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전자파·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공익 간과
[Trend] 스마트원격검침기 ‘링키’에 대한 이해와 오해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대규모 보급에 반대 시위·소송·조례 잇따라… 전자파 방출 미미하고 사생활 침해 가능성 낮아

스마트원격검침기 ‘링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개인정보 감시기관이 부정적 견해를 내놓아 링키 설치 반대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논쟁 와중에 링키 도입 취지는 실종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전자파 피해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살펴본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남부 지역의 한 가정에서 집주인 부부가 차고에 설치된 스마트원격검침기 ‘링키’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다. REUTERS
2018년 여름이면 스마트원격검침기 ‘링키’(Linky) 설치가 마침내 12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2021년까지 링키 설치를 3500만 대로 늘린다는 에네디스(Enedis)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네디스는 현재 프랑스 송전망의 95%를 관리하고 있다. 하루 평균 3만 대라는 증가 추세가 지속한다면 2024년께 링키는 3900만 대의 기존 검침기를 대체할 것이다.
 
링키의 대규모 보급은 현장에서 많은 불만과 진정, 언쟁을 낳고 있다. 지역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상황이다. 2018년 초부터 링키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월 회계감사원은 57억유로(약 7조2600억원)가 드는 이 프로젝트를 소비자에겐 불리하고 송전사에는 유리한 시스템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프랑스소비자연맹도 에네디스 요금납부 거부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자 개인정보 감시기관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가 3월 전력업체 다이렉트에너지에 최고장을 송부했다. 다이렉트에너지가 링키를 통한 자료 수집에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 5월5일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링키 반대 시위가 있었다. 5월16일에는 급진좌파 성향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의원들이 소비자가 링키 설치를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게다가 약 1년 전부터 준비한 집단 가처분소송 참여인도 늘고 있다. ‘마이스마트캡’ 사이트에 48유로(약 6만원)를 내고 소송 참여를 신청한 사람은 5천 명이 넘었다. 코리안 르파주 전 환경부 장관을 포함한 4명의 변호인이 소송을 담당하는데 이들은 관할 법원 20여 곳에 가처분신청서를 냈다.
 
변호인단은 이후 국가에 정식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청구인들은 링키 설치를 거부할 수 있고, 이미 설치된 곳에서는 원래 상태로 되돌리도록 요구할 수 있다. 정부와 에네디스는 링키 설치 거부를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청구인들과 변호인단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다. 링키 반대자들은 링키 설치 거부 근거로 소비자 동의 의무, 건강권, 사생활보호권을 든다. 개인 차원의 설치 거부, 진정 등과 함께 링키를 반대하는 기초지자체 조례도 늘어나고 있다. 링키 반대 운동가 스테판 롬에 따르면, 5월21일 기준 623개 기초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 프랑스 송전망의 95%를 관리하는 에네디스 본부 건물. 에네디스는 2021년까지 링키 설치를 350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REUTERS
논란의 초점
그러나 집단적·개인적 차원의 링키 설치 반대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기초지자체 수는 약 3만6천 개에 이른다. 링키 반대 조례를 제정한 623개 지자체 가운데 상당수가 에네디스와 협의한 뒤 결정을 번복했다. 에네디스는 개인의 설치 거부도 전체 설치 건수의 2%를 넘지 않고 이 비율도 거의 변화 없다고 밝혔다. 전체의 0.6% 정도인 검침기 이상 신고는 다른 기기의 문제로 인한 것이 많았고, 대부분 서비스센터와 통화로 해결됐다고 에네디스 쪽이 설명했다.
 
에네디스가 드물게 발생하는 기술 문제에 잘 대응하더라도 검침기의 소비자 수용이라는 난관은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주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전자파 노출은 링키를 불신하는 두 가지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에네디스는 이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은 링키의 대규모 보급이 시작되고 18개월이 지난 2017년 6월에야 링키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링키의 전자파 방출은 매우 약한 수준으로 법정 상한선을 한참 밑돌고 다른 가전제품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다. 식품환경위생노동청은 인체 유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가정에서 약한 전자파에 꾸준히 노출됐을 때의 영향을 연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련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자파 노출을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
 
또 다른 민감한 주제인 사생활 보호도 많은 오해를 낳았다. 링키는 이용자의 실시간 전력 소비를 파악할 수 있다. 링키로 사용자의 취침·기상 시각 같은 생활 습관이나 집에 사람이 있는지 등을 알아낼 가능성이 있다. 집단 가처분소송 변호인단의 아르노 뒤랑 변호사는 링키를 ‘일종의 빅브러더’로 규정한다. “에네디스는 지금처럼 반대가 거세지기 전에는 링키로 가전제품 사용 여부를 실시간 알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여기서는 세탁기가 돌아가고 저기서는 오븐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뒤랑은 에네디스가 빅데이터 운영자를 꿈꾼다고 판단했다. 과연 에네디스가 이런 정보를 수집해 이용할 수 있을까?
 
