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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음악취향 공략
[Cover Story] 방탄소년단 성공의 또 다른 이유 ②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세련된 현대음악 선호하는 소득과 학력 높은 대도시 사람들 취향 반영한 것도 한몫

방탄소년단(BTS) 음반이 빌보드 차트 1위에 등극한 뒤 이들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분석이 넘쳐난다. 엇비슷하고 타당한 내용이다. 이젠 이들의 매력 해부를 넘어 이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보내는 음악 소비층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유권자가 뉴햄프셔주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적인 빌보드 진입에는 밀레니얼 세대 음악 팬들의 기여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REUTERS
“○○방송 △△프로그램 작가입니다. 방탄소년단의 경제효과를 추정할 수 있을까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제패’한 뒤 글로벌 히트상품이 나온다 싶으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종류의 전화다. 한류의 상품수출 견인효과를 추정하는 작업을 하고 책까지 썼으니, 이런 전화를 피하기는 어렵다. 한편으론 반갑고 고맙다. 이론적 틀도 없이 막연하게 “경제효과 1조원 이상” 식으로 떠들던 시절에서 한발 나아가게 했다는 자부심도 있다.
 
요즘은 히트상품이 나올 때마다 주판을 부여잡고 추정치 계산을 하는 게 조금 꺼려진다. 기초 수치가 부족해 연관효과 추정이 정확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하지만 이런 접근이 이제는 좀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더 큰 이유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가 이토록 성공을 거둘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쩌다 히트작이 나와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히트작을 내고 망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산업 특성에 비춰 많이 만들어보고 많이 망해봐야 성공에 다가가는데, 그때까지 기업들이 버티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산업의 지원 논리가 필요했고, 경제효과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성공은 미약하지만 외부 경제효과는 창대하니 이 산업에 뚝심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정부도 기업도 모두 이런 논리가 절실했고, 그러자니 보고서에 담아낼 수치가 필요했다. 한류의 경제효과 추정 작업은 그런 역사적 의의가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 많은 성공 경험이 축적됐고, 산업적 토대도 갖췄다. 외부 효과가 크다는 논리로 이 산업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낡은 접근이 되었다. 마치 “메인 요리는 조금 부족하지만 밑반찬이 맛나니 우리 식당에 오시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제는 어떤 요리가 진짜 맛있게 느껴질까, 어떤 식당에서 그런 요리를 계속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투자도 지원도 내실 있게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 시내 음반 판매점에 비치된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음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연합뉴스
“왜, 지금?”
방탄소년단이 성공을 계속 이어가자 많은 언론에서 원인 분석이 쏟아졌다. 글을 읽어보면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음악의 진실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걸맞은 소통, 현지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음악성 등 꼼꼼한 분석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읽고 나면 뭔가 허전한 것도 사실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재료, 주방장, 조리법 등 음식과 관련된 분석은 많은데 음식을 즐기는 사람 이야기는 드물다. 우리에겐 과거에도 숱한 가수를 미국으로 보낸 역사가 있다. 그때는 거들떠보지 않던 미국인이 지금은 영어도 서툰 낯선 아시아 청년들을 주목한다.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즉, ‘지금은 맞지만 그때는 틀렸던’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이런 의문에 좋은 실마리를 던져주는 연구를 찾았다. 스웨덴 문화경제학자 샤를로타 멜란데르 교수가 캐나다·영국·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실시한 ‘음악 선호도에 대한 미국인 취향 지도’ 연구다. 일찍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구별짓기> 등 주옥같은 저서에서 설파한 이래 ‘문화적 취향’은 계급 차이를 반영하는 주된 기제로 여겨졌다. 이 연구 역시 큰 틀에서 그 계보를 잇는다.
 
부르디외는 “경제적 격차가 문화적 격차를 만들어내고, 그 문화적 격차가 다시 계급 구조를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문화상품에서 어떤 취향을 갖는 것은 자신이 속한 계급의 정치경제적 특성을 담은 결과라는 뜻이다. 멜란데르 교수 연구진은 음악 취향도 이런 차이를 담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미국 각 지역의 정치경제적 특성에 따라 음악 취향이 차이 날 수 있다고 보고, 각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심리 특성이 음악 취향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갖는지 검증했다.
 
