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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레닌주의의 빛과 그림자
[Cover Story] ‘디지털 차이나’ 알고리즘 대해부- ① 정부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베른하르트 찬트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정부, 인재 유치와 세제 혜택 등 디지털산업 전방위 지원… 검열과 감시도 강화 

요즘 중국에선 현금 쓰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손수레를 끌고 동네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조차 모바일결제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 중국의 디지털화는 강도와 속도가 무서울 지경이다. 중국이 디지털화의 최전방에 선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민간의 막강한 자본, 제조업 인프라 등의 요인이 있다. 스타트업의 창업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디지털화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디지털화의 기본은 정보 수집이고, 그 정보의 최종 소유주가 중국 정부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개인의 삶을 뒤로한 채 성공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각박한 현실도 ‘디지털 속도전’의 그늘이다.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2월31일 중국 국영방송에 나와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을 디지털산업 육성에서 찾으려 한다. AP 연합뉴스
금요일 저녁 8시는 중국 국영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다. 첫 프로그램으로 몇 달 전부터 수백만 시청자를 화면 앞에 끌어모으는 유명한 예능쇼 <기지과인>(機智過人)이 시작됐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기계의 지혜 대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 방송은 독일 텔레비전 인기 예능프로 <내기할까요?>와 과 학쇼가 혼합된 형태다.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포함한 출연자 4명 이 중국 신생 기업의 최신 발명품과 대결한다. 대부분 기계가 승리한다. 스스로 비행경로를 검색하는 드론, 시를 쓰는 컴퓨터, 어떤 위치에서도 다른 참가자보다 더 정확하게 골대 안으로 공을 넣는 농구 로봇과 겨룰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저녁의 스타는 특수 인공지능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와트릭스(Watrix)를 운영하는 황융전(34)이 다. 그의 회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얼굴과 목소리, 지문이 아니라 사람마다 제각각인 걸음걸이로 사람을 식별한다.
 
처음에는 흐릿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만 볼 수 있었다. 모자를 쓴 채 머리를 감춘 남자가 뒤뜰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그 뒤 그는 같은 복장을 한 남자 7명과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와, 참가자 앞에서 무대 위를 한 바퀴 돌았다. 이 8명 중 조금 전에 스튜디오 부지 위를 걸어간 남자는 누구인가?
 
참가자들은 정답을 못 맞혔지만 와트릭스는 즉시 그 남자를 알아냈다. 7번 남자였다. 잡았다. 박수가 쏟아졌다.
 
유럽의 시청자라면 카메라가 식별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출 때 소름이 끼쳤을지 모르지만, 중국 관객은 열광했다. <미션 임파 서블>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을 중국 기술자들이 이미 만들어낸 것이다.  새로운 감시 도구인 보행 인식 시스템은 대상과 50m 떨어진 거리에서도 작동하며, 얼굴을 가려도 아무 소용이 없게 한다. 와트릭스는 이미 치안 당국과 협력 중이다. 우선 중국의 핵발전소 시설에 이 회사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
 
디지털경제에 대한 중국인의 신뢰는 무한하다. 인공지능(AI)부터 가상현실(VR), 온라인쇼핑, 모바일결제, 금융서비스까지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가 되려 한다. <기지과인> 같은 예능프로는 정부, 기업, 연구개발자들이 무엇을 추진하는지 대중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과학의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 유발’이다.
 
서방세계 전문가들도 열풍에 휩싸였다. 국제 회계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중국 실리콘 드래곤의 부상’ 보고서에서 “중국 인터넷산업이 세계 디지털경제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매킨지(McKinsey)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마치 검투사처럼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을 놓고 다투면서, 중국은 모방자에서 ‘혁신의 발전소’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실제 어디까지 도달한 것일까? 일단 유럽은 따돌린 것 같은데,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중국 정보기술 산업의 강점은 무엇일까?
 
대다수 중국인은 서구사회보다 늦게 인터넷을 접했다. 디지털 혁명이 다가왔을 때, 중국인들은 서구사회보다 평균적으로 더 젊고 더 가난했다. 중국인 대다수는 데스크톱컴퓨터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서구사회에는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중국인은 자신에게 친숙한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디지털 세계를 안다. 그리고 기업인들은 인터넷을 처음부터 돈 벌 기회의 측면에서 봤다.
 
중국에 디지털 붐이 형성된 것은 시장 규모와 연구자의 독창성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최소 5가지 요소가 상호작용을 일으켰다.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통한 통제, 수년간 쌓인 대기업의 자산,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의 적극성, 제 조업 기반, 서구권에선 회의론이 커지는 새로운 기술을 열정적으로 환영한 대중이다.
 
