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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맑스는 ‘공상당 선언’을 집필합니다”
[포토 인]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곽윤섭 kwak1027@hani.co.kr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원시농경사회에서….”

이런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지난봄이었다. 겨울과 여름만 있고 봄과 가을이 없다고 사람들이 혀를 차게 된 지도 오래전이다. 2018년에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렇지만 가만히 짚어보면 짧아도 봄은 분명히 있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누구는 반소매 입고 누구는 긴소매 입고 앉아 부채질을 하지 않고도, 담요를 두르지 않고도 뭔가를 구경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여름도 겨울도 아닌 봄이다.

흰 블라우스와 검은 바지를 맞춰 입은 두 남녀가 무대에서 뛰거나 걷거나 인상을 쓰거나 웃으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아담스 미스(Adam’s Miss)> 공연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그 두 명이 결성한 극단이었고, <아담스 미스>는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가 아니란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대학로 야외무대는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나왔고 바로 옆에선 집회가 열렸기에 소음이 작지 않았다. 마이크와 음향 장치도 없이 육성만으로 40분짜리 연극을 휴식 없이 끌어가는 두 배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누구나 지나갈 수 있는 공원이고 출입구나 울타리가 없는 곳이니 입장료를 어떻게 받나 싶었다.
 
무대 한쪽 귀퉁이에 입간판이 있고 거기에 크지 않은 글자로 ‘자율관람료 입금처’가 써 있었다. 입간판 아래에 은행 계좌번호가 있었다. 나중에 짧게 통화했다. “<아담스 미스>는 서민경제 시리즈 셋 중에 두 번째다. 첫 번째가 <잡온론(Job On Loan)>이었다. 자본주의경제 체제에서 서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짚고 있다. 경제권력의 폭력을 보여주고 싶다.” 남자 배우 김승언씨가 이렇게 말했다. 오른쪽에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는 신문영씨다. 둘이 극본도 직접 썼고 연출, 출연까지 한다.
 
<잡온론>의 한 구절이다. “독일 출신의 칼 맑스는 칼을 막 쓰기로 유명한 요리사입니다. (중략) 칼은 엥겔스와 함께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공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공상당 선언’을 집필하게 됩니다.”
 
자리를 지키며 몰입한 관객은 어른 아이 합해 40여명.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이따금 햇볕이 따갑다고 느껴지는 4월의 어떤 봄날이 이렇게 가고 있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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