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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타국에 경영권 안 넘기려 안간힘
[집중기획]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막전막후 ①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첸퉁 economyinsight@hani.co.kr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기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경신도 메모리 수요 증가가 이끌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 주자는 일본 도시바였다. 양산에선 삼성전자에 밀렸으나 기술개발에선 앞서 있었다. 도시바는 투자 실패에 따른 경영난에 시달린 나머지 알짜배기 산업인 메모리 부문 매각에 나서, 2018년 6월 마침내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모두 뛰어든 인수 경쟁의 내막을 들여다본다.  _편집자
 
첸퉁 錢童 <차이신주간> 기자 
 
   
▲ 2018년 4월 취임한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회장이 5월15일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모리 부문 인수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REUTERS
2018년 6월1일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 경쟁이 막을 내렸다. 불과 10여 일 전까지만 해도 반독점 심사로 앞날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최종 인수액은 2조3억엔(약 20조원)으로 확정됐다. 도시바그룹은 매각 뒤에도 도시바메모리(TMC)의 의결권 40.2%를 보유한다. 다른 일본 주주인 호야(HOYA)가 확보한 의결권 9.9%를 더하면 모두 50.1%다.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이 49.9%를 넘어선다. 일본 정부와 도시바그룹이 바라던 최적의 결과다.
 
전자산업계 거두 도시바는 1949년 상장한 이후 가장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례 없는 자금난은 2006년 원자력발전 사업 투자에서 비롯했다. 2015년에는 회계 부정 파문이 불거졌다. 201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채무 문제가 알려진 뒤 파산 절차에 들어가자 도시바는 상장 폐지 기로에 놓였다. 자산을 팔아 채무를 상환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바는 가전, 텔레비전, 의료 사업부를 차례로 매각했다. 마침내 살아남기 위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핵심 자산인 반도체사업부에 칼을 댔다. 반도체는 도시바의 가장 가치 있는 사업부로, 플래시메모리 분야 세계 2위다. 
 
2017년 2월 도시바는 메모리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설립하고 지분 매각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제조사 웨스턴디지털, 플래시메모리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 대만의 폭스콘 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후 6개월 동안 도시바메모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메모리 분야에선 한국과 일본 기업이 오랫동안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중국은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고, 일본 쪽이 중국 자본을 경계해 도시바메모리와 중국 자본은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7년 9월 미국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체가 인수자로 결정됐고, 도시바는 관련국 정부에 반독점 심사를 신청했다. 예상보다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계획한 매각 완료 시한을 넘겼다. 중국 상무부는 12월부터 해당 거래의 반독점 조사를 시작해 5개월 뒤 거래를 승인했다.
 
위기의 출발점
“(도시바는) 마침내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2018년 4월1일 취임한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도시바의 현재를 이렇게 표현했다. 4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100년 전통의 도시바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남은 자산과 사업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에너지와 사회기반시설, 메모리설비, 산업ICT(정보통신기술)솔루션 등 4개 자회사로 통합해 ‘NEXT 계획’으로 이름 붙인 경영 재건을 시작했다.  
 
