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포커스
     
공격적인 기업 인수 중국의 노림수
[Focus] 독일 위협하는 중국 ①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값싼 가구와 냉장고 등 전자제품 수출하던 중국, BMW·쿠카 지분 인수하며 독일 첨단기술 ‘눈독’

독일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독일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 갈등 속에 독일이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 전략이 필요하다.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페터 뮐러 Peter Müller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독일 뒤스부르크의 항구 전경. 중국은 뒤스부르크를 유럽 진출 교두보로 삼고 싶어 한다. REUTERS
1987년 철강 노동자들이 제철소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던 뒤스부르크라인하우젠에 열차가 들어온다. 하버 크레인이 돌아가고, 강철 컨테이너가 쌓인다. 뒤스부르크의 ‘로그포트I’ 지구는 유럽에서 큰 물류 허브 중 하나다. 이곳 국제터미널(DIT터미널)에 1만km 이상 떨어진 중국 충칭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달려온 화물열차가 도착한다. 매주 열차 25대가 운행된다. DIT터미널은 ‘중국 터미널’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의 국가 백년대계 ‘신 실크로드’가 끝나는 지점이다.
 
강력한 경쟁자가 된 중국
4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곳을 방문했다. 그의 고향에서 온 기관차의 도착을 붉은색 종이 용으로 축하하고, 관악대는 <젊고 늙은 광부들이여, 행운이 있기를>을 연주했다. 당시 뒤스부르크항만의 최고경영자 에리히 슈타케는 시진핑과 악수를 나눴다. 슈타케는 이 철도 라인이 자신의 회사와 지역에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성장하고 싶다. 중국과 새로운 실크로드는 큰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수십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중국이 유럽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교두보 확보가 목적일 수도 있다. 무엇이 정답일까? 독일에 기회인가, 위협인가?
 
2018년 5월 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취임 뒤 11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방문 성격은 이전과 달랐다. 명확히 분배된 양국의 경제적 공생 관계의 균형은 상실했다. 지금까지 독일은 중국에 첨단 기계류와 자동차를 팔았다. 중국은 가구, 냉장고, 전자제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독일로 수출했다.
 
중국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독일을 앞지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선진국을 위한 거대한 판매시장에서 공장 진출이 유리한 개발도상국이 되었다가, 이제는 선진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중국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계와 설비를 개발하고, 자동차를 만들며, 전기자동차 투자를 점점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산업 영역이던 첨단 분야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빠르다. 독일을 모방한 중국이 이제 독일에 위협이 되고 있다.
 
베를린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 소속 연구원 미코 후오타리는 이미 수년 전 이렇게 전망했다.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낡은 논리가 더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독일이 점점 더 중국에 강하게 의존하며, 중국은 글로벌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시스템의 모든 역학이 변했다.”
 
중국이 얼마나 자신감 있고 공격적이 됐는지는 독일 회사 인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과거 독일 2류 회사에 관심을 보였다면 몇 년 전부터는 핵심 업체를 노린다. 독일연방M&A협회 회장 카이 루크스는 “독일에 약 1천 개의 중소 규모 세계시장 선도 업체가 있는데, 중국인이 이들을 손에 넣으려 한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닥스(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개 회사) 기업에도 중국인이 손을 뻗쳤다. 2018년 2월에는 중국의 억만장자 리수푸가 비밀리에 벤츠 주식을 10% 남짓 확보했다. 벤츠의 최고경영자 디터 체체는 중국 파트너사인 국영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이 벤츠의 또 다른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인들이 이후 어떤 회사로 눈을 돌릴지 정계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일의 미래가 불확실한 위험에 처할 것인가? 독일 경제에 은밀한 침투가 이어지는가? 많은 사람이 불안해한다. 특히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기기를 제조하거나 전기자동차를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 산업계는 그들이 중국에 얼마나 깊숙이 예속됐는지 고통스럽게 실감할 것이다.
 
2016년 5월18일은 독일과 중국의 관계에서 전환점이 된 날이다. 이날 중국의 메이디(Midea)그룹은 로봇 분야의 세계적 선도기업 쿠카(Kuka)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쿠카의 직장평의회 의장 아르민 콜브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에는 이 소식에 깜짝 놀랐다. 3천 명 넘는 직원이 새 소유주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걱정하며 아우크스부르크 공장 마당에 모였다.”
 
   
▲ 중국 충칭 지방과 유럽을 운행하는 화물열차. 중국은 열차를 활용한 ‘신 실크로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REUTERS
로봇 분야 세계적 기업 쿠카 인수
회사를 쪼개 파는 것은 아닐까? 일부 부서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는 않을까? 아예 회사를 폐쇄하는 것은 아닐까? 2년이 지난 현재, 콜브는 안정을 되찾았다. 메이디는 2023년까지 쿠카 본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공장을 이전하거나 폐쇄하지 않고 일자리를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쿠카는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 ‘인더스스트리(Industry) 4.0’ 선구자로 꼽힌다. 중국 기업의 쿠카 인수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 귄터 외팅거는 “유럽 디지털 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략 기업 쿠카가 중국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당시 독일 경제부 장관 지그마어 가브리엘도 이 거래에 반대했다. 그는 뒤에서 지멘스, 보슈 등 독일 회사 경영진에 적극 인수 참여를 종용했지만 실패했다.
 
