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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저주 넘어 새로운 산업국가로
[세계는 지금]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편보현 bhpyun@kotra.or.kr
편보현 KOTRA 나이지리아 라고스무역관 관장
 
   
▲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위치한 유니레버 공장에서 노동자가 치약 제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REUTERS
‘나이지리아’와 함께 연상되는 ‘자원의 저주’라는 말은 신의 버림을 받은 황폐한 땅이라는 느낌을 준다. 자원의 저주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이 있음에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을 말한다. 이권 다툼으로 풍부한 자원의 이익이 국가가 아닌 특정 집단에 돌아감으로써 국민은 빈곤을 면치 못한다.
 
나이지리아의 보유 자원은 어느 정도일까. 석유는 확인매장량이 370억 배럴로 세계 11위, 아프리카에서는 리비아 다음으로 많다. 하루 생산량도 205만 배럴로 세계 13위다. 천연가스는 확인매장량이 187톤(t)으로 세계 10위다. 이 밖에 철광석, 석탄, 역청, 석고, 귀금속 등 부존자원이 엄청나다.
 
이렇게 자원이 많은데도 활용 면에서는 매우 실망스럽다. 나이지리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석유 부문이 나이지리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 된다. 중동 산유국인 쿠웨이트에선 석유 부문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42%, 아랍에미리트는 30%인 데 비해 나이지리아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석유자원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야심찬 정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케미 아데오순 나이지리아 재무부 장관은 신문 기고글에서 나이지리아는 결코 석유중심경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석유중심경제(오일 이코노미)란 적은 인구에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국가의 경제활동이 전적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를 말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등이 이에 속한다. 재정수입 면에서 보면 이들 나라는 국가재정의 90% 이상을 석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국민 세금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 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4.6%)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이런 경제모델을 추구해온 나이지리아는 이젠 더는 석유중심경제 성장모델을 따를 수 없게 되었다. 인구 1억9천만 명에 하루 원유 생산량 200만 배럴을 겨우 상회하는 수준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더구나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치고 경기 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나이지리아로서는 변화의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산업화 전략으로 경제성장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 제2의 경제대국인 나이지리아는 2015년 5월 모하메드 부하리 대통령 집권 이후 ‘경제 회복 및 성장 계획’(ERGP)을 발표해 실행하는 중이다. 2020년까지 원유 생산 증산, 국영자산 민영화, 석유제품 수입 감소를 위한 정유 시설 재건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석유산업이 나이지리아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정책을 전면 수정해, 석유 의존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농업·제조업·광업·서비스업 등 산업 다각화를 위한 선도산업 분야를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전력, 교통인프라 확충 등 경쟁력 강화와 보건의료·교육 분야 성장 등 포용적 성장 정책을 구사하고, 반부패 정책, 치안 강화, 정부 지출 축소 등 공정한 정부조직 구축을 목표로 한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야심찬 산업 육성과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 시행에도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전력 부족, 도로·철도·항만 등 열악한 인프라, 종족갈등과 테러리즘 확산, 정부의 만연한 부정부패가 그것이다.
 
