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비즈니스
     
AI도 잘 쓰면 고용불안 대신 만족도 높여
[Business] 프랑스 기업 인공지능 활용 사례 분석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안 페리즈 economyinsight@hani.co.kr

인력 대체 아닌 지원 업무로 활용한 기업들 일자리 감소 미미… 고객 채팅 대응 등 효과적

전세계에서 인공지능(AI) 기술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IBM의 AI 시스템 ‘왓슨’을 도입한 프랑스 기업들의 사례를 본다면 그런 위험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슬기로운 AI 사용법을 고민할 때다.

안 페리즈 Anne Fairis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7년 9월6일 서울 동대문구 JW매리어트에서 열린 에이브릴(Aibril) 챗봇 발표회. 한국 IBM과 SK C&C는 에이브릴에 장착된 인공지능 왓슨의 한국어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8종을 개발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전 왓슨이 우리 같은 고객 상담원을 대체할 거라고 믿었어요.” 크레디뮤추얼CIC은행의 상담원이자 프랑스 3대 노조의 하나인 ‘노동자의 힘’(FO) 조합원인 에리크 앙글라드의 고백이다.
 
2015년 회사가 IBM과 계약해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할 것임을 알았을 때, 앙글라드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했다. 그가 최악을 상상한 것은 당연했다. 당시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수십억 개 정보를 실시간 처리하며, 해법과 증거를 제공하는 세계 최고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는 왓슨 홍보 영상만 봐도 그의 두려움이 근거 없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왓슨은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에서 2명의 도전자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쥐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심지어 어떤 연구자는 인공지능 기술로 미국에서만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될 거라고 예측했다.
 
이후 예측치는 계속 수정됐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프랑스전략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업무가 자동화된다고 해당 직업이 완전히 자동화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고용동향위원회가 판단한 자동화의 위험은 10% 미만이다.
 
사그라든 우려
5천 개 지점, 2만 명의 고객상담원을 둔 크레디뮤추얼CIC은행에 왓슨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담원들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5년간 4천만유로(약 509억원)라는 거금을 투자해 왓슨을 도입한 경영진도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다. 니콜라 회장은 “왓슨 덕분에 20만 일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천만유로를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연간 947개 일자리에 해당한다. 직원 만족도는 어떨까? 거의 90%가 놀라울 정도의 만족감을 표현했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노동조건 측면에서 인공지능 도입은 미미한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고용 변화도 전혀 없었다. 이는 노조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앙글라드는 현 상황의 안정성이 “인공지능을 백오피스 지원 업무에만 도입하고 인력 대체에 쓰지 않은 경영진의 선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17년 초 일본 후코쿠생명보험은 왓슨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로 보험료 사정 부서원 131명 가운데 36%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디뮤추얼CIC 프로젝트팀장 세바스티앵 베르트랑은 “우리는 왓슨 덕분에 절약한 시간보다는 고객 관리의 효율성 차원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의 효과를 판단했다”고 말한다.
 
이 은행에서 왓슨은 상담원 시간표에 흩어진 사소한 업무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전자우편 답장 쓰기 같은 것이다. 게다가 상담원들은 효용성이 있음에도 이런 사소한 업무를 거의 하지 않는다. 2017년 6월 도입 당시, 왓슨은 5만2천 개 내부 자료를 분석해 관련 질문의 70% 이상에 답을 제시했다. 왓슨은 탁월한 전자우편 분석기다. 고객 의도를 이해하고, 전자우편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며, 고객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베르트랑에 따르면, 2018년 3월 조사 결과 평일 기준으로 18일 동안 전자우편 분석기가 제공한 기능을 사용한 것은 65만 건이었다. 직원 1명당 하루 두 번 전자우편 분석기를 썼다는 뜻이다. 절대 많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도 점차 많은 직원이 전자우편 분석기를 활용하고, 매월 10만~12만 건씩 사용이 늘고 있다고 베르트랑은 강조한다.
 
크레디뮤추얼CIC는 왓슨 도입 초기에 관리자들을 동원해 고객 상담원이 습관을 바꾸도록 유도해야 했다. 왓슨 사용을 전적으로 직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겼기 때문이다. “우선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한다. 많은 이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실망한다. 인공지능은 분명 도입할 가치가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인공지능 활용은 상담원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보처리 업무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베르트랑의 설명이다.
 
