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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선상의 아리아
환율전쟁의 외피에 숨은 금융패권의 온존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한광덕 kdhan@hani.co.kr

한광덕 총괄편집장 kdhan@hani.co.kr

2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어느 마을이 있었다. 동네 이장은 어느 날 뼈대 있는 7대 가문을 소집했다. 이들은 장사에 방해되는 대못을 뽑아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일단 자신들의 멤버십 카드를  만들었다. 부자클럽 공인인증서인 셈이다. 하지만 직접 총대를 메면 다른 가문들이 반발할까 싶어 수족을 동원하기로 했다. 자신들은 점잖게 토론만 하고 재물 거래에 관한 문제는 이들이 눈치껏 해결해줬다. 한동안은 잘 굴러갔다.
20여 년이 흘렀을까, 주로 동쪽에 있는 집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부자클럽 회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신경이 쓰였다. 이참에 자신들의 장삿속도 정당화할 겸 사고 친 집들의 자녀를 불러 훈화를 한 뒤 멤버십 카드를 선심 쓰듯 나눠줬다. 물론 의심하지 않고 충실하게 수업을 받은 모범생에게만 줬다.
다시 10년쯤 지났을까. 이번엔 부잣집에 문제가 생겼다. 먼저 이장 집에서 불이 났다. 부자클럽은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불길을 잡기 힘들자 멤버십 카드를 나눠준 집들에 연락했다. 자녀 대신 직접 가장끼리 만나자고 정중하게 제안했다. 이장과 그의 측근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회원이, 불을 끄기는커녕 번지도록 만든 책임을 물어 수족을 자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장은 앞으로는 당신네들 말도 잘 듣도록 타이르겠으니 옛 수족을 그대로 쓰자고 버텼다.
  
전쟁의 포화가 걷혀가던 1944년 미국과 영국은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브레턴우즈라는 작은 마을에 자유 진영의 대표들을 소집했다. ‘팍스달러리움’을 알리는 신호였다. 달러를 가져와도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며 드러누운 1971년 ‘닉스 쇼크’로 브레턴우즈 체제는 금이 갔지만, 자유무역과 자본의 자유화를 떠받치는 수족인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는 더욱 위세를 떨쳐만 갔다.
미국이 노하면 어떤 안도 통과될 수 없는 거버넌스 구조를 지닌 IMF가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 주체로 나선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난센스다. 쿼터나 투표권을 조금 더 준다고 미국인이 총재를 영구 집권하는 세계은행과, 미국이 유럽에 총재직을 이양해준 IMF 권력의 성격이 변할 수 있을까? IMF와 세계은행의 본부가 워싱턴에 있는 미 재무부와 인접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게다. 북한만큼 폐쇄적인 은둔자 IMF의 본부와 지부들의 빗장을 열고 들어가 10주간 밀착 취재하며 그 속살을 벗겨낸 <슈피겔> 기사를 이번호에 실었다. 기사에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미셸 캉드쉬 전 총재와는 국적만 빼고 모두 다르다며 마치 한국 독자들에게 결백을 호소하는 듯하다. 하지만 세계적 권위지 <슈피겔>마저 비판과 기대를 적절히 섞으며 이례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데서 변함없는 IMF의 살기가 느껴진다.
G7에서 G20으로 넘어온 역사적 과정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G20 정상회의는 미국발 경제위기의 손익계산서를 분식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익의 일국화’ ‘비용의 세계화’인 셈이다. 또 미국은 숙원사업인 ‘글로벌 불균형’ 해결을 위해 G20이 긴요했을 것이다. 중국을 서울로 유인한 뒤 한국 같은 혈맹을 매복시켜 협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환율전쟁’이다.
하지만 G2가 물밑에서 봉합해버린다면 G20은 하릴없이 추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환율전쟁을 표지로 내세운 <이코노미 인사이트>도 타격을 입을 것인가? 경제학은 불황을 먹고 자라지만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공포를 팔아먹지 않는다. 환율은 글로벌 전쟁의 외피일 뿐 본질은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되는 패권적 금융질서에 있다.
베르나르 카상 파리8대학 명예교수는 일찌감치 “무도회에 끊임없이 새로운 ‘G’가 등장해 기존의 ‘G’를 몰아내고 춤을 출 테지만 ‘신자유주의’라는 무대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꿰뚫어봤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11월호의 속살을 열어보면 낮은 G선의 화음을 무시하고 독주하는 ‘G선상의 아리아’가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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