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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도박 ‘생즉사 사즉생’
[Cover Story] 트럼프발 무역전쟁, 흔들리는 세계경제- ② 예상 시나리오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벼랑 끝 전술’로 아무 일 없을 가능성 제기… 무역전쟁 발발시 미국 고립주의 등 세계질서 재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무역정책이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불만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평균 관세율이 비슷한 수준인 것을 보면 이는 틀린 말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실행에 옮긴다면 3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어느 시나리오도 미국에 유리하지는 않다. 물론 상대국도 마찬가지다.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지몬 하게 Simon Hag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페터 뮐러 Peter Müller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Christian Reiermann
크리스토프 쇼이어만 Christoph Scheuermann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마르코 베디히 Marco Wedig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연 5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전포고한 무역전쟁은 갑작스럽게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신의 주장대로 미국에만 해롭다는 미국 무역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중국·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으로 상당한 혜택을 받고, 이로 인해 미국에 의식적으로 피해를 끼친다고 확신한다.
 
트럼프는 2018년 3월8일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에 재앙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의 옆에는 US스틸, 뉴코, 유나이티드알루미늄 등 자국의 철강·알루미늄 대기업 총수들이 앉아 있었다. 트럼프의 말에 기업 총수들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WTO는 중국과 다른 국가에는 좋지만, 오로지 미국에만 좋지 않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그 뒤 트럼프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협박을 쏟아냈다.
 
트럼프가 하필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협상 중인데,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고 있다. 2018년 3월 중순 3개국 특사들은 멕시코시티 회동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세 국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나프타의 완전한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나프타 개정에 합의한다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에서 두 국가를 면제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위협은 미국 내부적으로 2018년 11월 초반에 있는 중간선거를 다분히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번창한 1950~60년대를 대변하는 대통령으로 연출된다면, 이른바 ‘러스트벨트’(오하이오주 등 제조업 중심지였다가 불황으로 낙후된 지역 -편집자) 유권자들의 지지는 따놓은 당상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철강과 알루미늄 없는 미국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정책은 수치스럽다’고 끊임없이 지적한다.
 
트럼프는 자신을 질투하는 사람들과 악의적인 경쟁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며, 이들이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 호시탐탐 노린다고 여긴다. 그는 정치를 제로섬게임으로 바라본다. 다른 이들이 더 많이 가져가면, 자신에게는 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생각에는 자신이 끝내 패자이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실질적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에 수탈을 당한다고 불평한다.
 
트럼프의 이런 일반화는 분명 틀렸지만, 여기에는 아주 조금이나마 진실이 들어 있다.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부과하려는 관세는 2.5%에 불과하지만, 유럽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불만은 정당한 것이 아닐까?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세를 비교해보면 일관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미국은 유제품이나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지만, 석유화학 제품이나 섬유 등은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전체 산업제품을 보면 관세는 유사한 수준이다.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는 평균 3.2%, 유럽은 3.9% 수준이다. 이 정도 차이는 무시해도 된다고 킬세계경제연구소의 롤프 랑하머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환율이 조금만 뛰어도 이 정도 차이는 무의미해진다.”
 
   
▲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2018년 8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연관이 깊다. 실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는 지금까지 민주당 지지층에 가까웠던 철강산업 노조원들이다.REUTERS
무역이 손해라는 착각
전세계에 수출을 마구 해대면서 수입량은 형편없이 적다는 독일을 향한 트럼프의 비난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맞지 않다. 상품수지에선 분명 차이가 나지만, 서비스수지에선 다시 균형이 맞춰진다. 디지털 서비스는 무역수지에 처음부터 반영되지 않는다. 디지털 서비스야말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주무대다.
 
롤프 랑하머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코끼리를 더듬고 있다”며 통계청 수치로는 전체 상황을 부분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고 유감스러워한다. 사람들은 서비스수지의 일부분만을 알 뿐이고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외무역수지의 세부 사항에 정작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맹비난조차 자신이 옳다는 증거로 여긴다. 공화당 의원들이 보복관세에 반대한다는 것을 잘 아는 트럼프는, 워싱턴 기득권층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기득권층에 대항시키고, 민주당과 공화당 엘리트층에 맞서는 길이 자신의 가장 큰 성공 포인트라는 것도 잘 안다. 현재 트럼프에게 가장 열렬히 환호하는 지지자 중에는 지금까지 민주당 지지층에 가까웠던 철강산업 노조원들이 있다. 이들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트럼프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혹자는 미국이 그들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역사는 보호무역주의의 시도 사례로 가득하다. 과거 보호무역주의의 시도는 보통 국익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피해를 더 끼쳤다는 것도 보여준다.
 
