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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을 알아야 진짜 돈이 보인다
[세계는 지금] 중국의 위챗 비즈니스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김명신 claire@kotra.or.kr

중국은 휴대전화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지인과 친분을 쌓고, 쇼핑과 결제도 한다. 요즘은 10억 명에 이르는 위챗 이용자의 사회적 관계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하는 사업모델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기술은 훌륭하지만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지인이 대화방에서 특정 제품을 추천하면 한국인은 불편해하는 정서가 일반적이지만, 중국인은 별로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도 이 점을 활용해 마케팅에 적극 이용해야 한다. 돈을 벌려면 일단 무엇이라도 시도해야 한다. 점잔 떨다가는 경쟁기업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

김명신 KOTRA 중국 다롄무역관 관장
 
   
▲ 중국에서는 10억 명에 이르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 이용자의 대화방을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하는 사업모델이 유행하고 있다. REUTERS
중국에서 사업 방식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위챗(WeChat)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페이스북이 중소자영업자의 온라인 쇼핑몰로 활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 다롄에도 위챗을 사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 ‘라핑궈-퉁장구이신용사’(辣.果-桐掌櫃信用社)가 바로 그렇다. 이 회사는 위챗 그룹대화방, 즉 온라인 친목회원을 고객으로 한다. 언뜻 이해가 안 될 것이기에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위챗 사용자는 전세계 10억 명에 이른다. 위챗에서 그룹대화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장이 평균 10명 중 1명이라면 전세계 대화방 운영자는 1억 명이다. 라핑궈는 이 가운데 총 7천 명의 위챗 대화방 운영자를 확보했다. 라핑궈에선 이들을 ‘사장’이라고 한다. 사장이 주도하는 위챗 대화방에는 평균 500명의 위챗 회원이 있다. 라핑궈는 7천 명의 사장인 사업파트너와 350만 명의 회원(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게다가 하루에도 몇 개씩 그룹대화방이 속속 생기기 때문에 고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위챗 그룹대화방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중국 제품은 라핑궈가 일괄 조달하고, 수입품은 다롄 지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핑궈가 들여와 공급한다. 판매 상품이 정해지면 라핑궈가 상품 정보를 제작해 위챗 그룹대화방을 이끄는 각 사장을 통해 회원들에게 배포하면 그룹대화방마다 바로 구매가 일어난다. 구매자는 위챗페이로 사장에게 상품 가격을 바로 낸다. 사장은 소정의 수수료를 떼고 라핑궈에 매출액과 구매자 정보를 보내면 라핑궈는 주문 제품을 소비자에게 택배로 보낸다. 전형적인 B2B2C(기업들을 모집해 소비자와 만나게 해주고, 소비자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비용을 받는 형태의 전자상거래 -편집자) 모델이다. 이런 방식으로 라핑궈는 2017년 4억위안(약 7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사업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충동구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타오바오 등 전통적 온라인쇼핑몰에는 구매자가 입을 의류 등 특정 목적을 갖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위챗을 통한 구매는 친구들의 그룹대화방에 뜬 상품을 보고 순간 마음이 움직여 결정하는 일이 많다. 중국 다롄무역관의 지사화 기업인 D사는 라핑궈를 통해 커피제품을 순식간에 900상자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중국의 유명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나 티몰, 징둥에서는 구매자가 제품 이름이나 브랜드를 검색창에 입력해 알아보고, 검색된 제품 가격을 비교한 뒤 구매를 결정한다. 그래서 생소한 제품이나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가 선택되기란 쉽지 않다.
 
