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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원잠식세’ 신설에 유럽 ‘IT세’ 맞불
[Issue] 다국적 IT 기업 과세권 논란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미적대던 미국도 글로벌 IT 공룡 조세회피 차단 나서… 과세 수입·방법 놓고 양쪽 큰 견해차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에 과세하는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주요 20개국(G20)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격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계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조세회피처를 근거지로 세금을 피해다니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T 공룡기업’에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공감한다. 하지만 어디서 과세권을 행사하고 어떻게 세금을 걷을지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4월11일(현지시각)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사용자 정보 유출과 관련해 추궁당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사이에선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에 정당한 세금을 물리기 위한 방안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REUTERS

2018년 3월 모든 관심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쏠린 사이, 좀더 중요한 분야에서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됐다. 바로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 과세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다. 3월16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IT 기업 과세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음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다국적기업의 공격적인 조세 최적화 관행에 맞선 최근 수년 동안의 진전을 단숨에 역전할 수도 있는 요인이다. 기업 과세권을 둘러싼 갈등은 주권 독립의 근간을 건드리는 문제다.

미국의 과감한 변화
2017년 12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이 부분적으로 그 시발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세간의 관심은 부자에게 안긴 감세 선물과 법인세율 인하(35%에서 21%로)에 쏠렸다. 지방세까지 고려하면 실제 법인세율은 25~26%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미 조세 당국이 바보는 아니다. 다른 조처 없이 법인세율을 급격하게 낮추면 세수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세 당국은 법인세율 인하와 동시에 세원 확대 조처를 했다.
당국의 조처들은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해 그야말로 세무사만 신난 상황이지만, 이런 기술적인 부분 뒤에는 강력한 정치 쟁점이 숨어 있다. 기업의 조세회피처 이용을 억제하는 문제다. 미 조세 당국은 기업이 이윤을 인위적으로 분산하는 것을 법으로 인정하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조세 당국은 2018년 매출액이 5억달러(약 5300억원)가 넘는 모든 기업에, 이들 기업이 국외 자회사와 거래한 금액 절반에 5% 세금을 매길 계획이다. 세율은 2025년까지 10%, 이후엔 12.5%로 올릴 예정이다. 바로 ‘BEAT세’라고 이름 붙은 ‘세원잠식·남용방지세’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저율 과세되는 글로벌 무형자산 소득’(GILTI·Global Intangible Low Taxed Income)이 새롭게 등장했다. 소득 명칭은 유죄를 뜻하는 ‘guilty’와 발음이 비슷하다! 글로벌 무형자산 소득은 조세회피처에 은닉돼 낮은 세율로 과세되는 지식재산권 소득을 의미한다. 미국 기업이 국외에서 ‘과도한’ 투자수익률(10% 이상)을 기록할 때, 이 소득에 현지 국가가 이미 과세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 조세 당국은 최저 13.125%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그런데 애플처럼 아일랜드에서 0.05% 법인세만을 낸 기업은 0.05%와 13.125%의 세율 차이만큼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하려는 요소가 단번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조처는 특허·브랜드·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을 미국에 두고 국외에서 매도하려는 기업의 수익에 세금을 낮춘 것이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다국적기업에 과세하는 기본 규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지금까지 OECD에서 이전가격(다국적기업 계열사 사이에 재화·서비스가 거래되는 가격으로, 다국적기업은 이전가격을 조작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윤을 인위적으로 이전해왔다 -편집자) 조작 관행 혁파를 둘러싼 모든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던 미국이 이제부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OECD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아직 명확한 제안을 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미국이 드디어 상황을 진전시킬 준비가 되었다”며 반겼다. 그는 “오히려 이젠 유럽이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유럽의 대응
그렇다면 다국적기업의 의심스러운 조세회피 관행을 혁파하는 데 유럽이 모범을 보이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내부적으로는 BEAT세가 차별적 세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내 계열사 간 거래는 BEAT세의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식재산권 수출 소득에 저율 과세는 다른 나라의 세원을 강탈하려는 조처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하다. 다른 나라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조처라는 뜻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OECD에서 미국 관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기업 관행에 대한 일반적인 검토와 각국 내 소비총액에 기초한 과세 방식이 그것이다. 이 관계자는 바로 그것 때문에 미국 주장을 더욱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조작된 기업 이윤이 아니라 매출액에 과세하는 건 독일 같은 대규모 수출국보다는 중국 등 대량 소비 국가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어마어마한 무역 흑자가 있는 한, 미국과 유럽의 합의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며 양쪽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일반적 검토에는 적어도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빠른 진척을 원한다. 특히 IT 기업 과세에 신속한 합의를 기대한다. 일단 미국의 세제 개편은 세원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시민사회의 압력도 거세다. 2019년 봄으로 예정된 유럽연합 선거 이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몇몇 국가는 자국에만 적용되는 세법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게 현실화하면 유럽 단일 시장 안에서 각국이 앞다퉈 세제 개편에 나설 것이고 엄청난 세제 혼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게 시간에 쫓긴 집행위원회가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2018년 3월21일 집행위원회가 IT 기업 과세 원칙을 제안한 것이다. 집행위원회 원칙은 새로우면서도 독창적인 세원의 정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IT 기업이 서비스 이용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활용해 이윤을 실현하면, 기업 매출액에 3%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이 기업이 유럽연합 회원국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IT 서비스 과세 대상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는 다소 복잡한 문제다. 예를 들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표적 광고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과세 대상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나 블라블라카 같은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이런 플랫폼이 이용자한테 받는 수수료는 그동안 세원으로 잡히지 않았다. 반면 유료 회원을 둔 넷플릭스나 아이튠스 등은 온라인 쇼핑몰처럼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아마존은 다른 서비스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된다.
전체적으로 100여 개 기업들이 IT 서비스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 미국 기업도 있지만 유럽 기업도 있다. 이들 기업은 세계시장 매출액이 7억5천만유로(약 1조원)를 넘으며, 유럽 시장의 매출액은 5천만유로를 넘는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매출액에 3% 세금을 매기면 약 50억유로의 세수를 기대할 수 있다. 50억유로는 유럽 전체에서 보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IT 기업 과세 문제가 시급한 것은 경제적이라기보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 룩셈부르크 고등법원 앞에서 “탈세 중단”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1인시위를 하는 시민.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유럽 나라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IT 기업 과세 방안에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REUTERS