하루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나이지리아에선 아직도 전기가 대여섯 시간만 들어와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수도망은 버려진 지 오래돼 국가는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어렵다. 도로 곳곳에 구멍이 뚫려 트럭이나 자동차들의 전복 사고가 반복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의 대국으로 발돋움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먼저 전력 사정을 보면, 발전소 설비용량이 1만2500MW인데 실제 생산하는 전기는 6800MW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건물이나 공장, 가정에서는 발전기를 돌려 자체적으로 전기를 쓰고 있지만, 연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공장 문을 닫는 일이 많다. 아예 생산 공장을 주변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한때 던롭이나 미슐랭 등 타이어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해 아프리카 타이어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했으나, 지금은 남아공이나 가나 등지로 타이어 공장이 이전해 100% 수입하고 있다. 전기 사용을 정확히 기록해 요금을 부과하기 위한 미터기도 공급되지 않아 전력수용자가 개별적으로 미터기를 구입해 설치해야 하는데, 돈을 내고 설치하려는 사람이 없다. 전기를 공짜로 쓰는 기관이 많고 공짜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심하다보니, 배전 회사는 항상 적자에 시달리고 발전 회사는 연료를 충당하지 못해 설비를 놀리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교하면 이런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이지리아는 남아공의 전력 설비용량(4만7040MW)의 4분의 1에 불과한데 인구는 거의 4배라서 국민의 전력 사용량 격차가 아주 심하다. 나이지리아 인구의 40%는 아직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우세한 나이지리아 남부지역과 이슬람이 대부분인 북부 지역간의 종족·종교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를 거점으로 하는 보코하람이나 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기승을 부리는 니제르델타 무장반군은 척결할 대상이다.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갈등 역시 무시 못할 위험요인이다. 사하라 남쪽 끝에 위치한 나이지리아는 갈수록 사막화가 진행돼, 국토의 60%가 영향받는다.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가축을 키우는 유목민들은 초지를 찾아 중부로 내려오는데, 전통적으로 농업을 주로 하는 비옥한 미들벨트 지역에서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다. 고갈되는 수자원과 농경지, 이로 인한 영토분쟁은 나이지리아 뿐만 아니라 인접한 니제르나 말리, 중앙아프리카, 남수단 지역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무기력과 방관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은 난민이 되어 목숨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엑소더스 행렬에 가담한다.
 
부정적 요인이 많긴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특히 인터넷 정보통신, 소비재, 의약품·의료기기, 농업, 제조업 등 유망산업 분야에 각국의 진출이 활발해 한국 기업들도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이지리아에선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온라인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통신산업 발달을 위한 ‘2016~2019 로드맵’의 하나로, '스마트 디지털 나이지리아’를 마련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ICT 산업이 국내총생산의 10.7%를 차지해, 석유가스 산업보다 더 큰 이익을 내고 있다. 2016년 나이지리아 인터넷 사용자는 9218만 명으로, 아프리카 내 가장 큰 인터넷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높은 인터넷 사용률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최대 온라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주미아(Jumia)의 경우 2012년 설립, 오픈마켓형으로 운영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서아프리카뿐 아니라 이집트, 케냐 등에도 진출했다.
 
나이지리아는 산업단지 개발 등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단지 개발, 다양한 특별경제구역 지정, 외국인 투자자 인센티브 제공 등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월드뱅크가 발표하는 기업환경 순위에서 나이지리아는 2016년 169위에서 2017년에는 14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많은 사람이 나이지리아 정부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력, 도로, 수송 등 부족한 인프라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석유자원 개발과 이익 분배를 둘러싼 갈등, 극단적 테러리즘의 발호는 외국인 투자를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나이지리아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인상이 국가재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2018년 정부 예산을 수립할 때 배럴당 45달러로 책정했으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상회해 정부의 가용자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다.
 
환율과 외환보유고도 안정세를 보인다. 최근 수년간 한국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곤란을 겪은 것을 고려하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477억달러로 5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환율도 달러당 305나이라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여 나이지리아와의 사업에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에 어떤 제품을 팔고 또 어떤 제품을 들여오고 있을까. 한국이 판매하는 제품은 합성수지나 석유화학제품, 섬유제품, 액정표시장치(LCD), 배터리, 석유화학 원료 등 나이지리아의 산업 육성에 소요되는 원·부자재가 많다. 이들 중간재 외에 승용차나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완제품부터 담배, 의약품, 문구류 등 생활소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반면 한국이 수입하는 품목은 천연가스와 액화석유가스(LPG)로 한정돼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기 침체로 2015~2016년 크게 줄어든 한국의 나이지리아 수출은 2017년 21억2100만달러 실적을 냈다. 2018년에는 4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1억7800만달러를 수출했다. 수입은 전년 5억달러에서 2018년 4월 말 기준 1억4100만달러로 50% 줄어 나이지리아와의 교역에서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중국산 싼 저급품에 식상한 나이지리아인들은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부러워한다. 한국 기업과도 협력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동안 나이지리아를 대하는 우리의 시각이 부정적이었다면 이제는 편견에서 탈피해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대한무역투자 진흥 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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