2017년 2월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자산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반도체사업부로 눈을 돌렸다. 2015년 회계 부정 파문이 일어난 뒤 취임한 이 ‘구원투수’에게는 재무 상황 개선이 가장 시급한 임무였다. 도시바는 세계 2위 플래시메모리 공급사로, 반도체 사업 규모는 세계 8위였다. 2017년 1~3분기 메모리·전자기기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41.6%를 차지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표적 메모리반도체에는 디램과 낸드플래시가 있다. 전자는 컴퓨팅에 사용되고, 후자는 대용량 데이터 저장에 쓰인다. 도시바는 1989년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장점유율에선 삼성에 밀렸다. 낸드플래시는 주로 스마트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메모리카드에 쓰인다. 암호화폐 채굴기도 응용 분야의 하나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등 대용량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낸드플래시 기술은 시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를 보면, 2017년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 점유율은 17.1%로, 삼성에 이어 세계 2위다. 도시바는 메모리 자회사의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더욱 용량이 큰 3D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을 개발하고 생산능력 확장을 앞당기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거액의 재무 손실도 보전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16 회계연도 도시바의 적자는 1조엔(약 10조원)이 넘었다.
메모리는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업부다. 하지만 에너지와 사회기반시설사업부에 비하면 도시바의 관심이 적은 분야였다. 지금까지 메모리사업부 출신 사장이 거의 없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도시바메모리가 모회사에서 독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2016 회계연도 12월 원전사업부의 거액 적자가 폭로되자 도시바는 메모리사업부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린 ‘세계원자력전시회’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모델을 구경하는 관람객들. 웨스팅하우스 인수 실패가 도시바의 경영위기를 촉발했다. REUTERS
쟁쟁한 경쟁자들
2016년 3월 도시바는 과거에 인수한 웨스팅하우스의 미국 AP1000 원전 건설사업에 채무지급보증을 했다. 채무총액 8천억엔의 90% 수준이다. 12월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공사가 지연되자 도시바는 지급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시가 시게노리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다음해 3월 도시바는 뉴욕연방파산법원에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웨스팅하우스는 1년 뒤 최종 파산했다. 웨스팅하우스 인수 실패로 도시바는 자산이 7125억엔(약 7조2천억원) 줄었다.
 
도시바의 채무 위기는 전략적 정책 결정 실패가 누적된 결과다. 2008년부터 8년 동안 1562억엔(약 1조6천억원)의 이익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2015년 드러났다. 회계 부정에 연루된 역대 회장 3명이 머리 숙여 사과했다. 2011년 손실 17억달러를 숨긴 사실이 밝혀진 올림푸스 이후, 최대 규모의 일본 기업 분식회계 사건이다. 2018년 2월까지 회계 부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36건, 배상액이 1740억엔에 이른다. 
 
도시바는 소비전자와 의료사업부를 잇달아 매각했다. 2016년 3월 가전사업부 자회사 지분 80.1%가 537억엔에 중국 메이디(美的)그룹으로 넘어갔다. 40년 동안 도시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5천 건 넘는 기술특허, 일본·중국·동남아 유통경로와 제조기지 등도 매각 조건에 포함됐다. 같은 달 일본 최대 의료기기 제조사 도시바메디컬시스템이 캐논에 6655억엔(약 6조6793억원)에 팔렸다.
 
그러나 2017년 8월 도시바는 채무 초과로 도쿄증권거래소에서 2군으로 강등됐다. 이런 재무 상황이 2년간 지속되면 자동으로 상장이 폐지되기 때문에 도시바는 추가 자산 매각을 서둘러야 했다. 11월에는 169억엔을 받고 연속 적자를 보이던 TV사업부 자회사 도시바영상솔루션의 지분 95%를 중국 하이센스(海信)에 넘겼다. 그다음 매각 대상으로 PC사업부가 지목됐다. 샤프가 50억엔에 도시바의 PC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메모리사업부다. 세계 메모리 시장은 삼성, ‘도시바+웨스턴디지털’, ‘인텔+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몇몇 거대 기업이 주도한다.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매각 방침이 알려지자 업계의 눈길이 집중됐다.
 
2017년 2월29일 1차 입찰에는 10여 곳이 참여했다. 5월19일 2차 입찰에서는 브로드컴과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폭스콘 등 5개 기업의 컨소시엄(연합체)으로 범위가 좁혔다. 6월 초에는 모두 11개 기업과 사모펀드가 4개 연합체로 나뉘어 경쟁을 이어갔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필두로 일본 정부 계열 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체가 가장 앞섰다.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 진영에 합류하자 반독점 당국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11.2%(세계 5위)였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기술혁신을 꾀하려는 웨스턴디지털과 반도체칩 제조사 브로드컴도 사모펀드와 연합체를 구성했다. 웨스턴디지털은 KKR, 브로드컴은 실버레이크와 손잡았다. 
 
