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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블랙홀’ 중국 추격에 경계심 뚜렷
[집중기획]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막전막후 ②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첸퉁 economyinsight@hani.co.kr
첸퉁 錢童 <차이신주간> 기자 
 
   
▲ 한·미·일 컨소시엄을 이끈 베인캐피털의 일본법인 대표 스기모토 유지(왼쪽)와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 부사장이 2017년 10월 도시바메모리 부문 인수 협상을 앞두고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REUTERS
2018년 5월17일 도시바는 메모리사업부 매각 절차가 모든 관련 국의 ‘통행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거기에는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 중국의 반독점 심사도 포함됐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방침이 알려진 뒤 외부에서는 당연히 중국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중국 자본이 세계 각지에서 첨단과학 분야의 투자 기회를 찾아다녔고, 특히 자체 제조 능력이 없는 메모리칩 분야는 2015년부터 성장이 가장 시급한 국가전략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바메모리 매각 과정에서 중국 자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따돌리기
중국 메모리칩 개발 주력군으로 평가받는 칭화쯔광(淸華紫光)그룹은 “인수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구원쥔 반도체산업연구기관 IC와이즈(Wise)의 수석애널리스트는 “산업환경과 쯔광의 사업구조를 고려할 때 쯔광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쯔광은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닌 기술협력을 선호하지만, 도시바를 인수하면 일본 정부의 심사와 감독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치와 산업계의 현실에 비춰 쯔광의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 쪽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를 반도체 산업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는 세계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이 1~3위를 석권했고, 10위권 안에 6개 기업이 포진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뒤 일본전기, 히타치, 미쓰비시전기가 설립한 엘피다메모리(세계 10위)는 2012년 파산해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후지쓰와 파나소닉은 일찌감치 메모리 시장에서 떠났다. 도시바의 운명이 일본 반도체 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상황이었다. 인수 초기 일본 쪽에서 중국 자본의 진입을 막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본 쪽이 방어 태세를 갖추는 바람에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쯔광은 과거 인수·합병을 통한 메모리 기술 도약을 시도했지만 벽에 부딪혔던 경험이 있다. 2015년 9월 쯔광이 웨스턴디지털 지분을 38억달러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으며, 두 회사가 190억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샌디스크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가 개입해 거래가 중단됐다. 결국 쯔광은 메모리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쯔광그룹이 대주주인 YMTC(長江存儲)는 중국 최초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3차원(3D) 낸드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메모리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저장용량을 늘리고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삼성과 도시바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3D 낸드 기술을 개발했고, 삼성이 2016년 먼저 32단 제품을 양산했다. 
 
중국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쯔광은 이미 3D 낸드 샘플을 발표했다. “YMTC의 다음 목표는 2020년까지 3D 낸드 제품의 월 생산량을 30만 장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자오웨이궈 전 쯔광 회장이 말했다. 이를 통해 메모리 분야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하고, 자급률을 40%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삼성·도시바·마이크론·SK하이닉스·웨스턴디지털·인텔이 선두그룹을 형성하는데 YMTC는 7위에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 기가디바이스(兆易創新)의 주이밍 회장이 말했다. “중국 메모리 산업은 국제 수준과 격차가 있고, 중국 내 3대 메모리 산업기지는 이제 막 건설을 마치고 연구·개발에 진입한 상태다.” 기술적으로 ‘4~5년의 격차’가 있는 것 외에 연구·개발 속도와 능력, 운영 능력과 효율, 비용과 수율, 규모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잠복해 있다. 주이밍 회장은 2019년이 중국 메모리칩 양산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산업 정책의 지원을 받으며 중국 반도체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자 일본과 한국의 경쟁 기업들은 경계심을 높였다. 2017년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은 위협이다.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인재 유출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코리아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이 선진 기술을 확보하면 중국 현지 기업이 성장하고 외부 반도체 수요가 줄어 반도체 시장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중국 쪽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는 중국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3D 낸드플래시의 대용량 저장 기술이 부각되자 제조사들이 앞다퉈 투자하기 시작했다. 구원쥔 수석애널리스트는 “2차원(2D) 낸드 기술이 한계에 이르러 지금이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3D 전환을 끝내고 3D 낸드의 수율을 높여 전면적 양산에 들어가는 것은 다음 도전이다. 
 
뒤처지는 도시바
이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시바가 경영난을 겪는 동안 삼성은 거액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선두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중국 본토, 대만의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모두 100억달러를 넘었다. 반면 일본은 다른 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 생산기술 책임자의 말을 따 “만약 장비 도입 시기를 놓치면 2년 뒤 도시바의 경쟁력이 다른 기업에 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회사가 투자하지 않아 일부 기술직 직원들 마음이 떠났고 헤드헌터를 통해 회사를 옮겼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이런 기술직 직원들이 한국 기업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중국 기업으로 옮겨간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3위 SK하이닉스의 매출은 각각 599억달러와 264억달러로, 연간 49.3%와 79.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8위인 도시바의 매출은 25.1% 늘어난 124억달러, 시장점유율이 3%였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관계가 악화하면서 기술투자가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2017년 6월 웨스턴디지털이 ‘불법으로 기밀 정보를 확보했다’는 이유를 들어 웨스턴디지털 직원의 정보 접근을 막고 개발회의 참석도 금지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의 전화회의 때도 웨스턴디지털에선 산하 샌디스크 직원의 이름으로 참석해야 했다. 10월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 없이 일본 국내 플래시메모리 생산능력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웨스턴디지털은 여전히 도시바의 밀접한 파트너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투자 전제조건으로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 해결을 내건 것 외에, 기술 측면에서도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 지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메모리는 컨트롤러가 있어야 최종 제품이 된다. 삼성과 웨스턴디지털이 컨트롤러 기술에서 절대적 강점을 확보하는 반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도시바가 삼성에 대항하려면 웨스턴디지털의 도움이 절실하다. 
 
또 다른 그림자
2017년 12월 베인캐피털이 주도해 웨스턴디지털과 최후 협상을 진행했다. 마침내 양쪽의 소송전이 화해로 마무리됐고 웨스턴디지털도 베인캐피털 연합체에 합류했다. 도시바메모리가 상장한 뒤 웨스턴디지털이 일부 지분을 갖는 것이 조건이다. 베인캐피털 일본법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도시바메모리가 3년 동안 독립경영을 한 뒤 도쿄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화해 뒤 합자공장 투자를 늘리고 공동운영을 재개했다. 2018년 3월 웨스턴디지털은 앞으로 3년 동안 합자공장에 5천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도시바도 기존 공동투자 계약에 따라 상응하는 규모의 투자액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도시바메모리는 3D 낸드플래시의 장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7월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새 공장을 짓고,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의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2018년 5월 밝혔다. 욧카이치 공장 투자액은 1조엔(약 10조원) 규모라고 도시바메모리 쪽은 설명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2018년 투자 규모는 45조원에 이른다.
 
도시바메모리의 인수는 마무리됐지만 반도체 산업의 투자가 늘고 기술혁신 주기가 빨라지면서 관련 기업들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3D 낸드플래시의 생산능력이 점차 늘어나면서 2017년 말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급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산업에서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가격 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 도시바의 회복 전망에 드리워진 또 다른 그림자다.   

*2018년 8월호 종이잡지 75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22호 
東芝芯片爭奪戰幕後群雄逐鹿誰是贏家?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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