   
▲ ‘라핑궈-퉁장구이신용사’는 다롄에서 위챗을 사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7천 명의 그룹대화방 방장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한다. 결제는 위챗페이로 이뤄진다. REUTERS
중소기업에 안성맞춤
반면 이 사업모델에서는 생소한 제품이나 중국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외국 상품도 판매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위챗은 친구끼리 연결되고 구성원 사이에 친밀감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처음 보는 제품이라도 의심을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외국 상품의 가격이 너무 들쭉날쭉해 진위를 판별하지 못하겠다는 불평이 많다. 그런데 위챗 그룹대화방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친구가 추천함으로써 더 신뢰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물론 모든 제품이 위챗에서 판매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위챗 거래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 아닌 친구끼리 연결된 공간에서 아는 사람끼리 거래하기에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조미김, 유자차처럼 시장경쟁이 치열한 품목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느 온라인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잘 찾기 어렵고 신기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이면 금상첨화다. 요즘 중국에서 흔히 말하는 인기 제품의 3요소 신(新)·치(奇)·터(特), 즉 새롭고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제품이 적격이다. 온라인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소비자가 낯설게 느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제품도 소셜네트워크 마케팅 플랫폼에서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설 수 있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 없이는 생활이 영 불편하다. 택시비부터 물건값, 계좌이체를 모두 모바일결제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위챗의 가장 큰 위력은 소통 수단인 동시에 위챗으로 연결된 모든 친구의 생활과 관심사를 모멘트(Moment·개인 일상을 올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SNS -편집자)로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멘트에 게재한 사진이나 동영상, 글을 보고 관심 있는 비즈니스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고, 거래를 모색하고, 다른 친구에게 추천한다. 위챗은 이제 필수 사업 도구가 됐다.
 
코트라 다롄무역관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위챗 공식 계정으로 중국 기업들과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 상품 정보, 무역 정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정보, 다롄무역관의 각종 사업 활동을 날마다 위챗으로 배포한다. 이제 다롄무역관의 위챗 공식 계정은 중국 바이어들에게 한국 상품과 한-중 무역 정보의 플랫폼으로 강하게 인식돼 있다. 하나둘 실제 사업으로도 이어진다. 다롄무역관 위챗 계정에 소개된 무세제 세탁볼을 보고 다롄방송사 홈쇼핑 채널이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왜 라핑궈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사업이 일어나지 않을까? 중국은 인간관계를 일컫는 ‘관시’(關係)가 사업과 크게 결합돼 관시를 맺은 사람과 함께 사업을 모색한다. 관시를 맺은 사람과 모두 위챗으로 연결돼, 이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 무척 자연스럽다. 한국은 카카오톡 등 SNS 친구에게 판매하고 제품을 권하며 권유받는 일을 어색해하거나 꺼리는 분위기가 크다.
 
2017년 중추절(음력 8월15일로 한국 추석에 해당하며 춘절·단오절과 함께 중국 3대 명절임 -편집자)에 한 기업인이 위챗 그룹대화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중추절용 선물세트를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혹시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 메시지 첫마디에 그는 이런 말을 해서 매우 부끄럽지만 이를 무릅쓰고 메시지를 남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왜 부끄럽게 느끼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혹시 누가 시켜서 억지로 메시지를 남긴 게 아닌가 생각까지 들었다. 매출을 올리려고 상인 정신을 발휘해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소상공 사업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는 친구와 사업 파트너를 분리해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의 영향이 크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고객은 고객, 친구는 친구’가 아닌,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고객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중국 시장에 더 효과적으로 진출하려면 중국 기업의 사업 방식에도 적응해야 한다.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시간 절약 등 효율성 측면에서 한번 상담할 때 되도록 다양한 제품을 보고 선택하려 한다. 상품별로 각각의 거래처를 상대하기보다 한 거래처가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을 선호한다. 즉, 누군가가 여러 중소기업 제품을 모아 한꺼번에 제시, 상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마케팅이 경쟁력
중국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감성화하면서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 중요해졌다. 문제는 대다수 한국 중소기업이 제품은 좋지만 사람 마음을 끄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중소기업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아주 좋은 기술력으로 특별한 제조공정을 거쳐 만든 제품인데 소비자가 몰라준다” “경쟁제품에는 쓰지 않는 이런저런 흔치 않은 설비를 들여와 만들었다” 등이다. 아무리 한국 기업이 제품 경쟁력을 주장해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젠 중국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지가 중요한 문제다.
 
한국이 과거의 관행을 답습해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급격히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협업이 전제돼야 전체를 아우를 수 있고 소비자의 감각을 종합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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