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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통한 실업자 구제 새 모델 제시
[Issue] 프랑스 극빈층 고용 기업 ‘함께 일하고 배우기’(TAE)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셀린 무종 economyinsight@hani.co.kr

‘고용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는 취지 앞세워 극빈층 정규직 채용… 지자체·병원 대상 일거리로 장기 고용

극빈층 노동자를 장기 고용하는 회사가 있다. 직원 25명 규모의 작은 기업 ‘함께 일하고 배우기’(TAE)다. 구호단체가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운영하는 곳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여느 단체와 사뭇 다르다. 1~2년이면 끝나는 정부 보조금으로는 극빈층 삶을 바꿀 수 없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안정적 노동이 가능한 새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파리의 버스 정류장에서 종이 박스로 한겨울 추위를 막으며 잠을 자는 노숙자. TAE는 극빈층 실업자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REUTERS
“여기서 일한 지 벌써 14년째네요.” 일을 시작하기 전 10년 동안이나 실업 상태였다는 샹탈 코드롱(55)은 흥분한 듯 말을 이었다. “처음엔 청소팀에서 시간제로 일했어요. 그러다 정보처리팀으로 옮겼지요. 건강이 나빠 오랜 시간 서 있을 수 없었거든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아무도 제게 대학 졸업장이 있는지 묻지 않았어요. 여기선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어떤 사람이 배우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그조차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이죠.” 코드롱은 ‘함께 일하고 배우기’(TAE)의 직원 25명 가운데 한 명이다. TAE는 빈곤 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구호단체 ‘ATD 카르몽드(Quart Monde)’가 만든 회사다.
 
TAE는 극단적인 빈곤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도록 배치한다. 전자는 회사 정규직 직원으로 전일제나 시간제로 일한다. 후자는 1~2년의 계약 기간 일하는 ‘동반자’다. 특히 동반자는 TAE에서 일하는 게 의미 있는 활동이라 여겨 입사를 선택한 사람다. TAE 디디에 구베르 사장은 “우리가 동반자들에게 기대하는 건 좋은 노동자이자 동료”라고 말한다.
 
색다른 모델
TAE는 누아지르그랑의 옛 목공소 터에 세워졌다. 목공소 자체는 구호단체 ATD의 설립자 조제프 신부가 1960년대 빈민가 주민을 위해 설계했던 공간이다. 오늘날 TAE의 주요 활동 영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생고뱅·다논 같은 대기업이나 지드 로이레트 누엘 로펌 같은 곳에서 제공한 컴퓨터의 수리와 재판매다. 이곳에서 수리한 컴퓨터는 대당 150~400유로(약 20만~51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TAE는 바닥 페인트 공사나 칸막이 설치 같은 건물 내장 사업과 부차적으로 청소대행업을 하고 있다. TAE 고객은 지자체, 시민단체, 병원, 사회구호단체 등이다.
 
구베르 사장은 △고용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는 걸 증명하고 △TAE를 인간적인 회사로 만들며 △경제적으로도 수익을 내는 것이 TAE의 세 가지 목표라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사회학자 쥘리 쿠로네와 니콜라 루에 따르면, TAE가 하는 일은 전통적 사회사업이 아니며 그렇다고 TAE를 전형적 기업으로 볼 수도 없다.
 
TAE는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통합 지원기관(IAE)’을 자처하지 않는다. 사회통합 지원기관 제도는 실업 완화를 위해 1988년 도입됐다. 지원기관이 되려면 정부와 협약을 맺고 고용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 기관을 통해 일을 시작한 실업자에게 2년 동안 보조금을 준다. 보조금을 받는 사람은 2년 동안 자리를 옮길 수 없다.
 
구베르 사장에 따르면, 일이 필요한 실업자는 2300만 명인 데 비해 지원기관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는 13만 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 지원기관에 성과목표를 지정한다는 것이다. 지원기관에서 제공한 일자리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해당 노동자가 정규직이나 6개월 이상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비율이 전체의 25% 이상이어야 한다. 아니면 불안정 고용이나 직업훈련 상태로라도 지원기관을 졸업하는 비율이 35%를 넘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들 기관이 빈곤이나 실업 문제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사회통합 지원기관은 거기에 있는 동안은 좋은 곳이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는 2년이 지나면 가혹한 현실을 맞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지원기관을 들락거리고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구베르 사장 설명이다.
 
2002년 구호단체 ATD가 TAE를 설립한 것도 사회통합 지원기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기관의 대안으로 설립된 TAE가 이 제도의 혜택을 입는 것은 역설적이다. 사회학자 쥘리 쿠로네는 “TAE 노동자는 정규직 직원이며, TAE 졸업이 표면적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 TAE와 사회통합 지원기관의 차이”라고 했다.
 
정규직이 되면 각종 사회수당을 받고 삶을 재건할 수 있다. 샹탈 코드롱은 “여기서 좋은 사람을 만나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남편은 20년 전 작업장 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 자녀 중 둘이 지체장애 판정을 받아 10년 동안 시설에 있어야 했다.
 