연구진은 음악을 크게 ‘부드러운 음악’(뉴에이지·전자), ‘소박한 음악’(가스펠·컨트리·팝), ‘격렬한 음악’(헤비메탈·록·얼터너티브), ‘세련된 음악’(포크·블루스·재즈·오페라·클래식·세계), ‘현대음악’(랩·솔·레게·펑크) 등 5개 범주로 나눴다. 이후 인구 50만 명 이상의 미국 대도시에 사는 9만2천 명에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조사해 음악 취향 지도를 그렸다. 음악별 선호 정도를 지도 위에 색깔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 결과를 도시별 인구통계 데이터인 소득, 교육, 직업, 인종, 혼인 등과 연결해 통계적으로 검증했다. 특정 음악을 선호하는 취향과 지역민의 정치경제적 성향 관계가 우연인지, 엄밀한 상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거주자의 심리 특성 지수도 함께 분석했다. 인간의 성격 차이를 설명하는 5대 기본 요인 외향성·친화성·성실성·신경증·개방성으로 심리 특성을 측정했다. 특정 음악 취향이 심리적 성향과도 연관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각 지역에 사는 동성애자 비율, 예술 종사자 비율, 정당 지지도 등 사회정치적 성향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분석 결과, 소득과 학력, 창의성 지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세련된 음악’과 ‘현대음악’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취향이 강한 도시에선 백인과 기혼자 비율이 낮은 반면, 흑인과 동성애자 비율이 높았다. 정치적으로 민주당 지지도가 강하고, 심리적으로 개방성이 높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힙스터’가 많은 지역에서 이런 음악의 선호가 높다는 것이다.
 
‘소박한 음악’과 ‘격렬한 음악’ 취향이 강한 도시는 저학력 노동자 계층이 많고, 이민자·동성애자·싱글맘과 예술 종사자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박한 음악’은 정치적으로 공화당 지지도가 높고, 심리적으로 성‘ 실성’이 강한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학력이 낮고 보수적이며 성실한 백인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에서 이런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부드러운 음악’ 취향에는 인종적·민족적 특성이 강하게 반영됐다. 이런 취향이 강한 도시는 백인과 중남미계 비율이 높고, 20대 미만 기혼자와 이민자 비율도 높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방탄소년단 지지층도 유추해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음악은 장르 면에서 랩이 많고, 지역적으로는 세계음악에 속하므로 ‘현대음악’이나 ‘세련된 음악’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소득과 학력이 높은 층 가운데 미국 외의 음악에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개방적인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 소년들의 음악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컨트리나 헤비메탈을 즐기는 백인 공화당 지지자가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힘
첫 번째 실마리는 풀렸다. 미국인 대다수는 아니지만 특정 취향 사람에게 방탄소년단이 매력적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런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것일까. 10여 년 전 원더걸스와 비가 미국에 상륙했을 땐 이런 취향의 사람이 부족했을까. 지금은 가능한 일이 왜 그때는 불가능했을까.
 
이 질문의 절반 이상은 맞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현대음악’과 ‘세련된 음악’ 선호자 특성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떠올렸음직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출간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 처음 나온 단어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인 세대는 크게 1955~64년 출생해 현재 50대 중반~60대인 베이비부머, 1965~79년 출생해 30대 후반~50대 초반인 X세대, 그리고 1980~2000년 출생해 20대~30대 중반인 밀레니얼 세대로 나뉜다.
 
밀레니얼 세대는 요즘 미국을 설명하는 주요 열쇳말이다. 기술이 급속히 발달한 사회에서 태어난 첫 세대로,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정보기술에 능통하다. 방탄소년단의 주요 소통 통로인 SNS에 매우 친숙하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하면서 고용 감소, 평균소득 저하 등을 몸으로 겪은 탓에 이전 세대와 상당히 다른 가치관을 키워나갔다. 개인 행복을 중시하고 욜‘ 로’(You Only Live Once) 문화를 확산하는 한편, 금융자본주의에 맞서 월가를 점령하기도 하고,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기도 했다. 주택 구입이나 결혼, 출산보다는 나를 위한 소비와 새로운 상품, 식문화에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 인구구성에서 이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부머를 넘어서는 최대 세대로 떠올랐다. 문화상품 소비력도 커서 이들이 무엇을 택하는지가 시장의 향방을 좌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변화에 맞춰, 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자신들의 음악을 듣는 것이 ‘힙하다’는 느낌을 주며 접근했다. 방탄소년단의 매력도 중요했지만, 그들을 받아들이는 토대도 이전과 달랐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것은 이런 차이들 때문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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