   
▲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공공보안엑스포에서 방문자들의 안면 인식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생 벤처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REUTERS
국가
2017년 12월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했을 때 청중은 작은 변화를 감지했다. 신년사 발표를 촬영한 집무실 서가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이 꽂혀 있었다. 그 옆에는 놀랍게도 화제의 최신 저서도 두 권 있었다. 포르투갈 출신 컴퓨터 과학자 페드루 도밍구스의 <더 마스터 알고리즘>(The Master Algorithm)과 오스트레일리아 스타트업 창립자이자 미래학자 브렛 킹의 <증강현실>(Augmented: Life in the Smart Lane)이다.
 
도밍구스의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 도서로 인정받고, 킹 의 책은 네트워킹 증가로 인간의 삶이 미래에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두 책은 모두 중국어로 번역됐다.
 
시진핑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디지털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이 기술이 중국 경제는 물론, 점차 독재적으로 변하는 감시국가의 ‘디지털 레닌주의’에 유용한 방식으로 발전하도록 장려한다.
 
오래전부터 중국 정부는 검열을 통해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 경쟁업체로부터 중국의 온라인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비판적 의견을 차단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아직 남아 있는 가상사설망(VPN) 연결을 중단하려 한다. 이 망은 외국인과 외국기업뿐 아니라 중국인도 자유로운 인터넷에 접근하는 최후의 연결 통로다. 베이징 시정부는 완전 차단을 주저하지만, 2018년 봄이면 이 마지막 개구멍조차 막힐 것 같은 징후가 엿보인다.
 
외부와 중국 사이에 놓인 거대한 방화벽은 중국 경제정책의 일면에 불과하다. 중국 내부에서는 디지털경제의 발전을 위해 엄청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북부의 만주에서 남부의 첨단 대 도시 선전까지 중국 정부는 기술센터를 설립하고, 대기업에는 매력적인 부지를, 스타트업에는 저렴한 사무실을 임대해 우수한 인재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저우류양(30)은 1년 전 선전에서 스타트 업 웨봇(Webot)을 설립했다. 그의 회사는 보험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홍콩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처음엔 홍콩에 회사를 세울 생각이었다. “홍콩의 삶이 간편하고 음식도 아주 맛있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처리하는 귀중한 데이터 때문에 그는 회 사 입구에 지문 인식 시스템을 설치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홍콩에서는 직원 투표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 니라,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원치 않으면 결국 설치할 수 없다.” 반면 선전에서는 창업자가 자유롭게 보안 강화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선전에서는 모든 일이 더 빠르게 돌아간다. 회사를 등록할 때 정확히 일주일이 걸렸다. 전부 온라인으로 처리된다. 홍콩에 서라면 관청에서 관청으로 뛰어다니며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두세 달은 걸렸을 것이다.”
 
선전 시정부는 무엇보다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에 가장 큰 문제인 인력 수급을 도와준다.  “세계 150대 대학 중 한 곳에서 공부한 사람은 이곳에서 환영받는다”고 저우류양은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까지 국외 명문대학 출신 인재는 선전에서 세금과 건강보험, 자녀 교육 지원 혜택을 받는다. 현금도 지원한다. 저우류양 같은 박사 학위 취득자는 선전시에 정착하는 시점부터 5년간 본인 수입 외에 시정부로부터 매년 비과세로 최대 60만위안(약 1억원)의 추가 지원금을 받는다.
 
‘공작 계획’(Peacock Plan)이라는 이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약 2천 명의 인재를 모았다. 중국인 인재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 분야의 박사를 대상으로 한다. 의사, 건축가, 과학자, 인문학자를 비롯해 가수와 지휘자도 포함된다.
 
26명의 언어학자, 금융 전문가, 엔지니어가 선전시 하이테크 거리에 자리잡은 웨봇에 입사했다. 사무실이 벌써 너무 좁다. 2018년 2월 중순 춘절이 지나면 이 회사는 선전시에 세워진 수많은 고층 빌딩 중 한 곳에 입주한다. 연말까지 직원이 약 1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저우류양은 예상한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를 되도록 빨리 세계시장에 출시한 뒤 기업을 상장할 생각이다.
 
하지만 본사는 계속 선전에 둘 계획이다. 국가가 그를 지켜보지만 그에게는 선전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하지만 저우류양 은 국가가 당연히 그를 감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자신의 노트북컴퓨터 카메라를 검은색 테이프로 가려놨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3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7호 
Der China-Algorithmus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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