마뜩잖은 조세회피 국가들
그렇다면 유럽 국가들은 집행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한 유럽 외교관에 따르면, 4월 말 유럽연합 회원국 재무부 장관들이 모이는 비공식 각료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이 회의가 끝나야 IT 기업 과세 문제의 진척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키프로스 등 몇몇 회원국이 집행위원회 제안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제 개혁은 2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나라가 하나라도 있다면 집행위원회 제안이 통과될 수 없다.

4월 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더라도 이 새로운 세금은 OECD의 해당 주제에 대한 다자협상이 타결되고, 유럽연합 각국이 결합공동세원에 합의할 때까지 임시 조처로 간주될 것이다. 결합공동세원이란 유럽연합 내 기업 이윤을 회계상 동일한 방식으로 정의하고(공동세원), 유럽연합 차원에서 해당 기업의 이윤을 모두 합치는(결합)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은 결합공동세원을 매출액, 직원 수, 자본 총액 등을 고려한 기준에 따라 각국에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를 2001년부터 논의하고 있지만 한 차례도 결론 내지 못했다.

미국은 유럽의 결정을 비난했다. 하필이면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에 유럽이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장은 어차피 IT 기술은 모든 기업이 이용하고 있으므로 굳이 IT 기업만 따로 떼어 특정 과세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조세전쟁을 시작한 것일까?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우려는 존재한다. 주요 7개국(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은 현재 비밀 실무그룹을 구성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전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견해차가 너무 커서 양쪽이 어떻게 이것을 좁혀나갈지는 미지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4월호(제378호)
Le bras de fer fiscal a commencé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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