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중국이 쓰레기통을 닫은 속사정
[Special Report ] ‘쓰레기 대란’ 전세계 강타- ① 원인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알렉산더 스몰트치크 economyinsight@hani.co.kr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 30% 육박… 중국, 세척 폐플라스틱만 수입 위해 통관 강화

중국은 ‘세계의 쓰레기통’ 구실을 해왔다. 온갖 폐기물이 중국에 유입돼, 각국의 부족한 쓰레기통에 숨통이 트였다. 중국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러했던 중국이 2018년 초부터 더 이상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는다. 당장 독일은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56만t 위에 앉게 됐다.

알렉산더 스몰트치크 Alexander Smoltczyk <슈피겔> 기자 
 
   
▲ 중국 쓰레기 재활용 공장 안에 쌓인 폐플라스틱. 중국은 그동안 온갖 폐기물을 수입해 ‘세계의 쓰레기통’ 구실을 해왔으나, 2018년 초부터 수입을 금지했다. REUTERS
가족과 휴가를 즐기려고 말레이시아의 거북섬 여행을 예약하고 있었을 때, 한스디터 빌켄은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닥칠 것임을 감지했다. 거북섬으로 향하는 배에서 선장은 바다 위로 떠밀려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몇 분에 한 번씩 걷어내야 했다. 빌켄은 당시를 떠올리며 “선장은 쓰레기를 치우며 계속 웃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에 탄 승객은 바다 쓰레기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아시아에서조차 말이다.
 
빌켄은 가족 여행지 말레이시아가 아니더라도 쓰레기와 관련 있다. 선박 스크루에 걸린 폐플라스틱 더미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독일 브레머하펜에 있는 폐기물처리 업체 넬젠(Nehlsen)의 대표이사 빌켄은 매년 폐플라스틱 2만5천t을 수집한다.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나온 포장 포일이다. 포일은 공 모양으로 압축돼 쓰레기수거 업체에 팔린다. 이 중 연간 8천t이 중국에 수출된다.
 
빌켄 대표이사는 “수출됐었다”고 정정했다. 그는 사무실 창문에서 항구 인근 강철공장을 내려다봤다. “벽을 향해 돌진한다고 상상해봐라. 그것도 시속 180km로 말이다.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빌켄 대표이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충격은 처음에는 소리 없이 다가왔다. 발단은 중국 환경보호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2017년 7월18일치에 발송한 공문이었다. 중국은 서류번호 ‘WTO 17-3880’ 공문에서 2018년 1월1일부터 24종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전세계에 알렸다. 분류하지 않은 폐지, 금속 슬래그(찌꺼기)와 재, 섬유, 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 조각, 자동차 고철에서 나온 플라스틱 부품, CD, 전자 고철, 분류하지 않은 포일, 페트병, 유아 자동차, 샴푸 용기, 케이블 등 24종의 재활용 쓰레기가 수입 금지 대상에 올려졌다.
 
전체 직원을 회의실로 불러 대책 마련을 지시했을 만큼, 빌켄 대표이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발송 공문은 전세계 폐기물업계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지난 수년간 중국만큼 폐플라스틱을 대량 수입한 국가도 없다. 이 중 대다수가, 일반 가정에서 꼼꼼하게 분류해 버린 생활 폐기물이 아닌, 사업장 폐기물이었다. 2016년 한 해에만 유럽에서 1100만t의 엄청난 사업장 폐기물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일일 쓰레기 양은 1500t에 이른다. 쓰레기는 미국이 중국에 6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품목이다. 폐플라스틱은 국제 화물수송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세계 사업장 폐기물 집하장이던 중국이 어느덧 포화상태가 됐다. 이제 폐기물 집하장 문은 닫혔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발송 공문은 언젠가 어떻게든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관련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이케아의 오븐 모서리 보호대와 원두커피 포장 방식에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남부의 심해 항구 건설과 미국 다우듀폰(DowDuPont)의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발송 공문은 중국 일반 가정이 독일 폐기물처리 업체 알바(Alba)와 손잡게 된 배경과 관련 있다. 2018년 1월 이후 독일 슈베린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를 방문한 중국의 20개 사절단이 폐기물을 재활용 물질로 바꿔주는 기적 같은 기계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도 만들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발송 공문은 국제 화물선박의 이동경로를 바꿨고, 패자를 승자로 만들었으며, 독일 연방환경부의 부서 간 반목을 불렀다. 공문은 수많은 것, 특히 독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
 