   
▲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오랑주뱅크 본부. 디지털은행인 오랑주뱅크는 ‘딩고’라는 왓슨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REUTERS
직원 능력 향상
파리 지역 자산운용을 맡은 베르트랑은 왓슨을 가끔 이용한다. “고객 전자우편에 왓슨의 답장은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문구로 가득하기에, 왓슨을 이용하기보다 고객에게 직접 답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고객 요구가 보증이나 특정 문제와 관련 있을 때 신중을 기하기 위해 전문가인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반면 왓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베르트랑의 동료는 “왓슨 덕분에 전자우편 하나에 8~10분을 절약하고 있다. 이는 주당 2시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 상담원은 왓슨을 통한 시간 절약이 이론적으로 명확할 뿐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IBM 프랑스의 인공지능 솔루션 부사장 장필리프 드비올르는 “온갖 정보로 무장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상담원에게 인공지능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왓슨 덕분에 상담원이 고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 지원용으로 왓슨을 도입한 생명보험사 제네랄리 프랑스에선 왓슨의 장점이 좀더 분명해 보인다. 특히 만기가 도래한 생명보험 계약자를 찾아야 하는 매니저 30명에게 왓슨은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매니저 업무의 4분의 1이 만기 보험 계약자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클릭 한 번으로 보험계약자와 그 가족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네랄리 프랑스의 미지급 계약 책임자 델핀 비고는 “왓슨이 기존 컴퓨터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내부 데이터베이스 교차 확인으로 자료를 확인하고 그래프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왓슨 덕분에 미지급 계약 1건당 평균 한 달을 절약할 수 있었다. 더는 구청이나 공증 사무실에 몇 번씩 전화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그 결과 직원들은 빠르게 왓슨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왓슨은 직원들 업무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도 과중하고 때로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업무 부담을 줄여줬다. 2017년 여름, 왓슨 도입은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왓슨 지원을 받은 직원들이 전체 3분의 1이 넘는 미지급 계약에서 수혜자를 찾아냈다.
 
오랑주텔레콤의 디지털은행인 오랑주뱅크 직원들은 왓슨 활용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 오랑주는 2017년 11월 선보인 디지털은행의 ‘프런트오피스’에 왓슨 도입을 추진했다. ‘딩고’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객은 가상 상담원과 채팅으로 주말을 포함해 연중 무휴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딩고로 매주 평균 2만 건 채팅이 진행되고, 영업시간 외 채팅 비율이 25%가 넘는다. 실제 상담원들은 요금 항의 같은 민감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딩고가 만족스러운 해법을 찾지 못했을 때만 개입한다. 오랑주뱅크에 따르면, 딩고를 통한 고객 요청의 50~55%는 직원 개입 없이 해결된다. 잔액 조회나 계좌이체처럼 제한된 서비스에 적용된 딩고 서비스가 지난 4월엔 소비자 대출까지 확대됐다. 딩고는 이제 대출 자체는 승인할 수 없지만 개별화된 솔루션은 제공한다.
 
왓슨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는 개별 솔루션 제공 같은 두 번째 경우에서 심하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의 글라디 플로리살리니는 “왓슨이 없었다면 은행이 불과 4개월 만에 직원 800명으로 고객 10만 명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과 상담원의 업무 협조가 ‘유동적’이라고 여긴다. “상담원들은 이의 제기나 조사·감사에 특화하는 때가 많다. 고객과 1차 접촉이 없다고 신입 상담원들이 딱히 곤란을 느낄 이유는 없다. 평균 27살인 이들은 채팅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객이다. 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기대했던 고객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부이그텔레콤은 오랑주뱅크보다 먼저 프런트오피스에 왓슨을 활용한 회사다. 고객은 채팅으로 문의한다. 부이그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된 왓슨이 고객의 소비 형태를 분석한 뒤 상담원에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다. 상담원은 소비 형태 분석이라는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017년 7월 도입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비율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부이그텔레콤 CFDT 대표인 니콜라 가티노는 인공지능 활용이 일반화할 때 일어날지 모를 대체효과를 우려한다. 그는 “현재 스마트폰의 디지털 기능을 100% 쓰는 사람은 15%에 불과하다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라며 고용 유지를 보장하는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 이후 부이그 고객센터의 상담원 수는 프랑스 전역에서 40%나 줄었다.
 
새로운 활용
경영진 관점에선 기업 종류와 상관없이 인공지능 활용 추세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 마시프그룹의 정보시스템 이사 피에르 드바로셰는 “지난 15년 동안 온라인 거래와 문의가 10배 이상 늘었다”며 “새로운 자동화 프로세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시프그룹에서도 왓슨이 2018년 6월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메시지를 분석해 적절한 상담원에게 보내는 등 펀드매니저의 핵심 업무에 직접적 영향은 주지 않는 기본적 기능을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왓슨은 다른 할 일이 있다. 바로 IBM 금융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IBM 매출액이 2011년부터 줄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2000년대 PC 부문을 매각한 뒤 인공지능에 회사 사활을 걸고 있다. 인원 감축도 예정됐다. 문제는 IBM 인공지능이 고객이 쓰기에 너무 비싼 캐딜락과 같다는 것이다. 2017년 7월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는 “IBM 인공지능이 과연 가까운 미래에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6월호(제380호)
Les premiers pas de l’IA en entreprise
번역 박현준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 페리즈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