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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개발자가 잡스가 아니라 미 정부라고?
[경제와 책]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박세연 번역자 seion73@naver.com
박세연 번역자
 
<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
팀 하포드 지음 | 박세연 옮김 | 세종서적 펴냄 | 1만7천원
 
팀 하포드는 한국 독자에게도 꽤 친숙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경제학 콘서트>는 30개국에서 번역돼 15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하포드는, 까다로운 경제학 개념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경제학자로 알려졌다.
 
   
 
가 이번엔 발명 이야기를 들고나왔다. 하포드는 발명을 고독한 천재가 개발한 기발한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경제적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소중한 아이디어로 바라본다. 이런 아이디어가 시대와 공간을 넘어 결합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세상을 형성했는지 주목한다.
 
이 유명한 경제학자는 발명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그건 1장만 훑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포드는 엄선한 50가지 발명 중 쟁기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왜 바퀴나 전기 혹은 아이폰이 아니라 쟁기일까? 그건 하포드가 쟁기 발명을 문명의 출발점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쟁기 발명으로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게 됐다. 그리고 협력 공동체가 형성돼 잉여생산물이 나오면서 착취와 권력이 등장했다. 게다가 성별에 따라 역할이 분화됐고, 곡물이 주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농업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영양 결핍과 체구의 왜소화 현상이 나타났다. 하포드는 이런 문명화 흐름의 맨 앞에 쟁기가 놓였다고 본 것이다.
 
하포드는 50가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한 가지 현상에 주목한다. 다양한 발명끼리의 결합이다. 그는 발명의 물리적 특성보다 아이디어 측면에 집중한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언제나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와 바코드, 콜드체인은 개별적 발명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세 가지가 결합했을 때 비로소 세계화를 이끈 하나의 원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는 화물을 효율적으로 선적하는 일종의 국제 규약이다. 냉장·냉동 장치가 설치된 컨테이너와 화물차로 이루어진 콜드체인은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전세계 어디라도 신선한 상태로 실어 나르는 물류 시스템이다. 바코드는 그렇게 운반된 수많은 제품을 대형 할인매장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진열하고 판매하도록 해주는 유통 기술이다. 이 세 아이디어가 결합하면서 오늘날 우리는 동네 매장에서 싱싱한 바나나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하포드는 50가지 발명을 소개하면서 중간중간에 일곱 편의 글을 넣어 마치 무성영화 변사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러한 해설로 ‘승자와 패자’의 개념에 주목한다. 모든 위대한 발명은 언제나 사회적 변화를 낳고, 이 변화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양산한다. 그는 각각의 사례에서 누가 승자가 되었고, 누가 패자로 전락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대표적 사례로 축음기는 발명 당시 일류 가수를 승자로 만들었고, 이류 가수를 패자로 전락시켰다. 그들의 소득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축음기의 발명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음악을 즐기면서 일류 가수는 음반 판매로 돈방석에 올라앉은 반면, 다른 가수들은 끼니를 걱정하는 신세가 되었다.
발명 중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도 있다. 분유와 즉석식품, 피임약이 대표적 예다. 분유는 여성의 수유 부담을 덜어주었고, 즉석식품은 가정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도록 해주었으며, 피임약 보급은 여성이 자신의 교육과 경력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선사했다. 많은 발명이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사회적 지위를 높였고, 여성은 다시 발명 역사를 가속화할 것으로 하포드는 기대한다.
 
하포드는 아이폰을 통해 발명 역사에서 정부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는 아이폰의 진정한 개발자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고 단언한다. 가령 터치스크린과 리튬배터리,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터넷, 음성인식 등 아이폰을 이루는 핵심 기술 중 잡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기술들은 모두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부들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또는 그 이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경쟁적으로 개발했다가 점차 민간 영역으로 확산됐다.
아이폰 발명에서 잡스가 한 일이란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유려한 디자인으로 포장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상업적 발명은 주로 민간 영역에서 일어나지만, 그 밑에는 정부 투자가 깔려 있다. 여기서 하포드는 기초과학 분야의 인재를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장기적으로 발명의 촉매제임을 강조한다.
 
하포드의 이야기와 해설을 읽다보면 독자는 분명 경제학자만의 고유한 시선을 느끼게 될 것이다. 흔히 ‘발명’ 하면 외골수 천재와 ‘유레카’(무언가를 알아냈을 때 기쁨을 나타내는 말) 순간을 떠올린다. 그러나 하포드가 말하는 발명은 예외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의 결과물이 아니다. 인류의 모든 가치 있는 아이디어로서, 그 아이디어는 시공간을 초월해 결합함으로써 우리 삶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바꿔놓는다.
 
하포드는 이러한 발명이 탄생하고, 결합하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전반을 경제학자의 거시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시선을 따라 앞으로 어떤 발명이 어떻게 결합해서, 우리 삶을 또 얼마나 바꿔놓을지 예측해보면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인사이트 책꽃이
 
   
 
던바의 수
로빈 던바 지음 | 김정희 옮김 | 아르테 펴냄 | 1만6천원
당신이 자주 통화하는 사람은 몇 명인가? 당신이 아무리 ‘마당발’이라 하더라도 150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자주 ‘꾹꾹’ 누르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 뇌가 그 이상은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이 수는 변하지 않았다. 개인이 알고 지내고, 믿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사람 수는 최대 150명이다. 이 수를 ‘던바의 수’라고 한다. 책에는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가 뽑은 흥미로운 진화심리학 글 21편이 실렸다.
 
 
 
 
   
 
유라시아 견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2만2천원
젊은 역사학자가 3부작으로 기획한 <유라시아 견문> 두 번째 책이다. 1권에서 몽골 로드부터 말레이시아 할랄 스트리트까지 둘러본 저자는, 이번 여행에서 미얀마 양곤에서 인도·이란·터키·이스라엘·이집트를 거쳐 그리스까지 발걸음을 옮긴다. 세계는 지금 서구 자본주의의 승리를 예견하는 <역사의 종말>(프랜시스 후쿠야마)이나 종교·문명 전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을 넘어, ‘유라시아 재통합’ 길로 향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
클라우스 슈밥 지음 | 김민주·이엽 옮김 | 새로운현재 펴냄 | 1만7천원
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이자 집행위원장인 저자가 전작을 보완해 새롭게 펴냈다. 책에서 블록체인·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 12개를 뽑았다. 저자는 전례 없는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정부, 규제 기관, 기업이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새로운 기술에서 종종 소외되는 세 집단이 더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 세 집단은 개발도상국, 환경 관련 기구, 일반 시민이다.
 
 
 
 
   
 
나. 36. 이승엽
이승엽 지음 | 김영사 펴냄 | 1만5천원

추천사가 화려하다. 손석희(내게 처음으로 공받기를 가르쳐줬던 동네 고등학교 형들이 생각이 났다. “야구는 말이야…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해. 우선 겁이 없어야 해.” 맞다. 이승엽의 야구도, 야구 인생도 그랬다. 유재석(어디에 있든 그가 우리의 국민타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박찬호(라이언킹, 이승엽! 대한민국 국민타자! 그는 중요한 국가대표 대회에서 늘 팀을 위해 큰 몫을 한 우리의 전설이다), 김제동(이승엽과 우리가 함께해온 시간들을 슬쩍 떠올리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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