돈 되는 쓰레기산업
쓰레기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쓰레기는 다른 물건처럼 좋은 자원이거나, 훨씬 더 좋은 자원일 수도 있다. 쓰레기 세계는 소비 세계와 평행해 존재하는 우주 같은 곳이다. 다만 어둡고 비밀스러우며 종종 악취가 나는 물건이 있을 뿐이다. 이 물건은 전세계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돌아다닌다. 쓰레기 세계에는 무역회사와 교환, 투기, 암시장, 선물거래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 시발점은 1994년 9월27일이었다. 클라우스 퇴퍼 당시 독일 연방환경부 장관은 전세계 최초로 법안으로 쓰레기를 엄연한 상품으로 격상시킨 장본인이다. 퇴퍼 전 장관이 만든 순환경제법(자원 재활용 방안을 담은 법 -편집자)은 ‘그린 도트’(Green Dot)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가정집마다 별도로 만든 재활용 분류 쓰레기통, 폐기물로 제작된 공원 벤치가 생겨났다.
 
이것은 가톨릭 미사와 관련한 화체설(미사의 성찬 전례 때 빵과 포도주가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로 변화되는 신앙의 신비 -편집자)처럼 혁명이자 변혁이었다. 성찬에서 빵이 육신으로 변하듯이, 더러운 재활용 물질이 살아 움직여 많은 돈을 벌게 한다. 쓰레기가 돈으로 변하다니! 놀라울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는 독일에서만 연간 110억유로(약 14조5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당당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세계적으로 재활용 페트병 시장 규모는 밀 시장 규모에 맞먹는다. 중국의 이베이에 해당하는 알리바바(Alibaba)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종류별로 꾸러미나 컨테이너 단위로 팔린다. ‘최소 주문 수량은 1천t’이라고 최근 한 단신 광고에 나오기도 했다.
 
이 이동경로는 ‘새로운 실크로드’ 또는 ‘클로아카 막시마’(Cloaca Maxima)로 부를 만하다. 물론 클로아카 막시마는 실제로는 퇴퍼 전 장관이 생각했던 자원 재생과는 거리가 먼, 고대 로마시대의 대형 하수구다.
 
폐플라스틱은 사업에 관련된 사람 모두가 윈윈하며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사업 분야였다. “우리가 중국 사업 파트너에게 폐플라스틱을 우격다짐으로 떠넘긴 것은 아니었다”고 빌켄 대표이사는 말한다. “중국 사업 파트너들은 1t당 최고로 높은 가격을 쳐줬다.”
중국은 투명 포장 에어캡 1t당 독일에 400유로(약 52만7천원)를 지급해왔다. 독일 재활용업체 가격의 거의 2배에 이른다. 고가 설비를 설치한 독일 재활용업체들은 쓰레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설비를 그냥 놀리거나 최소 수준으로만 가동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중국은 폐플라스틱을 대량 구입해 납으로 밀봉된 컨테이너에 실은 뒤 홍콩을 거쳐 반입하기 위해 유럽 현지에 특수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충분한 양의 석유가 중국에 매장돼 있지 않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석유는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 폴리카보네이트, 폴리비닐부티랄, 페트 등 플라스틱 생산에 필요한 ‘폴리머’라는 고분자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은 국외 화학기업에서 고가의 플라스틱 원료를 사는 대신, 전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깨끗하게 분류된 폐플라스틱을 사들였다. 중국은 수입한 폐플라스틱을 국내 공장에서 과립 형태로 압축한 뒤 재생 원료로 가공해 샴푸 용기(폴리프로필렌), 물뿌리개(폴리에틸렌), 요구르트병(폴리스티렌), 플리스 재킷(페트), 휴대전화 케이스, 캠핑 기구 등을 생산하는 데 사용했다.
 
유럽연합(EU) 쓰레기 선박 규정 34장 F항에 따르면, 양과 질적으로 반출이 공인된 쓰레기만 수출이 가능하고 구매 당사자는 폐기물 재활용 인가를 받아야 한다. 쓰레기를 매립지나 소각장에 내다버리는 행위는 금지된다.
 
