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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돌봄 우선 탓 시설 도우미 처우 열악
[Issue] 프랑스 노인 돌봄 정책의 그늘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클레르 알레 economyinsight@hani.co.kr
클레르 알레 Claire A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1월 내내 지속된 프랑스 노인요양시설 직원들의 일제 파업에서 참가자들이 “입주자와 직원은 위험에 빠져 있다”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노동환경 악화와 직원 피로 누적이 시설 입주 노인을 위험에 빠뜨린다.” 노인요양시설 직원의 30% 이상이 파업에 나섰을 때 시위에 나온 슬로건 중 하나다. 2018년 1월에 시작해 봄 내내 지속된 파업은 노인요양시설 입주 노인들의 생활환경과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전례 없는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8년 5월 말 아녜스 뷔쟁 보건부 장관은 ‘노인의 자율성 강화’라는 이름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뷔쟁 장관은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2019년 초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고령화와 자율성 상실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보건·생명과학·윤리자문위원회도 ‘고령화의 윤리적 문제’라는 최근 의견서에서 “노인요양시설에 노인이 몰리는 현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노인을 위한 포용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고령화는 선진국 가운데 프랑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특히 프랑스가 노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팀 뮈르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년부양비율(생산가능인구 대비 노인인구 수)과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의 수는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비슷하다”며 “나라별로 차이 나는 것은 노인을 돌보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프랑스에선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개인별 자율성(APA) 수당’을 받는 의존성 노인의 60% 이상이 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 거주하고 있다.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워 삶의 본질적 활동을 수행하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의 자택 거주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을 조금 웃돈다. 독일·벨기에·오스트레일리아·네덜란드에서 프랑스의 APA 수당과 유사한 수당을 받는 시설 거주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은 프랑스보다 높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프랑스 정부는 노인 정책에서 시설 돌봄보다 재택돌봄을 우선해왔다. 재택 돌봄은 노인과 부양가족 등 관련 당사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 차원에서도 비용이 더 적게 드는 방식이다. 프랑스 국립공공보건고등학교 교수이자 아렌연구소 연구원 블랑슈 르비양은 “재택 돌봄 우선 정책에는 되도록 오래 집에서 노인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문화적 요소도 작용한다”며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가족주의 국가, 즉 가족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연대의 요소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내법도 자손이 부모와 조부모를 부양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재택 돌봄 선택
그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확대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노인들의 필요도 바뀌었다. 1990년대에 식사 준비나 옷 입기처럼 의료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는 항목을 지원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따라 1997년 특별의존수당(PSD)이 도입됐고, 2002년에는 APA 수당으로 대체됐다. 이런 수당의 도입은 활동보조인이나 간병인 같은 직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시설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부모를 시설에 모시는 대부분의 가족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시설과 자택의 중간 정도 형태인 공동주거 인식이 프랑스보다 훨씬 좋다. 다른 노인들과 함께 공동주거 형태로 살아가는 노인의 비율도 프랑스보다 높다. 프랑스 정부도 2015년 ‘사회의 고령화 적응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공동주거 시설 확대를 촉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율성 주거’ 시설은 의료시설로 분류되지 않는 노인요양시설이다. 움직이는 데 거의 불편이 없는 노인들이 입주한다. 필연적으로 찾아올 자율성 손실에 대비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블랑슈 르비양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프랑스의 고령화나 의존성 노인 정책이 딱히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프랑스 정부는 나름대로 여러 해법을 제시해왔고, 지금도 양질의 보건 시스템과 개인별 지원 서비스 제도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간병인의 어려움
그러나 역설적으로 재택 돌봄을 우선하는 정책적 선택이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의 시설 집중을 초래했다. 모니크 이보라 의원과 카롤린 피아트 의원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주목한 점도 바로 이것이다. 재택 돌봄은 노인이 최후의 순간에 시설의 문을 두드리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두 의원에 따르면, 시설 입주 노인들의 평균연령과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며, 이들의 건강 상태도 더 나빠지고 있다. 보건부 연구평가통계국(DREES)의 최신 자료를 보면, 노인요양시설의 평균 입주 연령은 2007년 83.8살에서 2015년 85.8살로 2년이나 높아졌다. 평균 시설 거주 기간은 2년6개월, 입주 노인의 질병 수는 평균 7.9개였다. 입주 노인의 절반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치매 증상을 보였다. 두 의원은 중기적 해법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치매노인 전용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문제는 시설 거주 노인들의 의존도 상승으로 이들을 돌보는 간병인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인의 업무에서 병구완과 화장실 시중의 비중이 점점 늘고, 관계적 측면과 여가 지원 업무의 비중이 줄었다. 이에 따른 간병인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직업적 피로 누적의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노인요양시설의 산재 발생률은 프랑스 전체 평균보다 두 배나 높다. 심지어 건설 부문보다 높다. 1550개 노인복지단체를 회원으로 둔 병원·환자지원연맹(FEHAP)의 의료사회부문 이사 줄리앵 모로는 “간병인은 환자들 삶의 마지막을 담는 그릇으로, 거의 날마다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며 “간병인은 환자 가족도 감당해야 하고 그들의 죄책감마저 받아낸다”고 말했다.
 