유타주와 오리건주의 두 정치인 이름을 따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할리 관세법’(Smoot-Hawley Act)에 따라, 미국 농산물 보호 차원에서 수입 품목 약 2만 개에 관세가 최대 60%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1천 명 넘는 경제학 교수들이 스무트-할리 관세법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지만,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뒤이어 각국 정부들 역시 관세를 올렸다. 이후 몇 년 사이 미국의 무역량은 무려 3분의 2가 줄어들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02년 3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철강 수입품에 관세를 최대 30% 올렸고, 각국은 보복 조처로 맞섰다. 미국이 단행한 관세 폭탄에 치러야 했던 비용은 그 효과를 훨씬 상회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도입한 지 불과 20개월 만에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타이어에 수입세 35%를 도입했다. 이후 미국 타이어 산업에서 일자리 1200개가 생겨났지만, 신규 일자리 하나당 비용은 엄청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일자리 하나를 창출하는 데 약 90만달러(약 9억6400만원)가 들어갔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란 수단을 쓰려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아닌 것이다.
 
전세계, 특히 중국 정부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5년 전 최대 무역국 지위에 오른 중국의 연간 수출액은 2조달러를 상회한다. 중국의 연간 수입액도 이에 맞먹는다. 미국발 세계 무역전쟁은
최강국을 꿈꾸는 중국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중국 수출량의 약 18%가 대미 무역에서 발생한다.
 
트럼프는 대선 때 중국을 집중 공격했다.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화폐를 조작하며, 심지어 미국을 강간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세계 역사상 최대 도둑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중국 수입품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했고, 중국은 무역전쟁을 위한 군대 소집에 나섰으며, 국영 미디어 매체에서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발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해 볼모로 삼은 것은 전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항공 부문, 애플·스타벅스·맥도널드의 수백만 명의 소비자,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33만 명이다.
 
   
▲ 중국 헤이룽장성에 있는 창 안자동차와 포드자동차의 합작회사인 창 안포드(Changan Ford)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미국발 세계 무역전쟁은 중국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REUTERS
무형의 무역장벽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일단 차후로 연기됐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플로리다로 초대했고, 자신도 중국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은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는 대중 무역수지에서 급증하는 격차의 원인을 중국에 돌리지 않았다.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를 이용하는 국가를 도대체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가 이번에는 중국을 지나가는 말로 언급했지만, 미국 정부는 재차 공격에 나섰다. 2018년 2월 말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미국과 긴장 완화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중국 언론도 1년 전과 비교해 공세적 자세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중국에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수사학적으로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나섰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어두운 공간에 자신을 가두는 행위다. 바람과 비는 막을 수 있겠지만 빛과 공기도 차단된다”고 말했다.
 
중국도 실제로는 보호무역주의를 취하고 있다. 서구의 기업들은 시장 진입장벽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토로한다. 중국 정부는 대다수 부문에서 다른 나라 기업이 중국 파트너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도록 강요한다. 특히 다른 나라 기업은 돈 되는 사업에서 소규모 프로젝트에만 참여가 허용된다. 독일과 일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신규 고속철도 푸싱(復興)이 대표 사례다. 독일 대학생은 중국 기업에서 인턴 자리도 얻기 어렵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대외무역에서 이런 장벽을 은밀히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고전적인 관세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의 중요도가 퇴색되며 관세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전세계 관세는 평균 8% 수준이다. 이는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고, 1947년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그친다. 1947년 당시 전세계 관세는 평균 22%였다.
 
2018년 2월 둘째 주말 트럼프의 트위터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처럼 보였다. 트럼프 정부에서 세계무역은 다시 미래로 움직일 수 있을까?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발언이 수사에 불과하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공격 이후에 각국 정부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적 무역 업무를 재개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다음 시나리오는, 미국 스스로 고립주의 길을 가고 유럽과 아시아는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럴 가능성의 정황이 포착되는데, 유럽연합이 일본과 2017년에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하는 미국이 세계무역에서 빠져나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전세계 경제 품목 수요의 4분의 1은 미국에서 발생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암울한 무역전쟁이다. 무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세계무역 시대의 종말과 동시에 재편되는 세계질서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무역전쟁의 암운이 드리우면서 위험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내부적으로 사분오열하는 유럽연합은 마지막까지 미국과 무역전쟁만큼은 피하려 한다. 유럽연합 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유럽의회 13층에 있는 베른트 랑게 의원이 작은 글씨로 적힌 보복관세 검토 대상 명단을 들여다보고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 출신인 랑게 의원은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이다. 2018년 3월 셋쨋주 무역위원회 소속 위원은 트럼프의 보복관세와 관련해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무역 전문가인 랑게 의원이 살펴보는 문건에는 유럽연합이 관세를 매길 수 있는 품목이 포함됐다. 위스키는 종류별로 다양하게 관세가 부과되는데, 미국이 입을 수 있는 피해액은 약 5억유로(약 6623억원)다.
 
모터보트는 7.5m 폭을 기준으로, 오토바이는 800cc를 기준으로 관세가 책정된다. 랑게 의원은 개인적으로 베엠베(BMW) R1200 RS 오토바이를 몰기 때문에 오토바이 관세율에 관심이 많다.
 
물론 랑게 의원은 품목별 관세율 명단을 당장이라도 서랍 안에 넣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는 관세 폭탄을 둘러싼 대립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관세 폭탄을 매겨야 하는 상황에 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결정은 유럽연합이 아닌 미국 정부가 내린다. 트럼프 손에 언제든 그의 결정을 알릴 스마트폰이 쥐여 있다.
 
*2018년 5월호 종이 잡지 69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11호
“Dann wackelt alles”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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