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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숨바꼭질이다
[포토 인]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곽윤섭 kwak1027@hani.co.kr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앙리 루소(1844~1910)는 정글을 소재로 그림을 여럿 그렸다. 널리 알려진 작품 <꿈>(1910)은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 대단히 신비스럽다. “이국에서 온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꿈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루소는 말했다.

사진의 발명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경쟁에서 사진을 당할 수 없게 된 화가들이 실제와 다르게 그리기 시작한 것이 인상파 탄생의 배경이다. 다르게 그리는 다양한 방법이 다양한 인상파 화가를 낳았다. 루소는 선명하지만 특이한 대비를 보여주는 색을 촘촘히 나열해 정글을 정교하게 묘사했는데 비현실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동물과 식물이 구석구석 숨어 있어 한눈에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떠오른다. 그림이니까 숨겨서 그리는 것이 가능한데 과연 사진에선 이게 될까?
 
강의를 하면서 “사진은 숨바꼭질이다”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숨바꼭질의 묘미는 꼭꼭 숨어 술래가 찾기 힘들게 하는 데 있다. 숨바꼭질에는 불문율 같은 규칙이 있다. 숨는 사람이 술래를 남겨두고 집에 가서 저녁밥을 먹으면 이 놀이를 할 수 없다. 또한 한눈에 다 드러나버리면 감상할 맛이 없어진다. 어떻게든 오래오래 들여다보게 해야 사진의 가치가 시시해지지 않는다. 술래의 가상적인 울타리 안에 머무르면서도 잘 잡히지 않아야 한다.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이상의 <오감도> 가운데 제1호 시의 끝부분이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30회를 목표로 연재가 시작됐으나 “너무 난해하다” “미친 놈의 잠꼬대” 같은 비난이 쏟아져 중간에 막을 내렸다. <오감도> 마지막 시 제15호의 시작은 이렇다.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사진을 찍는다’는 문장은 ‘다르게 바라본다’는 문장으로 대체해도 좋다.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으로 숨바꼭질을 추천한다. 꼭 숨겨두되 사진 안에 있어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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