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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도덕적 파산 선고
[Business]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 논란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프랑크 돌멘 economyinsight@hani.co.kr

루페르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체포되면서 폴크스바겐그룹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폴크스바겐그룹의 기존 시스템은 디젤 스캔들 수습에 완벽히 실패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해결책은 폴크스바겐그룹의 환골탈태뿐이다. 

프랑크 돌멘 Frank Dolmen
지몬 하체 Simon Haz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의 차량 인도 타워에 세워진 폴크스바겐그룹의 차량들. REUTERS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딜러 700여 명이 2018년 6월20일 독일 하노버의 한 고급호텔에서 열린 딜러협회가 주관한 콘퍼런스에 모였다. 회의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클린 디젤’ 슬로건이 온갖 거짓말로 점철된 디젤 스캔들로 판명 난 뒤 지난 몇 달간 고객들과의 법정 다툼, 새 배기가스 점검 절차 도입에 따른 신규 자동차 납품 대란, 중고 디젤 차량 가치 하락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딜러에게 돌아갔다.
 
그동안 부글부글 속을 끓인 딜러들이 하노버에 모인 이유는 몇 달째 비정상이던 현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필 하노버 콘퍼런스가 열리기 며칠 전 폴크스바겐의 자회사 아우디 본사에서 날아온 비보가 폴크스바겐그룹을 다시 한번 강타했다.
 
아우디 CEO, 디젤 스캔들로 체포
뮌헨 검찰이 이틀 전인 6월18일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잉골슈타트 외곽의 한 빌라에서 루페르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을 긴급 체포했다. 폴크스바겐 그룹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큰 수익을 냈던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 회장의 긴급체포는 폴크스바겐그룹에 2차 강펀치였다. 딜러들에게도 충격적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디르크 베디겐 폰 크나프 딜러협회 대표가 콘퍼런스에서 폴크스바겐과의 미래와 협력을 발표하는 동안에도 회의장 안에서는 당혹감과 적막감만 감돌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출신의 한 딜러는 “경영진과 창업주 가족은 대체 어떻게 오랫동안 그런 사람을 믿고만 있었냐”며 “딜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폴크스바겐의 충성고객한테도 비웃음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이 모든 상황이 비즈니스와 브랜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모욕감을 느낀 이들은 딜러들만이 아니다. 루페르트 슈타들러의 체포는 자회사인 아우디와 포르셰를 포함해 폴크스바겐그룹을 수년째 뒤흔드는 디젤 스캔들 위기의 정점으로 받아들여진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자회사 회장이자 그룹 경영진이 단순히 범죄 혐의를 받는 것에서 나아가 체포까지 된 것은 독일 경제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이는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과 그룹 창업주 가족, 감독이사회가 디젤 스캔들 수습에 얼마나 처참하게 실패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폴크스바겐그룹이 디젤 스캔들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주에 달렸다. 지금껏 볼프강 포르셰와 한스 미셸피에히를 포함한 창업주 가족은 배기가스 조작이 폭로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깔끔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도 뒷전이었다. 막강한 노동자 대표단의 지지를 받는 대주주 니더작센 주정부 역시 폴크스바겐 문제에 아예 눈감아버렸다.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의 체포는 사태 해결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북부 바이에른주 소도시 티팅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슈타들러는 폴크스바겐그룹 소유주 가족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그룹의 대부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오랜 개인 비서이자 10년 넘게 아우디 최고경영자로 배기가스를 조작하고, 조작된 서류에 서명했다. 그는 디젤 스캔들 진실을 감췄다는 혐의를 받지만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사나 아우디 쪽 누구도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슈타들러 체포를 계기로 디젤 스캔들을 촉발했던 폴크스바겐그룹의 내부 문제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자사가 생산한 디젤엔진이 배출하는 유독 산화질소의 엄청난 양을 조작할 목적으로 아우디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오랜 기간 미국과 독일 등 여러 국가의 수백만 명에 이르는 소비자와 정부기관을 속였다. 배기가스가 조작된 엔진은 아우디뿐 아니라 폴크스바겐과 포르셰 차량에도 장착됐다. 
 
2015년 9월18일 미국 환경청이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을 폭로했다.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이 배기가스 조작의 실제 규모를 숨기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는 사실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폴크스바겐은 미국과 독일의 수사 당국이 밝혀낸 만큼만 배기가스 조작을 인정했다. 하지만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 체포와 맞물려 디젤 스캔들에 대한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을 향한 압박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수사 당국은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이 2015년 폭로됐던 엔진과 차량 외에 배기가스 규정을 위반한 엔진과 차량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한다. 실제 아우디는 2018년 5월 6만 대의 A6, A7 디젤 모델에도 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시인하고 독일연방자동차청(KBA) 지시에 따라 이들 모델을 리콜했다. 그럼에도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어느 곳도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침묵하는 것이다. 
 
