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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보다 구조개혁이 중요
[Cover Story] 환율전쟁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황이핑 economyinsight@hani.co.kr

황이핑 黃益平 중국 베이징대학 중국경제연구소 경제학 교수
 
 무역전쟁의 위험은 아직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많은 측면에서 30년 전의 일본과 닮았다.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다. 중국 경제는 수출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큰 규모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중국 화폐인 위안화가 저평가된 상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도록 놔두기를 꺼린다.
 중국은 많은 측면에서 과거의 일본과 다르기도 하다. 지금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독립적인 행위 주체다. 중국이 국제·정치적 이유만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하라는 강요에 순응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 경제는 경제구조, 고용시장, 성장동력 측면에서 과거의 일본 경제보다 좀더 신축적이다. 중국 정부는 환율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과거의 일본 경제보다 환율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위안화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자간 협의 틀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위안화 문제를 다루자고 제안했다. 다자간 협의 틀은 미국과 중국이 직접 충돌할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좋은 제안이다. ‘경제적 불균형’은 결국 글로벌한 문제지만, 그 문제에 대응해 G20 회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지가 핵심적 관건이다.
 
제2 플라자 합의 효과 없어

   
▲ 1985년 9월22일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제임스 베이커 미국 재무장관이 ‘플라자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는 글로벌 균형 회복을 위해 여러 차례 다자간 정책 노력을 기울였다. 그 사례 가운데 1985년 초의 ‘플라자 합의’가 잘 알려졌다. 좁게 보면 G5, 넓게 보면 G7 사이에 이뤄진 플라자 합의는 그 핵심에 두 가지 정책 처방을 포함했다.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은 환율을 절상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 같은 경상수지 적자국은 재정긴축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플라자 합의는 과연 얼마나 성공적이었을까? 경제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플라자 합의는 경상수지 불균형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경상수지 불균형 자체도 제거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환율이 수출과 수입을 좌우하며 경상수지 불균형을 초래하는 중요한 매개변수임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환율이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대학 학부생이 보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의 10년 동안 미국 달러화 환율은 오르거나 내렸지만 미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또한 2005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까지 중국 위안화 환율이 16% 이상 절상됐는데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크게 늘어났다. 서로 직접적 관계가 없는 두 가지 사례는 하나의 중요한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경상수지 불균형에는 아마 더 중대한 원인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G20이 나라별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으로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환율을 조정하는 것도 그런 방향의 포괄적인 정책 패키지의 일부로 포함돼야 하겠지만, 오로지 환율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은 정치적으로 합의하기가 어렵다. 설령 합의해 실행에 옮기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환율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G20의 다른 의제에도 치명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G20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만들어내거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G5나 G7이 취한 정책적 접근 방법을 다시 끄집어내 되풀이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나의 제안은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 사이에 합의된 내용에도 부합한다. 그때 합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 G20 회원국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대외 적자를 지속적으로 내는 국가는 개방된 시장을 유지하고 수출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 저축을 뒷받침하고 재정 견실화를 도모한다.
 ● G20 회원국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대외 흑자를 지속적으로 내는 국가는 국내의 성장 원천을 강화한다. 이런 조치에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투자를 늘리는 것, 금융시장 왜곡을 줄이는 것,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제고, 사회적 안전망 개선, 수요 증가를 억제하는 요소 제거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그동안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주로 생산요소 시장의 폭넓은 왜곡에서 기인했다. 이런 왜곡이 생산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고 수출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했다. 환율 불균형은 그런 폭넓은 왜곡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적으로 환율조정에만 의존해서 대외 불균형을 시정하려 한다면 큰 폭의 평가절상이 필요한데, 중국이 현 단계에서 그런 환율절상을 수용하기가 정치적·경제적으로 어렵다.
 마찬가지로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미국의 저축률이 과도하게 낮아진 것도 많은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따라서 단순히 달러화를 큰 폭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만으로는 저축률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짧은 기간에 환율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경제와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균형 회복이 이미 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서브프라임 위기 이전의 최고치에 비해 절반으로 낮아졌다. 중국은 GDP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같은 기간에 3분의 1로 낮아졌다. 세계경제가 그동안 침체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조정 가운데 일부는 경기순환과 관련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2007∼2009년에 이뤄진 ‘글로벌 불균형 감소’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각국에서 수출입 증가의 균형이 회복된 결과며, 세계은행 연구원인 캐롤라인 프로인트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균형 회복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경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원자재 제품 시장에서 가격 왜곡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앞으로 노동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임금을 연간 20%에 가까운 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후샤오롄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생산요소 가격 조정은 위안화의 ‘실질실효환율’Tip & Tap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생산요소 가격 조정은 중국의 무역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직접적으로 소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시설을 내륙 지역으로 이전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산업시설 이전은 국내 수요를 증가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생산요소 가격 조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이런 것들이 G20 지도자들이 11월 서울에서 만날 때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정책적 쟁점이다. 물론 어느 나라 정부든 국내의 정치적 요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정책 의제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G20 지도자들이 글로벌 균형 회복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나 지침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 수단 선택과 정책 실행 속도에 관한 결정은 각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로 놔두는 것이 낫다. 이런 정책상 전략이 과거에 G5나 G7이 오로지 환율과 재정정책에만 초점을 두고 도출한 정책상 전략보다 더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Voxeu
번역 이주명 위원

<Tip & Tap>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
교역 상대국의 물가변동을 반영한 환율로,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한 나라의 제품 가격경쟁력이 중·장기적으로 상대적인 물가상승률에 좌우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명목실효환율을 자국과 교역 상대국의 가중상대물가지수로 나눠 계산할 수 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자국의 평균 가격경쟁력이 상대국에 비해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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