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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개편 무산됐지만 나머지 기업은…
[국내이슈]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정혁준 june@hani.co.kr

삼성, 금산분리 해결·순환출자 해소가 관건… 롯데·한화도 개편안 카드 만지작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분 가치를 취득가(살 때 가격)가 아닌 시장가(현재 가격)로 바꾸는 것을 뼈대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정혁준 편집장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한겨레 박종식 기자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편이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지만, 주요 대기업은 지배구조 개편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출범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직후 대기업에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2017년 6월23일 4대 그룹 전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11월 5대그룹 간담회에서 각 기업에 선제적 변화 노력과 자발적 개선을 주문했다. 순환출자로 얽힌 복잡한 지분 구조를 활용해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해온 관행을 스스로 개혁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 속에 현대차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사를 재편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끝내 무산됐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게 뼈대다. 이를 위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사들여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수직 계열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개편안은 없었던 것으로 돼버렸다. 현대차는 5월21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격 철회한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삼성·현대자동차 순환출자 현황(2018년 4월18일 기준)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삼성, 금산분리 어떻게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뒤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금산분리 해결’과 ‘순환출자 해소’가 관건이다.
 
먼저 금산분리 문제를 보자.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고객 돈으로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압승함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보험업법에 의하면 보험사는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다. 보험사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고객 자산을 부실 계열사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게 취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분 가치를 취득가(살 때 가격)가 아닌 시장가(현재 가격)로 바꾸는 것을 뼈대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2017년 삼성생명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1062만 주(2017년 말 기준, 지분율 8.59%)를 갖고 있다. 투자 시기는 ‘1980년 이전’으로 구입 당시 총 주식 가치는 5690억원이었다. 2017년 말 삼성생명 자산 283조원(2017년 말 기준)의 0.2%에 그친다. 하지만 사업보고서에는 현재가를 반영한 삼성전자 ‘장부가액’도 나왔는데, 금액은 27조원이었다. 총자산의 9.57%에 해당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산의 3%(약 8조원)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을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김상조 위원장도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소유지배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삼성전자 주식 매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자금 확보에 나서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으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등 오너 3세 지분이 집중돼 있다.
 
삼성물산은 2018년 2월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서울 서초동 사옥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 계열사가 살 것이라는 예측이 높았다. ‘삼성타운’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3자에게 팔리게 됐다. 부동산업계는 매각 가격을 7천억원가량으로 내다본다.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24.1%도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에 팔기로 했다. 2015년 삼성이 빅딜을 진행하면서 한화에 넘겨주고 남은 지분이다. 매각 규모는 약 1조1천억원으로 알려졌다.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겨레 김태형 기자
삼성물산 자금 확보 움직임 눈길
삼성물산의 현금 규모는 2조원으로 추정된다. 서초 사옥 매각과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추가 차입 등을 고려하면 5조~ 6조원으로 늘어난다. 삼성물산이 이렇게 마련한 현금으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1.7% 이상(약 6조원)을 매입할 것이란 얘기가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7.92%→6.22%)에서 삼성물산(4.65%→6.35%)으로 바뀐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18년 6월1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꼭 부동산관리 회사와 같은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대상으로 SI(시스템통합),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구체적인 계열사 업종까지 나열했다. 김 위원장은 지분을 팔지 않으면 공정위의 조사·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말이 삼성에 꼭 나쁜 카드만은 아니다. 금산분리 이슈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는 삼성에 김 위원장의 ‘경고’는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주식 가치는 현재 1조6천억원에 이른다. 총수 일가 전체로 보면 3조원 규모다. 삼성SDS 지분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삼성SDS 주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2016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일부 팔아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자,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가 이 부회장을 고발했다.
 
보험업법이 개정될 경우 이런저런 방안을 시도하더라도 삼성생명은 20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고, 이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는 금산분리 문제에 견주면 손쉬운 편이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기(2.61%) 등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을 팔면 순환출자 구조는 사라진다.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해 금산분리를 해결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을, 현대차의 모비스처럼 지배회사로 둘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17.08%를 가진 이재용 부회장이다.
 
롯데, 신동주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불씨
신동빈 회장이 구속돼 방향타를 잃어버린 롯데는, 롯데건설과 롯데쇼핑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 4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만들었다. 그룹 순환출자 구조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갈 길이 멀다.
 
롯데지주가 최대주주가 아닌 계열사를 모두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롯데칠성음료 지분 0.7%와 롯데제과 지분 8.5%를 추가 취득해야 한다. 비상장사 롯데인천개발, 롯데인천타운, 롯데로지스틱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건설 지분도 추가 매입하는 것이 숙제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8%, 롯데캐피탈 지분 25.6%, 롯데멤버스 등 기타 금융계열사 지분과 BNK금융지주 등 투자 목적으로 든 금융회사 지분도 처리해야 한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남아 있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호텔 기업공개(IPO)나 중국 롯데마트 매각 등도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진 그룹 전산서비스업체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은 한화S&C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공정위는 2018년 2월 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모범 사례를 발표하면서 한화S&C만 뺐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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