주택에서 나오는 생활 폐기물 분류를 소홀히 하는 문제가 사업장 폐기물에도 벌어졌다. 사업장 폐기물 분류 원칙이 현장에서 공공연히 위배된 것이다. 규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골칫덩어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사업장 폐기물은 깔끔하게 분류되지 않았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물건이 섞여 재활용이 불가능한 오물로 점점 전락해갔다. 중국은 결국 2013년 2월 ‘그린 펜스’(Green Fence·세척 과정을 거친 폐플라스틱 수입만 허용 -편집자)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중국 통관 절차의 강화를 의미한다.
 
중국 수입 항구에서 국외 재활용 쓰레기 수입품의 감독이 한층 엄격해졌다. “중국은 너희들 쓰레기를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며, 고품질 폐플라스틱만을 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일부 폐기물 처리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에 이미 보낸 폐기물을 자체 비용을 들여 다시 가져와야 했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다. 중국 안에도 쓰레기가 충분히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추가로 쓰레기를 사들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중국이 폐플라스틱 1t을 수입하면 품질에 따라 최대 30%는 재활용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폐기물 재생업계는 이를 ‘더럽고 위험한 쓰레기’라고 분류한다. 폐지 스테이플, 의류 지퍼, 폴리에틸렌 포장재, 폴리프로필렌 페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소각되는 폐기물
지금까지 중국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소량일 때는 관대하게 넘어갔지만, 더럽고 위험한 쓰레기가 매년 상당한 양으로 늘어나면서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결국 세계무역기구에 발송한 공문에 ‘이는 중국 환경을 심대하게 더럽힌다’고 적시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은 심각해졌다. 중국은 그린 펜스 정책에 이어, 2017년 봄 국외에서 수입된 전자 폐기물 및 플라스틱과 전쟁을 선포한 ‘내셔널 스워드’(National Sword) 캠페인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총 1800개의 폐기물재생 업체가 감독받았고, 전체 25%가 환경 규정 위반을 이유로 잠정 폐쇄됐다. 관련자들이 체포됐고, 어린이들이 작업대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2017년 가을 이후 중국은 품질이 떨어지는 폐플라스틱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고, 2018년 1월부터 법으로도 수입 금지했다.
“우리는 2018년 2월 중순, 즉 중국 설날까지 상황이 변하지 않을까 기다렸다.” 넬젠에서 대충 사전 분류된 사업장 폐기물을 납품받는 한 대형 재활용수거 업체 대표가 말했다. “과거에는 앞선 결정을 뒤집는 새로운 행정명령이 발효됐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 한번 내려진 결정을 고수했다. 중국은 정말 말한 그대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3~5년의 유예기간을 내심 바랐지만 헛수고였다. 심지어 국제 폐기물산업의 대부 같은 존재인 페터 쿠르트조차 이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유럽폐기물처리산업연합, 독일연방폐기물처리협회 등의 임원으로 있는 쿠르트는 중국의 상도덕에 호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과거 베를린시 금융위원을 지냈던 쿠르트는 도래하는 쓰레기 대란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는 생산자가 폐기물 처리까지 책임을 진다. 중국에는 이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 기준에서 생산자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올바르다.”
 
독일 폐기물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상당히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다. 위기의 무게는 56만t에 이른다. 2016년 독일 환경청에 따르면 이는 중국으로 재활용을 위해 수출되는 폐플라스틱 양이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폐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컨테이너 2만5천 개를 이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하필 우표 수집에 버금가는 열정으로 폐기물을 모으고 분류하는 세계 최고 폐기물처리국임을 자부하는 독일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처리 업계는 일반 시민도 했음직한 폐쓰레기 소각에 나섰다. 독일 레몬디스(Remondis) 등 대형 폐기물처리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폐기물처리 업체는 자체 폐기물 소각장이 있는데, 중국 덕분에 독일 안 폐기물 소각장은 현재 100% 가동되고 있다.
 

물론 폐기물처리 업체들은 쓰레기 소각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페터 쿠르트라면 쓰레기처리 업계의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의 65~70%는 시멘트업계에서 활용되거나 다른 부문에서 열에너지 등의 대체 연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쓰이는 폐플라스틱은 수십만t에 이르는데, 이는 독일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취재진 문의에 정부 담당 부처는 ‘사업장 플라스틱 폐기물은 순환경제법에 따라 우선적으로 소재를 재활용해야 한다. 에너지(열) 재활용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서면 답변을 해왔다.

*2018년 5월호 종이 잡지 101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11호
Ein Sack in China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알렉산더 스몰트치크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