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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에 걸린 축구공 주인은 누구일까
[포토 인]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곽윤섭 kwak1027@hani.co.kr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내가 일하는 <한겨레>는 주택가와 바로 인접한 곳에 있다. 신문사 후문에서 몇 걸음만 가면 오래된 골목길에 들어선다. 신문사가 있는 공덕동과 인근 만리동, 중림동 등은 사진집 <골목 안 풍경>으로 잘 알려진 김기찬(1938~2005) 선생이 사진기를 들고 즐겨 지나다니던 곳이다.

사진집에는 1970∼80년대의 만리동, 공덕동, 중림동 풍경이 자주 나온다. 지금도 이 골목 일부에는 사진 속 풍경이 남았고, 어떤 골목 어귀에 서면 김기찬 선생의 사진집 속 마포 일대가 고스란히 보인다. 골목에는 지은 지 몇십 년 됐을 단독주택이 아직 남아 사람 사는 소란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지나다보면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저녁이면 밥 짓는 냄새도 풀풀 난다. 가끔 아이들이 스마트폰 없이 몸으로 뒹굴며 노는 모습도 보인다.
1988년 창간해 올해 30주년을 맞는 한겨레는 양평동 시절을 거쳐, 1991년 이곳 공덕동에 왔다. 신문사는 효창공원과 가깝다. 몇 년 전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차경’이란 말이 있죠. 보이는 경치를 빌려와 정원으로 삼는다는 건데, 국내 신문사 중 우리 신문사처럼 큰 정원을 가진 곳이 없을 겁니다. 효창공원이 우리 후원인 셈이니까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 골목을 지나 효창공원 옆 백반집에서 점심을 먹고 효창공원을 산책한다.
그렇게 식당에 가거나 서울 강남이나 용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신문사 후문을 나와 언덕을 올라가며 27년째 이 동네에서 살았다. 그런데 몇 달 전 신문사에서 효창공원으로 가는 길 사이 주택가 골목에서 저 축구공을 발견했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을까? 키가 족히 10m는 넘는 향나무의 높은 가지 사이에 축구공이 걸려 있다. 오래전 동네 아이들이 좁은 골목에서 축구를 한답시고 차올렸다 공이 저 자리에 걸렸을지 모른다. 또 다른 사진가 박신흥 선생의 사진집 <예스터데이>에는 축구공을 찾으러 지붕 위로 올라간 꼬마의 사진이 들어 있다.
나는 일하다 머리가 무거워지는 오후가 되면 종종 효창공원으로 걸어간다. 가는 길에 향나무 가지에 걸린 축구공을 한 번씩 꼭 보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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