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비즈니스
     
별을 향해 뻗친 붉은 손의 정체
[Business] 벤츠 집어삼킨 중국 지리자동차의 야망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지리자동차, 벤츠 모기업 다임러 대주주 등극… 다임러 수뇌부,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국의 백만장자이자 지리자동차 회장인 리수푸가 독일 다임러그룹 대주주가 되자 독일 정부와 자동차산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독일은 리수푸 배경에 중국 정부의 그림자가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리수푸는 다임러 자회사인 벤츠의 노하우를 이용해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선도적 기업을 일구려는 꿈을 갖고 있다.

팀 바르츠 Tim Bartz
지몬 하게 Simon Hage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중국의 백만장자이자 지리자동차 회장인 리수푸가 2018년 2월23일 약 70억유로(약 9조3천억원)를 들여 독일 다임러 지분 9.7%를 매입해,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REUTERS
중국 ‘자동차 대부’ 리수푸 지리(吉利)자동차 회장은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한테 존경을 받는다. 그는 상대방이 아주 조용히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일정한 톤의 중저음을 듣고 있으면 마치 염불을 듣는 듯하다. 리수푸는 “자동차산업이 현재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자주 말한다.
 
그는 자동차기업 가운데 애플·구글·테슬라 같은 새로운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건 두세 업체뿐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가 되려 한다. 리수푸가 설립한 지리자동차는 중국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기업이다.
 
리수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계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은 그가 ‘산업혁명의 기원’이라고 하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와 영국 로터스를 소유하고 있다. 리수푸는 영국 런던의 명물인 택시 블랙캡(Black Cabs) 제조사를 인수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8년 2월23일 리수푸는 약 70억유로(약 9조3천억원)를 들여 독일 다임러 지분 매입을 발표했다. 9.7% 지분을 확보한 그는 하룻밤 사이에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독일 산업계 전체가 경악했다.
 
다임러 회장 디터 체체를 지원하고 싶다는 리수푸의 발표는 어떤 이들에게는 마치 쿠데타 선언처럼 느껴졌다. 리수푸의 부하 직원들이 퍼뜨린 도표에서 다임러는 이미 리수푸 제국의 일부로 편입돼 있었다.
 
많은 독일 회사가 수년 동안 걱정해오던 시나리오가 갑자기 현실에 등장했다.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 투자자가 은밀하게 독일 대기업을 공격한 것이다. 독일 연방경제부 장관 브리기테 치프리스(사회민주당)는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며 지리자동차 대표가 다임러의 감독위원회에 참가하려 한다면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임러 경영진과 이사회는 리수푸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일 산업계와 정계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힘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미래 10년 계획에서, 중국은 늦어도 2025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지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전기차 사업은 중국 정부가 기업 인수와 기술 이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시키려는 10가지 미래산업 분야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이 분야를 외국 투자자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개방할 생각이 없다.
 
   
▲ 다임러를 대표하는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경영진과 이사회는 최대주주가 된 리수푸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리자동차가 다임러의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유럽 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REUTERS
중국 정부의 실루엣
독일에서 리수푸는 ‘다임러에 내 지식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파했지만, 중국에서 한 발언은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 중국 국영방송 <CCTV>에 출연한 그는 다임러 지분 인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자동차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국가 전략에 따르려 한다.”
 
리수푸는 중국 권력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래된 그의 지인이다. 시진핑은 지리자동차 본사가 있는 저장성 당서기 시절부터 지리자동차 예찬론자였다.
홍콩 금융가는 벌써부터 지리자동차가 다임러 노하우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GF증권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지리자동차는 다임러의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다임러와의 제휴는 지리자동차에 유럽 시장에 진출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다임러는 중국 시장에 굉장히 의존적으로 보인다. 다임러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마찰이 사업 리스크로 번질까 항상 걱정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인스타그램 광고에 아무 위험이 없는 달라이라마 명언을 인용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인 감정을 상하게 했다’며 베를린에 있는 중국 대사관에 정중히 사과한 적도 있다.
 
다임러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리수푸도 외교에 힘쓰고 있다. 리수푸는 독일의 호감을 얻기 위한 공세에 나섰다. 독일 총리 관저를 방문하고, 경제부 장관 치프리스와 면담한 뒤 기독교민주연합 원내대표 폴커 카우더도 만났다. 자신의 부드러운 면모를 한껏 보여주고 싶은 새 권력자의 국빈 방문 같은 느낌이다. 리수푸는 다임러 지분을 인수한 이유가 정치적 목적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나는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순한 민간 사업자일 뿐이다.” 다임러 지분 인수 자금의 출처를 묻자 그는 무뚝뚝하게 “중국 정부도 그것을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임러 대주주가 된 리수푸는 정말 사업에만 관심 있는 은밀한 체제 비판자인 것일까? 이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많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분명하게 중국 기업의 외국 기업 지분 인수에 정치적·전략적 목표가 있음을 암시했다. 독일 정부도 대비 태세를 갖췄다. 2017년 독일 정부는 마뜩잖은 중국의 기업 인수 시도를 기존보다 쉽게 방어할 수 있도록 투자법을 강화했다. 현재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장벽을 높이려 힘쓰고 있다. 갑작스럽게 중국인이 다임러 최대주주가 된 지금, 독일 정부는 다른 조처를 추가로 준비 중이다.
 