미국 수사 당국도 폴크스바겐그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2018년 3월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에게 제기한 소송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 루페르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2018년 6월 배기가스 불법 조작과 관련해 사법 당국에 긴급 체포됐다. REUTERS
배기가스 은폐·조작… 슈타들러가 몸통?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과 다른 경영진이 디젤 스캔들의 해명 지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수사 당국의 슈타들러 심문에서 드러날 것이다. 슈타들러는 체포 이틀 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뮌헨의 고위급 검찰 두 명에게 처음 조사를 받았다. 그는 사기, 수십만 건의 승인문서 서명 등 문서 조작 혐의, 디젤 스캔들 은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당국은 오래전부터 그가 지지부진하게 디젤 스캔들을 수습한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슈타들러가 체포된 이유는 아우디 쪽 증인 한 명에게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은 증인을 해고하려던 슈타들러의 통화를 감청한 뒤 곧바로 체포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는 물론 이를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폐 의혹을 반박하지 못한 그는 체포 상태에서 계속 조사받을 전망이다.  
 
디젤 스캔들에서 슈타들러 회장의 역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 누구도 그가 아우디의 대부분 차량에 대대적으로 이뤄진 배기가스  조작을 몰랐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2015년 미국에서 처음 배기가스 조작이 발각된 직후부터 3ℓ 디젤엔진이 장착된 차량 수백만 대의 배기가스 조작을 그와 폴크스바겐그룹이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탱크가 아주 작은 디젤엔진의 경우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요소수가 너무 적게 분사된다는 사실을 아우디그룹 엔지니어들이 슈타들러 회장과 다양한 실무그룹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차량 승인 조건과 환경 규정을 위반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경고했다.     
 
아우디그룹 엔지니어들도 디젤 스캔들이 터진 직후 불법 소프트웨어 등 차단장치 설치로 사태를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아우디가 실험실과 도로 테스트에서만 배기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하도록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를 장착했다”며 “2015년 말 그룹 차원에서 이 모든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수사 당국에 증언했다. 
 
폴크스바겐그룹으로선 신속하고 철저한 규명이 그룹 전체에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폴크스바겐그룹과 아우디, 포르셰의 고가 스포츠실용차(SUV), 아우디 A6와 A8 같은 럭셔리 차체 등 그룹의 수익 창출원인 모델과 엔진이 배기가스 조작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석대로 해결하려면 신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테스트 실행-차량 승인 재신청 등을 거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 몇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달이 족히 걸린다. 그사이 해당 모델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는 등 피해가 막대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은 디젤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은 이를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 판정된 엔진 대다수를 생산한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과 5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내부에서는 그를 선임한 배경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슈타들러 회장을 디젤 스캔들 희생양으로 간택했든, 아우디그룹에서 배기가스 조작에 추가 의혹이 제기될 경우 사용할 희생양 카드였든 말이다. 물론 폴크스바겐은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현재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에 대한 당국의 태도를 보면 수사 압박이 엄청난 것만은 분명하다. 안드레아스 쇼이어 교통부 장관과 교통부 직원들은 2018년 5월 말 그가 보고를 위해 베를린에 왔을 때 하룻밤 사이 180도 달라진 태도에 깜짝 놀랐다. 평소 교통부에서 보인 오만방자한 태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심지어 비굴하게 굽실거렸다. 당시 그는 배기가스가 조작된 아우디 모델 목록을 교통부에 제출했는데 그중 관용차량으로 인기 많은 A6 디젤 모델도 포함됐다. 
 
A6·A8 외 포르셰 카이옌과 투아렉까지 
쇼이어 장관은 이때만 해도 그가 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음을 몰랐다. “그가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드디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연방자동차청(KBA)과 교통부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가 속한 아우디 그룹이 배기가스 조작의 주범임을 알고 있었다. 
 
디젤 스캔들이 물 위로 드러나고 2~3년이 흐른 지금 모회사인 폴크스바겐은 비교적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사이 수사기관은 포르셰 마칸에서도 배기가스 조작 사실을 밝혔다. 또 포르셰 카이옌의 불법 장치도 발각했다. 문제가 된 포르셰 3ℓ 엔진 모두 아우디그룹 엔진 개발부서에서 생산했다. 이후 폴크스바겐 투아렉 모델에서도 배기가스 조작이 밝혀졌다. 이 엔진 역시 아우디 공장에서 생산했다. 이제 교통부는 이런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슈타들러 회장과 아우디 임원진은, 수사의 칼끝이 점점 아우디를 조여오고 있던 2017년 중순에도 배기가스 조작 추가 모델을 교통부에 자진 신고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때도 아우디 경영진은 배기가스 조작이 발각될 위험에 처했거나, 발각되고 나서야 마지못해 수사 당국에 협조했다. 이들은 심지어 플래그십 모델 A8에 대해서는 엔진 소프트웨어의 불법 장치를 신고한 것처럼 태연하게 연극하기도 했다. 연방교통부와 연방자동차청 관계자들이 특히 분노했던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주행거리 1km당 최대 2천mg(허용치 80m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A8은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차종이다. 
 
