭 14회, 임원급 교섭 3회, 대표단 교섭 4회 등 25회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Q 협상 결렬 뒤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이제는 정면 투쟁으로 돌파하겠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7월9일 회의에서 노사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며 조정 중단을 결정했다. 금융노조는 중노위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7월11일 금융노조 긴급 지부대표자 회의에서 총파업 의견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금융노조는 8월7일 파업 찬반 투표를 한다. 33개 사업장 10만 조합원이 대상이다. 가결되면 9월 총파업에 들어간다. 총파업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벌였던 2016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Q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의 쟁점은 무엇이었나.
노조는 일하는 시간을 줄여 ‘일과 가정의 양립’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일할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곧 일자리 창출이다. 청년실업도 낮출 수 있다. 사 쪽은 감사, 재무, 인사, 정보기술(IT), 홍보 업무에서 주52시간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업무를 빼면 주52시간을 적용받는 사람은 소수다.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그만큼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뜻이다.
 
Q 노동이사제(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도 논의한 것으로 안다.
경영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 쪽은 경영 간섭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공기업도 하고 민간기업도 하는데 금융산업에는 왜 적용하지 못하나? 사 쪽 주장대로라면 교섭도 하지 말아야 한다.
 
Q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 협상은 어땠나.
임금피크제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50대 중·후반 인력을 도태시키는 제도다. 구조조정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노조는 정년을 63살까지 늘리고 임금피크제 시행 나이도 현재 만 55살에서 58살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현재 만 55살 직원은 63살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 8년 정도를 수입 없이 버터야 한다. 퇴직 시기와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사 쪽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Q 금융권에서 대규모 채용 비리가 일어났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됐다면 대규모 채용 비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채용 비리의 원인은 경영진에게 있다. 경영진은 국민이 주인인 은행을 자신들의 왕국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지주회사 회장을 스스로 추천하고 스스로 연임하도록 했다.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인데 자신들은 정당하다고 말한다.
 
Q 노조 차원에서 채용 비리 문제에 대응하는 걸로 안다.
검찰 수사를 보면 채용 비리를 지시한 사람은 없고, 실행한 사람만 있다. 그 정점에 있는 지주회장과 은행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직원은 신뢰할 수 없는 최고경영자와 같이 일할 수 없다.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면 은행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금융노조는 7월2일 채용 비리 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재수사해달라는 항고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냈다. 윤 회장이 비서실을 통해 청탁 지원자들 이름을 채용팀에 전달했고, 채용팀은 청탁 일부를 실행했지만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취지였을 뿐 성적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윤 회장의 진술을 추가 조사 없이 그대로 인정한 것은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아직 검찰 처분 통지가 도착하지 않아 이번 항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처분 통지를 받는 대로 김 회장 항고장도 내고 재수사를 요구하겠다.
 
Q 은행 직원들은 과당경쟁에 힘들어한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이 회장·행장 보고를 앞두고 실적 압박으로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과주의를 가장한 극심한 경쟁과 평가, 실적 압박이 이유였다. 지주회장과 은행장들의 단기실적주의 때문에 과당경쟁이 벌어진다.
 
과당경쟁은 출혈경쟁으로 이어진다. 신한은행은 6월 서울시 시금고 쟁탈전에 뛰어들어 시금고로 선정됐다. 출연금 3천억원을 제시했다. 그동안 시금고를 관리해온 우리은행의 4년 출연금(14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여러 광역자치단체에서 금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출혈경쟁을 한 은행들이 어디서 본전을 찾으려 하겠나.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를 적용받는 서민 주머니에서 대부분 빼낸다. 과당경쟁 피해는 국민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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