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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성공이 남긴 것
[Cover Story] 방탄소년단 성공의 또 다른 이유 ①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김윤하 soup_mori@naver.com

노력과 실력, 시대적 흐름의 기막힌 삼박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밴드’ 탄생

일곱 청년이 한국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신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국내가 아닌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공개하는가 하면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김범수, 보아, 원더걸스, 싸이 등의 성과를 토대로 전략을 차별화해 공략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한류’와 엔터테인먼트업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들의 성공 비결과 한류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분석했다. _편집자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 2018년 5월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소셜아티스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 AP 연합뉴스
2018년 5월, 방탄소년단 컴백을 전후로 한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컴백 한 달 전 국내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8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첫무대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들을 둘러싼 스포트라이트는 꺼질 줄 몰랐다. 정규 3집 음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정식 발매되기도 전에 국내 선주문량만 144만9287장으로 역대 신기록을 보였다.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선보인 빌보드 뮤직어워드는 방탄소년단에 ‘톱소셜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선사했다. 방탄소년단만큼 화제를 몰고 다니는 팬클럽 ‘아미’(ARMY)는 물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들 역시 2017년보다 뜨거워진 열기로 이들을 맞이했다.
 
열기는 수치로 증명됐다.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는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신곡 <페이크 러브>는 ‘빌보드핫 100’에서 10위로 데뷔했다. 빌보드 음반 차트 1위는 한국 음악계에서 최초다. 싱글 차트 10위 역시 진입 순위로는 역대 최고 결과였다.
 
반가운 건, 음반과 싱글이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팬덤 크기를 가늠하는 데 용이하다고 알려진 음반 차트, 반대로 대중성 척도로 여기는 싱글 차트를 빌보드에서 동시에 석권한 것은 한국 가수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유일했다. 기존 발표작보다 순위 하락세가 더딘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와 <페이크 러브>는 모두 3주 연속 차트에 들었고, 지금도 각각 14위와 48위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2018년 6월14일 기준).
 
방탄소년단의 눈부신 활약으로 초토화된 것은 음악시장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수년간 여러 경험을 통해 ‘케이팝이 되는 판’임을 눈치챈 국내외 문화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가 동시에 들썩였다. <페이크 러브> 활동으로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 성공과 세계적 인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한 이들은 일제히 빠른 눈치 싸움과 함께 계산기를 두드렸다.
 
많은 사람이 주목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SM·YG·JYP 등 흔히 말하는 ‘3대 기획사’가 아닌 중소 규모 기획사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05년 작곡가 방시혁이 JYP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설립한 레이블이다.
 
외양은 흔한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나름의 특징이라면 소속 가수가 극도로 적다는 점이다. 문을 연 지 13년이 지났지만 현재 소속 가수는 방탄소년단과 그룹 에이트 출신의 이현, 단 두 팀이다. 이현이 활발하게 활약하는 가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빅히트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빅히트가 최근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국내 엔터테인먼트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1조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7년 빅히트 매출액은 924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이다. 매출 규모는 아직 부족하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이미 SM(109억원), YG(252억원), JYP(195억원)를 넘어섰다.
 
   
▲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쓰는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그들은 ‘대형 기획사=아이돌 성공’이라는 공식을 깨고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RM,지민, 제이홉.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이라는 콘텐츠의 힘
일부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이들의 성공 전략으로 꼽지만,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의 성공은 그렇게 단편적인 기획이나 아이디어만으로 거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성공은 지금껏 외국 진출을 위해 온몸으로 부딪혀온 케이팝 시장의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갈고닦은 실력, 시대 흐름까지 모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필연적 행운이다. 세상 모두가 눈이 먼 것처럼 제2, 제3의 방탄소년단을 부르짖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눈부신 성공 이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 건 ‘왜 방탄소년단인가’였다. 사람들은 3대 기획사 출신도 아닌, 빌보드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전엔 그룹명조차 낯설었던 아이돌 그룹의 세계적인 성공 원인을 무엇보다 궁금해했다. 가장 먼저 손꼽힌 건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선전이었다. 대형기획사 출신 그룹의 타고난 넓은 인맥과 풍족한 인프라가 없었던 이들은 홍보를 위해 유튜브와 트위터에 개설한 채널에서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 목록에는 뮤직비디오나 안무 같은 기본 영상은 물론 ‘방탄밤’ ‘방탄가요’ ‘달려라 방탄’ 등 때로는 1분 미만에서 20~30분의 아기자기한 자체 제작 콘텐츠가 모두 포함됐다.
 