압박이 워낙 심해 어떤 간병인들은 ‘소극적 학대’나 ‘제도적 학대’의 느낌을 제기한다. 참고로,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에 대한 학대는 시설보다 자택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전체 학대 건수의 70%가 자택 거주 노인에게 일어난다. 전국노인학대방지네트워크3977에 따르면, 노인 학대 주범의 절반은 가족이나 친지다. 학대 유형은 방치 같은 심리적 학대에서 물리적·재정적 학대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시설 입주 노인들의 돌봄 필요는 증가한 반면, 비용 합리화 정책으로 돌봄 인력 수에는 변화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인이 시설 입주 노인 1명에게 들이는 돌봄 시간은 평균 하루 1시간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인요양시설 직원들의 결근이 잦고 신규 채용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가 2018년 초 노인요양시설 파업의 원인이기도 했다.
 
의회 보고서는 의존성 노인 돌봄에 투입되는 자금의 부족이 구조적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피아트 의원은 “우리가 굳이 북유럽 국가들의 수준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해도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1%인 200억유로(약 26조원)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뷔쟁 보건부 장관이 제시한 로드맵은 고작 몇억유로의 예산만 책정한 상태다. 2019~2021년 노인요양시설의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3억6천만유로뿐이다.
 
5번째 위험
인구 고령화로 늘어난 돌봄 수요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 해법으로 기존 4대 사회보장보험(고용·실업·산재·퇴직)에 5번째 부문을 추가하는 방안이 수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독일 사례를 본떠, 공적자금 지원과 개인보험을 결합한 형태로 고령화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예방과 활동보조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택 돌봄은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랑슈 르비양은 “활동보조인 지원이 정책의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체 활동보조인의 57%가 여성일 정도로, 간병이나 노인 돌봄 서비스는 주로 여성이 담당한다. 프랑스의 가족주의 문화는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프랑스의 의존성 노인 인구
자율성 상실 위험이 가장 큰 연령층은 85살 이상이다. 2018년 현재 프랑스의 85살 이상 인구는 1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에 이른다. 2050년께면 전체의 6.5%인 480만 명 가까이 될 전망이다. 이들 모두가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노인일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85살 이상 인구가 늘어난 만큼 돌봄이 기계적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이유는 없다.
 
일반적으로 기대수명 증가는 건강한 삶의 증가를 동반한다. 오늘날 프랑스의 ‘개인별 자율성(APA) 수당’ 수급자는 120만 명이 조금 넘는다. APA 수당은 의존 상태인 노인들이 여러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보건부 연구평가통계국은 2060년 의존성 인구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2018년 8월호 종이잡지 116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7월호(제381호)
La France maltrite-t-elle ses aîné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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