스마트검침기로 어떤 가전제품이 작동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고객 전기량 곡선의 세분된 분석을 전제로 한다. 전기량 곡선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모든 가전제품 소비량을 하나하나 측정해야 한다. 비용이 드는 작업일 뿐 아니라 전문 회사들이 더 효과적인 소비 관리를 원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판매하는 서비스다. 그래서 전기량 곡선 하나만으로 수백만 가구를 감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에네디스는 고객 동의 없이 전기량 곡선을 기록할 수 없고 그것을 전력업체에 제공할 수 없다. 기록 자체도 암호화돼 있어 해킹이 쉽지 않다. 링키를 통한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침소봉대 소지가 있다. 에네디스나 전력업체들이 법을 어기리라고 상상하는 것도 섣부르다. 이 모든 혼란은 정보자유국가위원회 탓이 크다. 위원회가 다이렉트에너지에 최고장을 보낸 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논란을 키웠다. 다이렉트에너지는 에네디스에 고객의 전기량 곡선을 기록하고 해당 기록을 제공해주도록 고객 동의를 분명히 구했다. 그런데 위원회는 다이렉트에너지의 기록 제공 요청서가 명확하지 않은 용어로 작성됐다는 이유로 ‘동의가 없는 것’으로 해석했다.
 
링키가 설치된 가구 가운데 에네디스에 전기량 기록을 요구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하루 전기 소비량이 얼마인지 묻는 고객도 거의 없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전체 고객의 1.5%만이 에네디스 사이트에 계정을 만들고 전기량 기록을 요구했다. 현재 다이렉트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가구는 전체 3900만 가구 가운데 200만 가구에 불과하다. 다이렉트에너지는 고객에게 전기량 기록을 요청하는 유일한 전력 공급 업체다.
 
슬기로운 링키 사용법
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파비앵 쇼네 다이렉트에너지 부사장이 말한 것처럼, 전기소비량 정보가 없다면 링키 프로젝트의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원격검침으로 검침원 이동을 줄이고 검침기 조작·오류를 해결하는 것에 만족하려 했다면 애초에 57억유로나 들여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링키보다 덜 복잡하고 더 싼 시스템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예상 수익이 간신히 비용을 상쇄하는 상황이다.
 
링키는 전기량 곡선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전력 공급 업체가 고객의 전기량 곡선을 보유한다면, 고객 스마트폰을 통해 돈으로 환산된 실시간 전력 소비 정보를 줄 수 있다. 실시간 정보는 사후 자료보다 고객이 자신의 소비 형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기량 곡선을 아는 것은 더 유연한 전력 공급 체제를 구축할 때도 효과적이다. 정점과 여유 시간대로만 분류하는 기존 검침기와 달리 요금 구간을 세분화할 수 있다. 만약 새벽 2시 요금이 싸다면 굳이 밤 11시에 전기보일러를 켤 필요가 없다. 전력 도매시장의 전력 가격이 한밤에 훨씬 싸지기 때문에 전력 공급 업체가 새벽 2시에 전기를 쓰는 고객에게 요금을 낮춰주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것이 링키 같은 스마트검침기의 장점이다.
 
에너지 전환이나 송배전망 운영사 관점에서도 이런 정보는 전력 수급 균형 최적화에 유익하다. 특히 화력발전처럼 생산자가 조정 가능한 에너지가 아닌, 가변적이고 조정이 어려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에네디스의 미셸 데르드베 사무총장은 “수요가 몰리는 것을 줄여 전력 수요량과 전체 전력 시스템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링키 논쟁의 초점이 소비자 우려에 지나치게 맞춰 ‘스마트 전력 시스템 구축’이라는 공익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음을 유감스러워했다.
 
공익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은 링키 반대 진영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다. 정부가 85% 지분을 보유하고 프랑스 전력시장의 82%를 점유하는 프랑스전력공사도 여전히 고객에게 전기량 기록을 제공하도록 유도하지 않고 있다. 전기량 기록 없이는 고객이 자신의 전력소비량에 대한 상세 정보를 알 수 없다. 전력공사는 고객이 그런 정보를 아는 것을 바라지 않는 듯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6월호(제380호)
Linky: pourquoi tant de haine?
번역 박현준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앙투안 드 라비냥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