전세계 젊은 세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201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성장한 유튜브 시장은 콘텐츠에 날개를 달았다. 그룹의 A부터 Z까지 하나의 채널 아래 통합된 다양한 콘텐츠는 그 자체로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되었다. 음악, 무대, 예능, 대기실에서 자연스러운 모습 등 어떤 것이든 한번 신경 쓰면 게임은 그것으로 종료였다. 데뷔 초만 해도 10대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초통령’ 이미지가 강하던 이들이 2015년 노래 <아이 니드 유>(I Need U)를 시작으로 갑작스레 인기의 세를 불려나갈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 역시 그렇게 오랜 기간 차분히 쌓아온 다채로운 콘텐츠였다.
 
이들이 스스로 곡을 쓰는 창작형 아이돌 그룹이라는 것은 이 인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은 화룡점정이었다. 자신이 사랑한 아이돌 그룹의 모든 것이 철저히 설계된, 꾸며진 세계라는 걸 피부로 깨달을 때, 그동안 ‘알고도 속아주던’ 팬들의 환상은 조각난다. 그 이야기는 곧 반대의 경우 팬 몰입도와 충성도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교 시리즈’로 10대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거칠게 토해내던 이들은 2016년 발표한 특별 음반 <화양연화 영 포에버(Young Forever)>에서 ‘화양연화’를 테마로 한 ‘청춘 3부작’을 계기로 전세계 젊은이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현재 이 지구 위에 사는 젊은이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르음악으로, 지금 혹은 한때 청춘이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꿈과 희망, 좌절과 아픔을 새겨 넣었다. 이 중독성 강한 서사는 실제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작은 합숙소에서 동고동락하며 데뷔를 준비하다 끝내 세계를 관객으로 맞이한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의 성공기와 기막히게 맞물려 들어갔다. 자신의 한계점을 명확히 알고, 그것을 콘텐츠의 끈질긴 힘으로 정면 승부해 거둔 결과였다.
 
이것은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하면서도 세계 각국의 팬에게 편견 없이 사랑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 일곱 청년이 자신에게 친숙한 언어와 멜로디로 노래해서 마음을 내준 게 아니다. 인종도 국적도 성별도 다른 이들이 방탄소년단을 보고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느끼는 해방감은 형태 자체가 아닌 그것을 이룬 형태소에서 비롯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커다란 세계에 도착한 팬들은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지지하고 따른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보아나 싸이의 외국 진출 사례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보아는 철저한 현지시장 분석과 현지화 전략으로 열도를 사로잡았고, 싸이는 인터넷 트렌드인 밈(meme)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냉철한 자기분석과 부지런한 다각적 서사 만들기로 누구보다 거대하고 충성도 높은 팬덤을 지닌 팝스타 자리에 올랐다. 이는 분명 지금껏 없었던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외국 진출 사례이며 동시에 해외 유수 언론이 이들을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1960년대 비틀스를 위시한 영국 대중음악의 세계 진출을 뜻하는 ‘British Invasion’에 빗댄 표현)이라 부르는 근거가 됐다.
 
무엇이든 확신하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케이팝이나 한국 출신이라는 꼬리표 없이, 그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밴드’라는 소개를 들을 수 있는 건 방탄소년단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만일 당신이 ‘넥스트 방탄’을 꿈꾼다면? 그것은 아마 아직 뜨겁게 현재진행형인 이들의 성공에서 얻은 힌트로 부단히 준비한 이들에게만 주어질 행운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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