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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암호화폐’
[경제와 책]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홍익희 aaaa4d@hanmail.net

홍익희 저자

<화폐혁명>
홍익희·홍기대 지음 | 앳워크 펴냄 | 2만2천원
 
<화폐혁명>을 쓰게 된 것은 출판사 대표의 강력한 권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설명해줄 공동저자가 있어 가능했다. 공학을 전공한 공동저자는 다름 아닌 내 둘째 아들이다. 우리는 책 쓰는 내내 암호화폐의 현실과 미래를 놓고 토론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과잉 성향을 견제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모처럼 부자가 함께 쓴 책이 나온 배경이다.
 
   
 
암호화폐는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다. 1944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세계화폐 사용을 주장한 이래, 지난 40년간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암호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해온 결과의 총합이다.
 
인류사에서 화폐는 세 번 전환기를 맞았다. 첫 번째는 ‘실물’화폐의 등장이다. 두 번째는 ‘신용’화폐(명목화폐)의 탄생인데, 특히 달러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신용화폐에 해당한다. ‘신뢰’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는 세 번째 화폐혁명에 해당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만큼 의미 있는 변화다.
 
세 번의 변화는 모두 혁명적이었다. 화폐 발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았다. 첫 번째 혁명에서 인상적인 것은 공간적 확장이다. 그리스의 드라크마 은화, 로마의 데나리온 은화, 스페인의 8레알 은화는 제국 확장과 함께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다. 2차 화폐혁명인 달러는 금과의 고리를 끊어버린 신용화폐(명목화폐)임에도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공여하는 신용을 토대로 전세계를 패권적으로 지배해왔다. 하지만 신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해 1971년 이후 가치의 95% 이상을 잃었다.
 
암호학자들이 암호화폐를 만든 이유는 뭘까? 암호화폐는 기득 금융세력과 정치·사회 권력이 협잡한 기존 화폐의 반감에서 나왔다.
 
암호화폐는 기성 화폐의 경제체제에 돌직구를 던진다. 암호화폐 그 자체로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으며, 화폐의 역사와 금융자본주의 문제에 비춰보았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미시경제학이 아닌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기존 화폐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인플레이션과 환율전쟁의 위험이다. 그리스·로마 제국을 포함해 많은 문명을 멸망시킨 게 인플레이션이다. 무분별한 화폐 발행으로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 화폐가 신뢰를 잃고,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그 문명은 함께 붕괴했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지만, 불행히도 역사는 반복된다. 일반인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은 물론 인플레이션 자체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케인스 말을 빌리면 “100만 명 중의 한 사람도 감지할 수 없는 방법으로” 국가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약탈적 조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부분지급 준비제도는 경기 조절 기능이 있다. 특히 침체한 경기를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있어 경제사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문제는 무엇인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화폐 발행과 신용 창출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정치적 구조다. 오늘날 미국의 금권정치 구조에선 정부가 금융세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민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금융세력의 이익에 휘둘리고, 금융세력의 이득을 위해 유동성을 늘림으로써 세계경제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참다못한 몇몇 자유주의자가 화폐혁명을 일으키려고 만든 결과물이 암호화폐다. 암호화폐의 탄생은 의미가 크다. 기존 화폐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의 대안이 생긴 것이다. 암호화폐는 중앙집권을 타파하고 임의로 발행량을 늘리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총발행량 사전 설정으로 원천 차단했다.
 
달러 체제가 만들어낸 기축통화는 애초에 치명적 문제를 안고 태어났다. 국가부채에 묶여 발행되는 달러는 영속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또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봐야만 세계로 유출되는 달러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달러가 지배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현실적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 정부는 금융세력의 반대로 부실채권을 처리하지 못하고 무제한 유동성 살포로 금융위기를 임시 땜빵했다. 그로 인해 오히려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세력의 금융자산 증가속도는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 증가 속도를 두 배 이상 앞지르면서 소득 불평등과 부의 편중을 심화하고 있다. 확실한 점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위 1% 독식체제로는 자본주의가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90%가 중상층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류화 물결 속에 익사당하는 사회는 더더욱 버틸 수 없다.
 
선거가 금권에 휘둘리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 불로소득 증가 속도가 근로소득 증가 속도보다 몇 배나 빠른 사회는 영속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지금 같은 금융자본주의는 영원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암호화폐가 탄생했다. 달러체제, 곧 금융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새 화폐가 나온 것이다. 선택은 시장 몫이다. 그런데 시장은 또 개인 몫의 합이다. 결국 개인 몫의 합이 우리 사회의 미래다. 이 세상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렸다.
 

 
●인사이트 책꽂이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펴냄 | 1만8천원
책은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숨겨진 진짜 욕망을 까발린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저자는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지지층 가운데 인종주의자가 많다는 사실을 살짝 보여준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서 ‘깜둥이‘(nigger) 검색어가 많았던 것이다. 구글에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은 ‘검색’할 때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2
사이먼 사이넥·데이비드 미드·피터 도커 지음 | 이지연 옮김 | 마일스톤 펴냄 | 1만5천원
“나만의 ‘왜’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개인과 조직에 어떻게 적용하죠?”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텍이 이 질문에 답하는 게 책 주제다.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3M, 미 공군, 의회 등 정부조직을 혁신하고 수백만 리더의 일과 삶을 변화하게 만든 ‘왜?’ 워크숍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왜?’를 찾도록 안내한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에릭 바커 지음 | 조성숙 옮김 | 갤리온 펴냄 | 1만6천원
전 영국 총리 처칠에게 집착에 가까운 편집증과 막돼먹은 성격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만든 것 역시 그의 성격이었다. 책은 성공하려면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게 아니라, 가장 잘하는 ‘대표 강점’을 찾으라고 말한다. 나만의 별난 짓, 내가 애써 없애고픈 습관, 학교에서 놀림감이 됐던 행동. 어쩌면 이것이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나만의 장점이다. 성공은 거기에서 시작한다.
 
 
 
 
   
 
다크사이드
토드 카시단·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지음 | 강예진 옮김 | 한빛비즈 펴냄 | 1만5천원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최고경영자 개리 캘리는 불안한 감정을 끄집어내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불안 덕분에 사우스웨스트는 호황기에 긴축재정을 했고, 9·11 테러 이후에도 흑자를 낸 항공사가 됐다. 낙관적 데이터를 맹신하지 않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예방 조처한 결과였다. 책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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