ATD는 노동이야말로 빈곤이 앗아간 인간 존엄성을 되찾을 최고 수단이라고 믿는다. 구베르 사장에 따르면, ATD는 피에르 신부가 설립한 자활센터인 엠마우스와는 기본 발상 자체가 다르다. ATD에서는 존엄한 삶을 살려면 적정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엠마우스에서는 받을 수 있는 만큼만 받는다는 기조가 일반적이다. 존엄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적정 임금이란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말한다. 실제 TAE 직원 25명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두 배를 받는 사장 디디에 구베르와 이사 피에르앙투안 베로만 예외다. 직원들 임금은 입사 1년이 지나면 6% 오르고, 2년이 지나면 12% 인상된다.
 
   
▲ 실업자 고용을 위한 기업 TAE의 컴퓨터를 파는 가게. TAE는 대기업에서 받은 중고 컴퓨터를 수리해 대당 150~400유로(약 20만~51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한다. TAE 페이스북 페이지
팀장 없는 회사
직원 일부가 극빈층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TAE는 보통 회사와 다르다. 구베르 사장이 말했다. “이들은 대개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건강이 나쁘고, 알코올의존증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인적 관리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TAE에 팀장이 없는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다. 모든 직원이 같은 위치에서 소속감을 느끼도록 팀장을 두지 않은 것이다. 구베르 사장이 이에 대해 설명했다. “극빈자들은 삶 자체가 무너졌던 사람이다. 팀장이라는 위계를 두면 이미 한번 무너졌던 사람을 또다시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직원이 새로 입사했을 때 적응해야 할 주체는 노동공동체, 즉 TAE이지 신규 직원이 아니라는 게 구베르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 직원의 일화를 소개했다. “처음에 그 직원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초기 6개월 동안 그는 컴퓨터 보관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말이 정리지, 오히려 어지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를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직원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업무를 제대로 못하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직원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바로 TAE의 힘이다.”
 
샹탈 코드롱도 고등교육연구기관인 그랑제콜 출신인 인턴과의 일을 얘기해줬다. “그는 내게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줬고, 나는 그에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법을 알려줬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약하거나 아프다. 따라서 그들의 말을 잘 들어줄 필요가 있다.” 코드롱은 지금은 고인이 된 동료 자크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전의 난 공격적이었고 참을성이 없었다. 지금 내가 차분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자크 덕분이다. 만약 자크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다. 어떤 성과목표도 직원 개인에게 부과되지 않는다. 그룹 차원 목표만 주어질 뿐이다. 2개월마다 경영진은 직원에게 컴퓨터 재판매와 건물 내장 부문 성과를 발표한다. 의식처럼 정례화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노동 시간표는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두 동일하다. 오전 10시15분부터 15분간 휴식 시간이 있는 것도 똑같다. 청소대행팀에서 준비한 점심을 모두 같이 먹는다. 일반 회사 구내식당처럼 고용주가 비용 일부를 댄다. 근무시간 외에 일주일에 1시간씩 요가, 조각, 조경, 단체활동에 대한 생활 강의가 개설돼 있다. 단체활동 강의에선 직원 생일 선물을 준비하거나, 아픈 직원에게 병문안 카드를 보내거나,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간다.
 
사회학자 쥘리 쿠로네와 니콜라 루는 이런 점을 들어 TAE가 깊은 성찰 끝에 탄생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들은 노사관계 수평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수평적 관계를 권장하는 것과 실제 관계가 그렇지 않다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지속적인 긴장이 존재한다. 예로 ‘동반자’는 자신이 팀장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부정형으로 자신을 정의할 수밖에 없다. 동반자는 원래 자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모범을 보이고 동기를 부여하고 방법을 아는 평소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두 사회학자가 연구를 진행할 때 TAE 동반자 중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니콜라 루에 따르면, 이 사람은 정규직 직원들 뒤를 지나다니며 이들이 틀리게 일하면 고쳐주면서도 결코 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잘못을 깨닫게 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마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쿠로네는 이것을 ‘긍정적 긴장’이라고 말한다. 덕분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단결되고,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인정받고 지지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긴장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어떻게든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자’라는 낙인을 피하고 싶어서, 때로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도 회사를 떠나는 걸 모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TAE를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 실제로는 직원 이직이 거의 없다. 변화가 있다면 직원 가운데 사망자가 생겼을 때다. 2002년 이후 8명의 직원이 사망했다.
 
경제적 자립은 숙제
TAE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목표는 세 번째인 경제적 수익성이다. TAE 연간 예산은 60만유로(약 7억6430만원)인데, 사업매출이 40만유로다. 부족한 20만유로 가운데 7만유로는 사회통합 지원기관 제도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고, 나머지 13만유로는 대기업 재단이 후원한다. TAE에 후원하는 대기업 재단은 생고뱅, 지드, 브뤼노, 알스톰, 엔지, 프랑스전력공사의 고용안정재단 등이 있다.
 
다른 수입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TAE는 전통적 기업 대상 경영교육 강의를 개설했다. 연간 8차례 주제별 강의를 통해 일반 기업 관리자에게 TAE의 노동 방식을 설명한다. 수강료는 외부 기업 수강생 1인당 연간 2400유로(약 307만원)다. 구베르 사장은 연간 40명 수강생과 10만유로 수강료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강의 준비 비용은 5만유로다. TAE는 이를 통해 경영 수지를 맞추고, 다른 기업에 덜 경쟁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전파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5월호(제379호)
Travailler autrement et ensembl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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