2018년 봄에는 A6의 배기가스 조작이 관계 당국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쇼이어 장관의 인내심이 끝내 바닥을 드러냈다. 슈타들러 회장과 아우디 경영진을 정기적으로 연방교통부로 불러들였고, 결국 쇼이어 장관은 슈타들러 회장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그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눴다. 그에게 7월 말까지 배기가스 조작 차종 전량 신고와 배기가스 조작 차량의 판매 중단 확인서에 서명하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한마디 이의 제기 없이 수용했다. 단, 그가 체포되면서 더는 이 문서에 서명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후임 브람 쇼트 회장이 모든 불법 장치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디젤 스캔들 위기 극복을 위한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수습 방안을 놓고 내부에서 의견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 자체 조사 결과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경영진은 법률 자문을 의뢰한 존스 데이 로펌의 보고서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은 이런 조건에서 디젤 스캔들 수습에 전혀 기여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고삐 죄는 당국, 폴크스바겐 ‘진퇴양난’
결국 수습은 폴크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 특히 한스디터 푀치 감독이사회 회장에게 전적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푀치 회장이 디젤 스캔들을 전혀 신뢰감 있게 수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푀치 회장은 배기가스 조작에 연루된 인물이다. 브라운 슈바이크 검찰은 푀치 회장이 미국에서 촉발된 디젤 스캔들을 주주들에게 너무 늦게 알렸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푀치 회장의 부인에도 그는 감독위원회 회장이 되기 전 10년 넘게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마르틴 빈터코른 당시 회장에 이어 그룹의 2인자였다. 푀치 회장은 과거 자신이 했던 업무를 직접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푀치 회장은 “그 어느 것도 은폐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디젤 스캔들 해결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그는 2016년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려는 듯하다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사법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푀치 회장과 폴크스바겐 내부 법률가들이 처음부터 변호사들의 법적 검토 결과를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룹의 작은 실수 하나도 닦달하는 주주들이 회사를 고소할 위험이 너무 컸다. 이 조치는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더욱 키웠고, 폴크스바겐그룹이 무언가 숨긴다는 의혹을 더욱 확산했다. 
 
현재까지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에는 디젤 스캔들 수습 의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경영진은 미국 사법부가 지시한 투명 경영을 위한 이른바 모니터 투입도 반대하고 있다. 회사 내부 감독관이 본연의 업무에 방해된다는 것이 이유였으나, 미국 쪽 사법 당국을 상대로 그 주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2017년 봄부터 래리 톰프슨 전 미국 법무차관이 폴크스바겐그룹 감독관으로 재직하는데, 그는 두 달 전 작성한 첫 보고서에서 그룹 ‘변화 의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디젤 스캔들 해명에 박차를 가하는 쪽은 폴크스바겐그룹이 아닌 독일과 미국의 검찰이다. 미국 수사 당국은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2015년 폭로된 직후부터 수사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미국 수사 당국은 지금까지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던 이들도 증인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도 애초 증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슈타들러 회장 조사 과정에서 미국 수사 당국이 격분했다는 말이 사법부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증인들 진술을 토대로, 슈타들러 회장이 배기가스 불법 조작의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미국 쪽 법률가들은 수사 당국이 수사망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 구속영장 추가 발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폴크스바겐그룹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도 날로 거세지는 추세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폴크스바겐그룹의 약점이 최대한 부각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또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을 청문회에 소환하려고 몇 달째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디스 회장은 2018년 6월14일 미국 워싱턴에서 문서를 전달받았다. 해당 문서에는 “최근 상황을 보면 미국 정부에 중차대한 문제가 폴크스바겐그룹에 여전히 상존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문서 발신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당인 공화당 학술·우주항공·기술위원회 소속 의원 2명이다. 이들은 문서에서 배기가스 조작 불법 장치를 더 알고 싶다고 적었다. 
 
신뢰 회복 위한 폴크스바겐의 과제 
독일에서도 폴크스바겐은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지 못했다. “슈타들러 회장과 폴크스바겐그룹 스캔들이 대기업들 사이에서 면밀히 관찰되고 있다”고 연방정부의 좋은기업경영위원회 설립위원 크리스티안 슈트렝거는 설명한다. 그는 앞으로 대기업 경영진이 폴크스바겐그룹 사례를 참고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과거보다 몸을 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 이후 일선 기업의 감독이사회는 의무 사항을 불이행한 경영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는 뜻이다. 슈트렝거 위원은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이 ‘도미노 딜레마’에 처했다”며 “감독이사회가 디젤 스캔들 수습에 소극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슈타들러 회장이 체포됐지만 (사임하지 않고) 휴가를 신청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폴크스바겐 감독이사회는 이런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면서 직접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 직원 사이에서도 더는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빠르게 공감을 얻고 있다. 그룹 본부의 한 법률가는 “사내 분위기가 최악”이라고 전했다. 몇몇은 “그룹이 이미 도덕적으로 파산했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페터 모슈 아우디 노동자 대표는 “직원들이 디젤 스캔들 여파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한다”고 말한다. 
 
전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이 고객과 직원, 정치권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지금까지 경영진이 실행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작을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투명한 내부감사가 필수다. 감독이사회를 디젤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그룹 회장도 디젤 스캔들에서 깨끗한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 

*2018년 8월호 종이잡지 8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26호
Moralisch ruinier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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