중국의 쿠카 인수는 독일 경제정책에 ‘깨어나라’는 외침을 일깨웠다. 중국 기업의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즉 독일의 첨단기술 사냥에 경종을 울렸다. 크라우스마파이(KraussMaffei),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 같은 기계제조 업체를 중국이 사들일 때만 해도 긍정적이던 중국 투자자에 대한 시각이 쿠카 인수 뒤 불쾌감으로 바뀌었다.
 
한스뵈클러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회사 임직원들은 새 고용주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일상 업무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회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았고, 설비에 투자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조사를 업데이트해보니, 과거처럼 중국 참여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압력이 커졌고 공공연하게 노하우를 빼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독일 내 중국 연구자들은 칭다오의 가전제품 제조업체 ‘하이얼 전략’에 주목한다. 하이얼은 수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경쟁업체를 삼키고 소화했다. 하이얼은 인수로 수익 창출 대신 브랜드와 기술, 유통망에 관심을 보였다. 이 전략으로 하이얼은 세계시장에서 선도업체로 발돋움했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냉장고 5대 중 1대는 중국 상품이다.
 
쿠카가 어떤 운명을 따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아우구스부르크의 쿠카 본사에서는 누가 회사의 새 주인이 되었는지 알리는 징표를 찾을 수 없다. 어디에도 ‘메이디’라는 이름이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편지지에 새긴 작은 회사 로고에도 없다. 쿠카 본사 앞에는 흰색과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회사 깃발이 여전히 휘날리고 있다. 경영 방침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09년부터 쿠카의 최고경영자로 일하는 틸 로이터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회사 방침에는 변한 것이 없어도, 로이터는 한 달에 한 번 메이디그룹 본사가 있는 중국 광저우 포산시에 가서 중역회의에 참여한다. 로이터는 “쿠카가 메이디와 협력해 혼자 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쿠카는 폴크스바겐·BMW·벤츠의 공장에 용접, 접착, 드릴링 작업을 하는 로봇을 공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휴대전화 공장에서 쓰거나 병원에서 수술을 지원하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공장에 로봇을 공급하는 쿠카는 공장의 프로세스, 모델 정책과 기술에서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중국 기업이 쿠카를 인수한 뒤, 일부 고객은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걱정하며 거부감을 보였다. 누구도 트로이의 목마를 공장 작업장에 들여놓고 싶어 하지 않았다. 쿠카 경영진은 이제 매사 신용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마다 로이터는 고객 데이터 접근 금지를 언명한 메이디와의 계약을 내세우며 “내가 책임진다”고 장담한다.
 
또한 로이터는 쿠카가 독일에 세금을 내는 독일 기업이고, 그저 소유주가 중국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2018년 4월 하노버 국제산업박람회에서 메르켈 총리가 쿠카 부스를 방문한 것이 그 증거다. 최고 정계 인맥을 보유한 헤닝 카거만 전 SAP 최고경영자를 쿠카 감독이사회 임원으로 영입한 것 역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조처다.
 
그럼에도 앞으로 수년 동안 쿠카는 중국 쪽에 더 많이 집중할 것이다. 4억달러(약 5천억원)를 투자해 새 제조 공장을 세우고, 새 제품을 개발하고, 2024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7만5천 대 로봇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아우구스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의 세 배나 된다. 그렇다면 독일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로봇 기술의 미래는 중국에 있고, 쿠카의 전망도 중국에 있다. 메이디그룹과의 작업장 유지 계약이 아직 5년 남았지만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인데, 쿠카는 중국의 사냥감 도식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내용은 2025년까지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고, 2035년에는 세계 제조강국 ‘중간 단계’까지 오르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는 세계 선두에 서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마스터플랜에는 경제위기가 없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한 연설에서 “첨단기술은 현대 국가의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시진핑의 말에서 중국의 산업정책의 핵심을 읽을 수 있다. “우리 기술은 선진국에 뒤처졌다. 그들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해 비대칭 전략을 써야 한다.”
 
   
▲ 독일 하노버 국제산업박람회의 쿠카 부스에서 로봇이 잔에 맥주를 따르고 있다. 중국 메이디그룹이 로봇 분야의 세계적 선도기업 쿠카를 인수했다. REUTERS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도전 선언
이는 정보기술(IT), 우주항공, 해양공학, 선박·철도 교통, 신에너지, 로봇, 전력설비, 바이오의약, 농업기계설비, 신소재 10개 핵심 산업 분야를 다른 분야보다 더 빠르게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이전의 장기 계획과 달리 세계를 향한 야망을 품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목표는 선진국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중국 기업을 세계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 일본, 독일 등이 앞서 중국과 비슷한 전략을 추진했다. 중국은 이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이들 국가의 산업화 과정을 철저히 연구했다. 법률회사 헹겔러뮐러(Hengeler Mueller)의 파트너인 투창펑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슬로건이 마치 폭탄처럼 중국을 강타했다”고 했다. 이 키워드가 결국 ‘중국제조 2025’ 청사진을 제공했다. 이미 철강산업과 태양광산업이 그 과정을 겪었다. 지금 독일의 대표 산업 분야인 자동차산업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 Der Spiegel 2018년 21호
Aufholen und überholen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지몬 하게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