도시바메모리의 합자 파트너였던 웨스턴디지털은 인수 경쟁에 참여하는 한편 중재 수단을 이용해 도시바를 압박했다. 4월 초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가 자사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합자계약 위반이라며,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의 웨스턴디지털 독점을 전제로 교섭하도록 요구했다. 웨스턴디지털은 2016년 샌디스크를 158억달러(약 17조8천억원)에 인수한 뒤 도시바의 협력 파트너가 됐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분 우선인수권을 주장하며 1차 입찰에서 브로드컴이나 훙하이정밀(鴻海精密)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의 교섭이 불발된 뒤 국제중재센터에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매각 중단을 요청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과 국제중재센터에 여러 차례 중재를 신청했다. 
 
일본 당국의 개입
폭스콘의 모회사 훙하이그룹이 이끄는 연합체에는 애플과 델, 킹스턴 등 도시바메모리를 직접 구매하는 제조업체들이 포함됐다. 폭스콘은 인수를 발판 삼아 산업가치사슬을 확장하려 했다. 샤프 인수 뒤 8K디스플레이를 미래 사업 방향으로 확정한 폭스콘에는 대용량 저장 능력이 있는 SSD의 수요가 크다.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반도체 고객사인 애플은 인수로 가격 결정 과정의 발언권 강화를 기대했다.
 
이 거래에는 중요한 참여자가 또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다. 거래 초기에 강력하게 개입해 방향을 통제했다. <도요게이자이>는 관계자의 말을 따 “경제산업성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시바메모리가 중국이나 미국 등 외국자본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일본 쪽은 인수를 희망하는 연합체가 분산될수록 좋았다. 그래야 지분 매각 뒤에도 일본 쪽이 도시바메모리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21일 도시바는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체를 우선인수 협상자로 선택했다. 해당 연합체 구성을 고려할 때 일본 쪽이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과반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6월 이후 도시바가 브로드컴을 주요 인수 대상자로 선택하고 교섭을 진행했지만 경제산업성의 명령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경쟁에서 물러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럼에도 8월 내내 도시바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8월23일 웨스턴디지털 연합체와 우선 협상하겠다고 밝혔다가 31일에는 인수 대상자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뒷걸음쳤다. 이후 베인캐피털, 웨스턴디지털, 훙하이정밀이 이끄는 3개 연합체와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이때 훙하이정밀은 일본산업성에 의해 인수 대상자 명단에서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홍하이그룹이 2016년 샤프를 인수했기 때문에 매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경제산업성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사이 사태를 주시하던 애플, 델, 킹스턴은 베인캐피털 연합체로 옮겨갔다. 그 뒤 경쟁은 베인캐피털과 웨스턴디지털의 양자 구도로 좁혀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의 최종 결정을 종용한 것은 금융기관이었다.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이 도시바에 “9월20일까지 반드시 결정하도록” 요구했다. 도시바의 채무 초과 문제가 지연되면 이들 은행의 실적에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마침내 9월13일 도시바는 우선협상대상인 한·미·일 연합체와 협상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웨스턴디지털연합체는 9월19일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새 수정안을 제시했다. 도시바메모리를 산업혁신기구에 넘기는 동시에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새로 설립될 자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영권 포기를 원치 않던 도시바는 이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고, 9월20일 메모리사업부 지분 전체를 2조엔(약 20조600억원)에 한·미·일 연합체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6월 베인캐피털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판게아를 설립했다. 여기에는 도시바가 3505억엔(약 3조5162억원), 일본 반도체부품 제조업체 호야가 270억엔을 출자했다. 일본 자금이 18.8%다. 이와 함께 베인캐피털 2120억엔, SK하이닉스 3950억엔, 애플·킹스턴·시게이트·델 등 미국 쪽이 4145억엔을 출자했다. 그러나 판게아에 출자한 금액만큼 의결권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전환사채 형식으로 출자했고, 지분 15%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10년 안에는 도시바메모리의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채권의 주식 전환 때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미국 기업들도 재무투자자 자격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인수대금 2조엔을 채우려면 6천억엔이 부족했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투자 의사를 밝혔는데,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을 해결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인수거래가 끝나면 도시바가 확보한 의결권 40.2% 가운데 33.4%를 두 기관이 절반(16.7%)씩 대행하게 된다.   

*2018년 8월호 종이잡지 71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22호 
東芝芯片爭奪戰幕後群雄逐鹿誰是贏家?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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