“우리는 대외무역법을 경제 상황에 맞춰 계속 수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 제한 기준도 포함된다.” 치프리스 장관의 말이다. 지금까지 독일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가 독일 기업 전체 지분 중 25% 이상을 매입하려 할 때 이를 제지할 수 있었다. 이 기준이 여전히 요즘 같은 시대 상황에 들어맞는지를 새 정부 의제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와 교통, 인터넷 등 중요한 국가 인프라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요한 사실은 적은 지분을 소유한 투자자도 기업의 사업 활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치프리스 장관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시장에 개입하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독일 기업들이 인터넷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요구사항과 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리자동차 창립자인 리수푸는 앞으로 독일 정부가 강력한 개입을 할 필요가 있음을 증명하는 전례를 남겼다. 그가 다임러 지분을 인수한 방식은 많은 이에게 적대적 인수·합병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다. 2017년에도 그는 다임러 문을 두드려 주식을 패키지로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 가능하면 할인을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본금을 늘릴 생각도 없고, 또 다른 중국 파트너도 원치 않던 다임러는 제안을 거절했다.
 
   
▲ 볼보자동차 로고. 지리자동차는 2010년 파산 위기에 있던 스웨덴 자동차회사인 볼보를 인수해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REUTERS
리수푸 리스크
리수푸는 플랜B를 가동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은행인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로부터 일반 주식시장에서 조용히 다임러 주식을 사들이는 데 도움을 받으려 했다. 두 투자은행은 독일에서는 논란이 되는 방법을 권했다. 비밀리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리수푸는 사실상 다임러에 몰래 숨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리수푸는 소량의 다임러 주식만 직접 매입했다. 나머지 지분은 신주인수권과 파생상품으로 저렴하게 수중에 넣었다. 주식 자체는 계속 은행들이 갖고 있다. 2017년에도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이런 식으로 도이체방크 주주가 됐다.
 
은밀한 매입을 통해 주식시장 과열도 막을 수 있었기에 인수 비용도 절약됐다. 무엇보다 리수푸는 원래 매입한 지분이 3%를 초과하는 순간부터 적용되는 주식 매입 보고 의무를 피해갔다. 그는 미국 은행의 도움을 받아 다임러 주식의 거의 10%를 매입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 술수는 그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독일 정계와 재계가 리수푸를 영화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주인공 고든 게코의 중국인 버전으로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가는 “서구 기업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몰래 숨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법은 주식 매입을 결정한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듯 보인다고 독일 연방경제부의 한 보고서가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이제 와서 추가 조처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다임러그룹 수뇌부는 처음에는 성가시다는 듯 방어적 태도를 견지했다. 다임러는 기존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BAIC)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베이징자동차의 경쟁업체인 지리자동차와 그 소유자 리수푸에게 보내는 다임러의 분명한 신호였다.
 
다임러는 중국의 기존 파트너사를 소홀히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독일 자동차회사가 서로 경쟁하는 두 중국 기업 사이에 잘못 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2017년 이미 아우디가 충분히 경험했다. 아우디는 중국 남부에서 새 회사와 협력해 중국 북부의 기존 파트너사를 화나게 했다. 그러자 갑자기 중국 딜러들이 아우디 판매를 거부했고, 매출과 수익이 급격히 하락했다.
 
다임러는 리수푸와의 협력관계가 중국정부에 유·무형 이익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우려한다. 다임러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서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리수푸가 다임러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이해 상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리수푸가 지분을 공히 보유한 다임러와 볼보는 경쟁관계에 있다. 리수푸가 대주주 자격으로 다임러 사업전략 정보에 접근하면 다임러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시기도 좋지 않다. 다임러는 2007년 크라이슬러와 분리된 뒤 가장 큰 구조개혁을 앞두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터 체체 회장은 다임러그룹을 승용차·상용차·서비스 세 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을 개별적으로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제 이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개별 부문으로 분할되면 다임러는 더 쉽게 원치 않는 투자자들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투자전문업체 에버코어(Evercore) ISI의 아른트 엘링허스트는 “다임러가 이제 방어 태세로 전환해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기피하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임러그룹 경영진에는 리수푸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낙관하며 다른 투자자의 도움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다임러그룹의 2대 주주인 쿠웨이트 정부펀드가 지분을 늘려 다시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 아랍인들은 1974년부터 다임러 대주주였다. 지금까지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입증했다.
 
그에 반해 중국에서 온 새 최대주주가 무엇을 계획하는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현재 그가 가진 지분이, 자동으로 그에게 다임러그룹 운영에 관한 발언권이나 다임러와의 협력관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리수푸는 보유 지분을 25% 이상으로 늘리려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다임러그룹의 중요한 사업적 결정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리수푸 본인은 지금 지분 추가 매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다임러 경영진의 딜레마
중국에서 리수푸는 이미 추앙받고 있다. 국가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들은 ‘지리자동차가 세계로 진출한다’ ‘지리자동차가 중국 기업의 경쟁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같은 어조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독일 자동차회사 경영인 중에도 리수푸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한 뒤 지리자동차 설립자의 평판이 높아졌다. 불과 몇 년 사이 스웨덴 자동차회사는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 수익을 내게 됐다. 이 성공 사례는 다임러 직원에게도 용기를 주고 있다. “새 투자자가 다임러에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볼보에서는 장기 투자를 하고, 동시에 브랜드 정체성을 보존했다.” 노동자대표협의회 위원장 미하엘 브레히트가 말했다.
 
다임러 주주가 됨으로써 리수푸는 최소한 한 가지는 달성했다. 그는 다임러 최고 경영진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인사 방문을 하러 독일 슈투트가르트 다임러 본사에 온 그는 체체 회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보도 위버를 비롯한 다임러 경영진과 만났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리수푸의 슈투트가르트 방문은 동시에 체체 회장의 패배이기도 하다. 이 투자자를 조용히 떨쳐내려 했던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 체체 회장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거리를 두며 동시에 어떻게든 연결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균형 감각이 필요한 일이다.
 
*2018년 5월호 종이 잡지 11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10호
Griff nach dem Stern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팀 바르츠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